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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365 나에게 접속

1일1주저리. 키를 누르면 들어가고 떼면 다시 올라온다

by 점점이녕 2025. 2. 28.

 

삶은 Command, Option, Control 세 가지 키로 요약될 수 있을까. 선택을 하고(Option), 결정을 내리고(Command), 때론 강제적으로 방향을 바꾸기도(Control). 매일같이 손끝으로 누르는 이 작은 세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결정의 순간을 지나간다. 어쩌면 인생도 이 키들처럼 단순하면서도 무수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

 

 

오늘의 감각을 쓰려고 주변을 살펴보다가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그냥 눈 앞에 있는 노트북 자판을 찍어보았다. 별 생각은 없었다. 일단 찍고 보자는 생각 뿐이었다. 막상 한 순간의 사각 프레임에 담긴 몇 개의 키를 바라보니 사람의 얼굴 같은 형태도 보이고, 자주 눌러서 손 기름이 붙은 키들도 보였다. 살짝만 빛을 비춰보면 손가락이 어디로 많이 유영하는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스페이스바를 왼쪽 엄지로 많이 치는지, 오른쪽 엄치로 많이 치는지도 바로 보인다. 오른쪽 엄지로 주로 많이 누르지만 왼쪽 엄지로도 많이 누른다. 오른쪽 엄치의 타율은 좋고 왼쪽 엄지의 타율은 낮다. 별 생각없이 담은 장면에서 내 습관을 파악할 수 있었다.

 

GPT에게 요청해본 감각 묘사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Command, Option, Control. 어쩌면 인생은 이 키들처럼 단순하면서도 무수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라는 설명. 항상 삶을 어떤 대상에 빗대어 표현하는 사람들이 흥미롭고 창의력이 좋다고 느껴졌는데, 그 감정을 오늘도 느끼게 된 것 같다. 아무 생각없이 쳐내려간 키의 조합 속에서도 삶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것에서도 깨달음과 교훈을 얻는 사람은 많은 것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보다 얼마나 많은 인생을 살고 경험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일까. 이런 게 부러운 것도 내가 욕심쟁이라서 그런 것일까. 사실 삶이 꼭 경험적으로 풍요로워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라면 다양한 경험과 감정, 느낌을 얻어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물론 모든 생명은 죽음 앞에 장사는 없다지만.

 

오늘은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은 날이었다. 아침에 생각했던 계획들은 대부분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감정적인 컨트롤도 부족해서 답답함과 짜증을 스스로 가중시켜버렸으니. 하지만 저녁 회고를 하면서 돌아보니 긍정적인 소통과 느낌, 감정들은 있었다. 어제 과도한 러닝으로 다리가 아팠는데 동료들이 걱정해준 것, 아침에 엄마가 출근할 때 맛있는 식사를 하라고 한 마리를 귀와 마음으로 흘려 넣어준 것, 아빠가 오랜만에 친구들과 등산을 가셔서 재미있게 노는 하루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 나도 나름 플랭크를 할 수 있다는 것, 아빠가 먹으라고 냉장고에 쟁여둔 고래사 어묵, 엄마의 경험이 담긴 시금치 무침, 언니를 기다리고 있었던 딸기와 체리, 그래도 편하게 쉰 내 두 다리. 귀찮아서 그냥 자버릴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오늘의 생각을 남겨보자고 다짐한 오늘의 나의 의식. 그 과정에서 발견한 수많은 선택과 무수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시간. 

 

다시 회복되었다. 이게 회복탄력성인가. 키보드 자판을 누르면 살짝 들어간다. 문자 하나가 입력된다. 자음과 모음이 만나 글자가 되고, 글자가 모여서 단어가 되고, 단어가 모여서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서 문단이 되고. 그렇게 글이 되고. 생각은 그렇게 손가락의 춤으로 어딘가에 기록된다. 오늘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경험을 했고, 이런 꺠달음을 얻었으며, 이런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었다는 것을 남긴다. 2월 28일. 자정이 넘었으니 정신적으로는 2월 27일.

 

 

2024년 2월 27일. 딱 1년 전의 나는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다행이 열심히 기록하던 시기여서 남아 있었다. 저녁 회고는 회사 생활 위주로 작성되어 있다. 피드백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와이어프레임을 간단하게 만들어보았는데 그 동안 쌓은 지식들이 있어서 손 쉽게 만들었다는 것, 여전이 일하고 배우고 사회성을 기르는 등 밀도 높게 살자는 다짐. 이 때 비트코인이 5% 올랐다고 한다. 여전히 껄무새~!

 

나의 건강에서 오늘 특별히 감사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정신도 건강이니까 정신적인 건강에 감사하다. 세상에는 배울 것 천지인 것 같다. 그냥 흘려버리기가 이제는 아까워서 내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일 수도 있으니 그것 접하는 이 시간에 조금이나라 충실해진 것 같다. 어차피 봐야한다면 밀도 있게 보면 좋으니까.
2024.2.27

 

그러하다. 2026년 2월 27일에는 이 글을 보고 또 다른 감각을 하게 될까? 안녕. 이 글을 보고 있는 너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치며 울퉁불퉁한 삶을 살고 있을거야. 하지만 그런 울렁임이 삶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어서 큰 타격은 없을 것이고 그냥 물 흐르듯 회복하고 잠수하며 잘 살아가고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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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27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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