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연봉 협상을 진행했다. 매년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인상률도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기분이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다. 이번에 처음으로 중간 리더로서 연봉 협상 자리에 참여하여 각 팀원들이 어떤 평가를 받았고 연봉이 얼마인지 알게 되었다. 팀장님이 각 팀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함께 있었고, 앞으로는 내가 연봉 협상까지 진행해야 한다고 하셨다. 각 팀원들의 날 것의 평가를 접한 것도 처음이었고 불편할 수 있는 과정을 맡아서 해야한다고 하니 착잡해졌다.
안 좋은 소리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냥 편하게 살자면 좋은 이야기만 하고 칭찬만 하며 살면 거스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기대하는 바가 있고, 모두가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며, 그 과정에 있어서 열을 다 하는 직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직원도 있다. 그리고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는 직원도 있고, 낮게 평가하는 직원도 있다. 그 과정에서 개인 평가와 타인(조직)의 평가 간의 괴리는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 괴리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메타인지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괴리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괴리도 문제가 된다. 여러모로 객관적인 평가가 되어있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 360도 평가도 요청하며 다양한 피드백을 수집하고, 스프린트 리뷰도 세세하게 하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객관적인 역량과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팀원이 어떤 기준에서 이런 평가를 받았냐고 물었을 때, 지금까지의 분기별 리뷰 및 동료들의 평가도 참고했지만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대화가 오갔다. 이번에는 참관의 개념으로 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지만 속으로 나라면 어떻게 피드백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명확하게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았다. 면대면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껄끄럽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정말 객관적이라고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던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이해요소들이 결합되어서 쉬이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은 다소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 있고, 직무 리더로서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을 하고 서로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아직 나는 부족한 것이 많았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역량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있지만, 다소 아쉬웠던 것은 너무 개선하면 좋을 부분에만 초점을 맞춘 부분이었다. 최근에는 꽤 다양반 영역에서 노력하는 것이 보여져서 지금 상태로는 평가와 결과에 대해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으로 느껴졌고, 그게 업무 몰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아서 우려됐다. 열심히 했지만 알아주지 않는다면 낙담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물론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다르다. 조직에서는 열심히 보다 잘 하는 것을 역량과 성과로 쳐주기도 하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꽃을 피우는 시기는 각자 다를 수도 있고, 긍정적으로 이끌어줘야 더 동기부여를 받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개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조금 더 가능성 측면에서 물꼬를 틀어줄 수는 없었을까.
앞으로 리더로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리더 역할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답을 물어봐도 명확하게 알려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답은 내가 만들어나가야 할 것 같다.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것처럼 팀원들의 경험을 설계하고, 더 나아가서 조직 경험을 긍정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성장하는 좋은 리더가 아닐까. 명확하게 리더는 무엇무엇을 해야한다는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길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 나만의 답일 것 같다. 그러한 측면에서 앞으로 각 팀원들의 업무 방식과 결과물에 대한 파악을 더 상세하게 해야할 것 같았다.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좋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중요한 것은 평가 자체에 매몰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평가를 위한 평가가 되어서는 안되고 조직 성장, 직무 능력 강화라는 본질적인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좋은 평가를 위해서 좋아 보이는 것들만 공유하게 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본질을 잃지 않았고, 본질을 위하여 노력하고 실행했다면 그러한 평가에 일희일비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리더로서 평가를 잘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팀원 역량을 높여서 좋은 프로덕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니까.
내일은 돌아가면서 커피챗을 해보며 각자의 고충과 원하는 팀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지금까지는 파트를 나누어서 일임을 핑계로 크게 터치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면서 나만의 리더십을 만들어 나가봐야 할 것 같다. 물론 모든 업무에 참여해서 정렬해주는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고 싶지는 않다. 만약 그런 역할을 원하는 팀원이 있다면 팀 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할 것 같고. 하지만 마이크로매니징을 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리더로서 적절하게 개입하여 정렬을 해야할 때 그냥 떠넘기지는 말아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직무 유기가 아닐까. 회사가 리더로서 나에게 바라는 역할과 역량, 영향력이 있을 것이고, 팀원들이 바라는 리더십도 있을 것이고, 내가 바라는 리더십도 있을 것이다. 삼위일체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교집합을 발견하고 점점 영역을 키워가는 것이 앞으로 해야할 일인 것 같다. 부족해서 못하겠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행동해보자.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일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불편함을 피하면 편하겠지만 편하기만 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오늘은 불편한 날이었다. 그러나 그 불편함으로 인하여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은 계기라고 평가하고 싶다. 낙담하지 않았을까 우려했던 직원에 대해서는 생각만 하느라 추가적인 대화를 하지 못했지만, 너무 생각 정리를 하지는 말고 내일 편하게 서로의 부족함, 강점, 기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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