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바쁠수록 일상적인 삶의 감각을 무시하게 되는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 기록을 꽤 많이 흘려보냈다. 대략 10일 정도일까. 2주인 것 같기도 하고. 마라톤을 준비한다고 헬스장도 등록하고, 작년 성과 리뷰 및 연봉 협상과 새로운 직원 채용을 위한 이력서 검토와 면접 진행, 그 와중에도 팀원 리뷰와 맡고 있는 프로젝트 관리도 해야해서 한동안 피곤에 절어서 살았던 것 같다. 아마 며칠 간은 불도 끄지 못하고 잤던 것 같다. 잠깐 누웠지만 일어나니 아침이었다. 사실 오늘도 내일을 위해 해야할 것들은 많이 있지만 억지로라도 지난 시간을 남겨두기로 했다.
독서 모임, 미술에 한 걸음
오늘은 일요일. 오전에 독서 모임에 갔다 왔다. 한동안 바빠서 참여를 못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지하철에서 꾸준하게 읽다가 완독한 책이 있어서 일단 참석을 눌러두면 억지로라도 정리하게 될 것 같아서 신청을 했다. 토요일은 거의 책 정리하는 데 시간을 들였던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은 <이야기 미술관>이다. 삶의 감각을 늘리자고 다짐하면서 다양한 경험은 물론이고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 같았다. 예술에는 문외한이라 전시회에 가면 그저 작품1, 작품2 정도로 보고 왔던 것 같다. 취미나 취향을 이야기할 때 할 말이 없는 것 자체가 삶을 제대로 느끼면서 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나만의 색을 찾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다. 책의 도입부에는 “음악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나온다. 음악이 없으면 확실히 일상이 단조롭고 심심해질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 반면 미술이 없다고 해서 삶의 의미가 퇴색된다거나 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미술과 예술의 역할을 너무 과소평가한 생각이었다.
여전히 취향이 무엇이냐 물으면 수월하게 답을 할 수는 없지만 예술을 너무 삶과 동떨어진, 거창한 작품으로 생각할 필요 없이 일상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감동과 감격, 삶의 가능성을 확장시켜주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많은 것들이 예술적으로 다가왔다. 미술적인 취향이라고 한다면 규범적인 색과 형태를 벗어나면서도 희망을 담고 있는 것이 좋고, 제약을 두지 않는다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여 더 나은 성취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취향인 것 같다. 음악을 즐기면서 부르는 모습 그 자체로도 감격을 느낄 수 있다면 노래 부르는 행위도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고민되었던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모임에 나눌 대화를 위해서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하여 많은 배경 지식과 존재의 의미 등을 얻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 작품을 본다면 그저 산출물 1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이 어떤 가치관과 목적을 가지고 세상에 없던 것을 탄생시켰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볼 것 같다. 음악, 시, 글, 책, 영화, 말.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물론 무관심이 습관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겠지만 세상과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한다.
오늘의 생각거리도 다양했다. 진정성,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하는 나, 안티프래질, 이직 등. 정답은 없다. 그 시기에 자기에게 적절한 선택만 있을 뿐. 오늘 나의 선택은 독서 모임에 가는 것, 지난 10일에 대해서 돌아보는 것.
가장 좋았던 작품을 여쭤보아서 생각하다가 뭉크의 <태양>을 선정했다. 뭉크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절규>가 떠오른다. 꾸물거리는 풍경, 붉은 배경,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통하여 고통받는 존재가 선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내 생각이 너무 편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 하나의 특성으로 규정할 수 없음에도 뭉크를 괴로움의 대명사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삶 자체를 부정적인 경험의 연속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태양>은 희망을 담고 있었다. 나도 우울할 때가 있고, 즐거울 때도 있는 것처럼 한 존재는 다양한 감정의 총체였을텐데 그렇게 하지 말자던 일반화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성의 시간을 갖고 다시 올바른 시야로 나아가자는 의미에서 <태양>을 주기적으로 떠올려야겠다.

고마움
점심에 동료가 장인 약과를 가져와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출근하는 길에 장이 섰다면서 약과 파지를 사 온 것이다. 샐러드를 먹고 커피와 같이 맛있게 먹었다. 기본적인 약과는 먹어봤지만 장인 약과는 처음 먹어보는데 조금 더 꾸덕한 맛이었던 것 같다. 많이 먹을 수도 있었지만 운동을 하면서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과하게 먹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튀어나와서 적당히 먹었다. 물론 나의 적당히와 다른 사람의 적당히는 다르겠지만. 맛도 있었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 나눠먹기 위해 사온 마음도 고마웠다.
티켓팅
얼마 전에 엄마가 박서진 콘서트 티켓을 예매해 달라고 하여 회사에서 7시에 대기를 하고 있었다. 티켓팅을 하고 헬스장을 갈 계획이었다. 카페테리아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헬스장에 언제 갈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7시에 티켓팅을 해야 해서 조금 늦게 간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함께 있던 동료들이 다 같이 티켓팅을 해주었다. 그렇게 5명이 함께 7시를 기다렸다. 결과적으로는 나를 포함하여 3명의 동료는 실패했고, 1명의 동료가 성공했다. 엄마가 꼭 가고 싶어했던 콘서트여서 고마운 한편,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지만 먼저 같이 해준 동료들이 감동을 받았다. 만약 나라면 ‘아 티켓팅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겼을 것 같아서. 내 개인주의 성향을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뽀찌’라는 말도 처음 알았다. 티켓팅을 대신 해줬을 때 성공하면 보수를 주는 개념이라고 한다. 헬스 끝나고 동료가 곱창을 먹고 싶다는 말을 해서 곱창을 사주겠다고 했는데, 너무 비싸다며 카페 정도로 괜찮다고 했다. 여러모로 사회성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 주에 헬스 끝나고 시간이 되는 동료들과 모여서 곱창, 대창을 먹기로 했다.
회식 / 외식
직무 조직 회식

장어를 먹으러 갔다. 장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맛없는 장어만 먹어서 그런 것 같다. 맛있었다. 다른 동료가 회식에 진심이라 다양한 회식 장소를 리스트업해서 다수결로 투표를 하여 결정했다. 직원 분들이 다 구워줘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친절해서 기분 좋게 먹고 나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2차는 다음 날 면접이 있어서 못 갔다.
부모님과 외식

어제는 아침에 요가에 갔다가 끝나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책 리뷰를 정리하고 있었다. 토요일이기도 하고 부모님이 모두 쉬는 날이어서 밖에서 저녁을 함께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일도 중요하고 새로운 모임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부모님과의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네이버를 탐색하면서 나름 증명된 곳으로 다시 갈까, 새로운 곳을 탐방할까 고민하다가 도장 깨기를 해보기로 했다.

바로 앞에 있는 세이브존 지하의 임성근 갈비였다. 고기를 주문하면 샤브샤브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 엄마는 집에서 출발했고, 나는 스타벅스에서, 아빠는 등산용 가방을 사러 중앙시장에 가셨는데 거기서 출발을 하셨다. 생각지도 못하게 맛있는 것을 얻어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정말 배가 터질 때 까지 먹었던 것 같다. 고기도 맛있었고, 수제비, 칼국수, 죽까지 알뜰하게 만들어서 먹었다. 식단을 조절한다고 했는데 무한리필은 이게 문제다. 평소라면 적당히 먹었을테지만 왠지 꾸역꾸역 넣게 되는. 결국 배가 가장 나온 상태로 집으로 가게 되었다.
가는 길은 공원을 통해서 걸어갔다. 야경이 좋았다.

헬스와 마라톤
헬스장에 등록한지 2주차. 별 생각없이 20km 마라톤을 신청하고 지금 이 상태로는 안될 것 같아서 동료들과 함께 헬스장에 등록했다. PT를 꽤 받아본 동료가 있어서 조금씩 가르쳐 준다고 했다. 아직 기구를 다루는 방법은 잘 모르겠고 아령으로 팔운동, 러닝머신으로 다리 운동 위주로 하고 있다. 한번 헬스장 트레이너가 너무 직접적으로 알려주면 안된다고 혼내서 조금 눈치보면서 배우고 있는 중이다. 너무 감시하듯 봐서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에 3개월이 지나면 다른 지점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저녁에 도림천에서 러닝을 하는 동료가 있어서 마라톤 연습도 할 겸 몇 번 따라 달려봤다. 5km 밖에 달리지 못했는데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다. 다리도 아프고, 숨은 차고. 이래서 어떻게 20km를 달리나 걱정밖에 안되고 지금이라도 취소해야되나 싶기도 하고. 도전은 좋지만 너무 객기가 되어서 몸이 망가지는 것은 아닐까 고민도 되는 한편,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러모로 고민은 되지만 중간에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시도는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아무래도 뛰어본 적이 없어서 유튜브로 마라톤에 대해서 조금 검색을 해보았다. 알고리즘 덕분인지 무쇠소녀단의 철인 3종과 기안84의 뉴욕 마라톤 등에 대한 콘텐츠를 보게 되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성취하는 모습을 보니 감동했다. 나도 모르게 또르르… 심지어 마라톤은 시각장애인 분들은 자원봉사자분이 이끄는 끈을 잡고서 달렸고, 두 발이 불편한 분도 양쪽으로 목발을 짚고 달리고 있었다. 8시간에 걸려서 결국 완주를 했다고 한다. 타인의 어려움으로 위안을 받으면 안되겠지만,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조금은 한심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직 1개월 남았으니 그 시간 동안 최대한 연습을 하고 도전해보려고 한다.
처우와 채용
업무적인 바쁨이다. 신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다시 공고를 올렸고 첫 날에만 30명의 지원자가 있었다. 그렇게 매일 수십명의 지원자들이 들어오니 실무를 하랴, 이력서를 검토하고 평가하랴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우리 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 시니어가 없어서 시니어 면접도 대신 참가하고 있다. 이력서 검토의 경우 지원 날짜로부터 평가가 미뤄지면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늦어지면 채용팀에서 혼나기도 했다. 헬스장에 갔다가 운동을 한 후 다시 회사로 돌아와서 이력서를 검토하고 집으로 가면 자정이 넘기도 했다. 하루 기록을 할 수 있을리 만무했다. 물론 변경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최근에 마음에 드는 한 분이 있어서 오퍼 준비 중이고, 그 와중에서 다른 팀원들도 학습 시키기 위하여 채용과 면접 경험을 주기로 했다. 포트폴리오 공유해서 평가를 해볼 수 있도록 했고, 면접도 돌아가면서 한 명씩 참여해보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다음 주에는 면접이 4건이 잡혔다. 면접 전에 다시 포트폴리오를 세부적으로 보고 질문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실무와 어떻게 적절히 배분할지 고민이다. 아마 오퍼가 수락되면 아무리 경력이 있어도 새로운 문화에 적응시키기 위해서 이런저런 노력과 시도를 해야하는 것도 당연하고. 여러모로 바쁜 일정이 예상된다.
이제는 피할 수 없다. 어차피 해야한다면 나만의 리더십을 잘 구축하는 것이 좋겠다. 전문성도 쌓고 리더십도 길러야 한다는 다짐은 있지만 아직은 다짐 수준이라 체계적으로 학습해볼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할 것 같다.
소소

점심에 먹은 오징어 먹물 닭가슴살. 비주얼이 다소 식욕을 감퇴하게 보이지만 나름 맛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맛있어 보이는 닭가슴살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는 굳이 오징어먹물로 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궁금해서 한번 시도해본 까만 덩어리였다.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를 샀다. 사장님에게 얇은 빨대 하나를 달라고 했는데, 막 다른 손님과 대화중이었던 사장님은 빨대 한 뭉텅이를 주었다. 일년 내내 써도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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