1일1배움. 닿지 않는 것들의 무게
잡으려 하지만 흩어지는 것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 피부를 스치는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 밤하늘에 수놓인 별, 다채로운 재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풍부한 맛, 내 세계에 들어온 존재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보내는 시간, 지평선을 가릴 정도로 광활한 갈대, 알록달록 예쁜 꽃, 알딸딸한 정신, 막힘없이 흘러나오는 소소한 대화거리, 나비를 잡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발걸음, 세밀한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가는 나비.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들을 놓친다. 어떤 것은 애초에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고, 어떤 것은 손을 뻗는 순간 멀어진다. 갖게 된 것, 놓친 것. 때로는 닿지 못한 것들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잃어버린 기회, 오래전 스쳐 간 인연, 한 걸음만 더 다가갔다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세계, 조금 더 ..
2025. 3. 1.
1일1배움. 곧 사라질 것, 그러나 반짝이는
겨울 하늘을 떠돌던 눈송이가 조용히 지상에 내려 앉는다. 어떤 눈송이는 나뭇가지에, 어떤 눈송이는 사람의 손에, 꽃에, 머리에, 바다에, 길바닥에. 지속의 차이는 있지만 잠시 머물다 이내 사라지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삶이란 것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어디선가 왔고, 결국 어디론가 사라질 운명이다. 눈송이는 사라진 자리에 차가운 감촉과 물방울, 감촉을 남긴다. 그런다면 사람도 어떤 흔적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그리고 흔적을 남기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일까. 불교에서는 '무상(無常)'을 강조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어떠한 것도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기쁨도 슬픔도, 성공도 실패도, 심지어 우리가 살아있다는 사실조차도 한순간의 흐름 속에 있다. 삶이 본질적으로 ..
2025.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