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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365 나에게 접속

1일1주저리.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

by 점점이녕 2025. 2. 11.

 

글쓰기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노력한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무것도 쓰지 못했던 시간에 비하여 자음과 모음을 나름 쉽게 나열할 수 있게 되어서 만족스러웠다.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이제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쓰고 있는 말이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똑같은 문장을 반복하고, 같은 아이디어를 조금씩 변형할 뿐이었다.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며 인풋보다 아웃풋에 더 신경쓰자고 다짐을 했고, 쓰다보면 배우게 된다는 교훈도 얻었지만 어느 순간에는 창작을 지속할수록 한계를 느꼈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 것같다. 이동진 평론가님은 아웃풋만 지속하다보면 인풋의 고갈 상태에 빠진다고 했다. 더 이상 내뱉을 것이 없는 상태. 나는 고갈에 빠진 것 같다.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자기와 세상을 깨우치지 않았다. 수많은 환경에 의하여 영향을 받고 학습을 통하여 지금의 지식을 구축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성장할 것이다. 한 사람의 가치관과 행동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배움이 있어 왔다. 무언가를 말하고, 쓸 때 그 사람의 온전한 생각이라기 보다는 분명 누군가의 영향력에 기반을 둔 아웃풋일 것이다. 숨을 들이 마시지 않고서는 내쉴 수 없듯이, 창작이라는 것도 새로운 자극과 사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내뱉기만 하면 고갈이 디고, 마냥 들이 마시기만 하면 과포화 상태가 될 수 있다.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을까.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의미할까. 흔히 균형을 생각하면 양을 맞추는 결론을 내기 쉽다. 많이 배우면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고, 더 많이 만들어내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된다. 그러나 인풋과 아웃풋이 균형을 이룬다는 것은 단순한 양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저 받아들인 것을 내뱉은 수준에서는 스스로도, 제 3자에게도 배움이 될 수 없다. 새로운 정보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소화하고, 재해석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풋은 단순한 데이터 축적에 그치고, 아웃풋은 공허한 반복이 될 뿐이다. 

 

헤겔의 변증법은 창작의 균형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개념이 될 수 있다. 변증법은 모든 개념과 사상이 발전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지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핵심은 받아들인 것을 그대로 내뱉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심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에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창작물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과 깊이를 가진 나만의 작품이 될 수 있다.

 

1) 정(Thesis) : 기존의 지식 쌓기

  • 새로운 인풋을 받아들이는 단계.
  •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경험을 쌓으며 정보를 습득한다.
  • 이 단계에서는 양적인 학습이 중요할 수 있다.

2) 반(Antithesis) : 비판적 사고를 통해 기존의 틀 깨기

  •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니라,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이다.
  • 이 지식이 정말 맞는지, 다른 시각에서는 어떻게 볼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며 돌아본다.
  • 기존 개념을 부정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탐구하는 단계다.

3) 합(Synthesis) : 새로운 창작물로 재구성하기

  • 기존의 지식과 새로운 통찰을 결합하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창작한다.
  • 단순히 배운 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변형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균형이 깨질 때

인풋 과잉의 문제는 너무 많이 배우기만 할 때 발생한다. 끝없이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소통을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정작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나는 아직 부족하고, 준비가 덜 되었다는 생각으로 창작을 미루도 더 많은 것들을 배우려고만 한다. 하지만 배우기만 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정보와 지식은 단순한 데이터로만 남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아웃풋 과잉의 문제는 너무 많이 창작하기만 할 때 발생한다.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배우지 않은 채,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경우다. 매일 글을 쓰지만 비슷한 내용만 반복되는 경우와 다른 형식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같은 경우가 아웃풋 과잉에 속할 수 있다. 같은 패턴만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재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새로운 인풋이 없으면 창작은 결국 정체되거나 기존의 것을 변형하는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창조적 침체'에 빠지게 된다.

 

두 가지 문제를 피하려면 주기적인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는지, 혹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지 질문하고 행동해야 한다. 만약 아웃풋 증가로 인풋이 고갈될 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새로운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에서 기존의 정보를 바라보는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한 인풋과 창조적 인풋의 차이

하루하루 엄청난 양의 정보를 소비한다. 스마트폰만 켜도 뉴스, 유튜브, SNS 피드가 쉴 새 없이 흘러 들어온다. 하지만 모든 인풋이 창작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분별한 정보 소비는 오히려 사고를 마비시키고, 정작 중요한 것을 깊이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존 듀이의 경험 교육론은 배움은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반성적 사고를 통해 이루어짐을 설명한다. 단순한 인풋은 양적 축적이지만, 창조적 인풋은 사고를 통해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인풋의 특징

  • 수동적인 소비 : 책을 읽지만 내용을 곱씹지 않고 흘려 보내는 경우, 영감을 얻으려는 의도 없니 콘텐츠를 스크롤하는 경우
  • 비판적 사고의 부재 : '좋다'고 생각하고 끝내버림. 기존의 지식과 내 생각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함.
  • 정보 간의 연결 고리가 없음 : 단편적인 지식이 쌓이지만 깊이 있는 이해로 이어지지 않음. 정보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정리되지 않고 머릿속이 복잡해짐

창조적 인풋의 특징

  • 능동적인 탐구 :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 기존의 지식과 연결해 의미를 찾음. 이 개념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없을지 스스로 질문하는 태도.
  • 적극적인 적용 : 얻은 정보를 자신의 창작물에 실험적으로 적용해 보는 과정, 단순히 배우는 것을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변형하고 조합하려고 시도함.
  • 반복적 탐구와 다양한 시각에서의 접근 : 같은 주제를 반복적으로 탐구하며 각기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연습, 익숙한 개념도 새로운 맥락에서 바라보는 태도.

창조적 인풋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와 탐구의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 책을 많이 읽지만 단순히 '좋다'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것보다는 하나의 책이라도 삶의 가치관을 바꿀 하나의 문장을 발견했다면, 그리고 그 방향성을 바라보고 행동으로 지속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삶의 과정이 아닐까.

 

 

균형 유지하기

창작이 정체되었다고 느끼면 단순히 새로운 인풋을 더 쌓기 보다는 반복 속에서도 변화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 기존의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재구성하는 능력을 길러보면 어떨까.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도 단순히 '배웠다'로만 끝나지 않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실행해보는 연습을 해보자. 창작 과정에서 새로운 질문과 의문이 생겼다면,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인풋을 찾아보고 내 기준으로 해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너무 많은 아웃풋을 의무와 강박적으로 내려 하지 말고, 적절한 시점에서 멈추고 되돌아보는 회고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2YLonjnpt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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