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으려 하지만 흩어지는 것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 피부를 스치는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 밤하늘에 수놓인 별, 다채로운 재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풍부한 맛, 내 세계에 들어온 존재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보내는 시간, 지평선을 가릴 정도로 광활한 갈대, 알록달록 예쁜 꽃, 알딸딸한 정신, 막힘없이 흘러나오는 소소한 대화거리, 나비를 잡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발걸음, 세밀한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가는 나비.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들을 놓친다. 어떤 것은 애초에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고, 어떤 것은 손을 뻗는 순간 멀어진다. 갖게 된 것, 놓친 것. 때로는 닿지 못한 것들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잃어버린 기회, 오래전 스쳐 간 인연, 한 걸음만 더 다가갔다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세계, 조금 더 시도해보았다면 닿았을지도 모를 목표. 가까이 두고 있을 때는 무심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온기를 깨닫게 된다.
한때는 시간을 움켜쥐고 싶었다. 좋은 순간과 감정이 오면 오래 붙잡아두고 싶었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삶의 조화가 영원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제 속도로 흘러가 버린다. 시도때도 없이 바뀌는 감정의 기복. 그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과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인하여 휘둘리는 태도가 답답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렴풋 하게나마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임을.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것을. 스쳐 간 사람은 기억 속에서 살아 있고, 놓친 순간은 내 안에서 새로운 의미로 변해 간다는 것을.
이제는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을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말자. 대신 스쳐지나간 것들이 남긴 흔적을 들여다보자. 잃어버린 것이 남긴 공백 속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해보는 것도 좋겠다. 닿지 않는 별을 보며 슬퍼하기보다는, 그 빛이 나에게 도달한 시간과 의미를 떠올려보자.
정말 소중한 것들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취하거나 가질 수는 없더라도, 그것을 보거나 마음 속으로 새기며 살아간다면 살아가는 동안 계속에서 나를 빛추는 빛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즐거움 한 스푼, 아쉬움 한 스푼, 심란한 한 스푼, 바램 한 스푼, 희열 한 스푼, 보람, 설렘, 움직이는 것, 껍데기 안에 있는 것, 가려진 것, 드러난 것, 만들어진 것.
만족스럽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다. 울면서도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하면서도 울 수도 있다. 창과 방패의 영원한 대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풍만한 삶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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