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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365 나에게 접속

1일1주저리. 도반(道伴)

by 점점이녕 2025. 2. 7.
도반(道伴)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도반은 말 그대로 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라는 뜻으로, 수행을 함께하는 벗을 말한다. 인생에 그런 벗이 있다면 큰 행운이다. 도반은 여러 형태로 찾아온다. 배우자, 부모, 형제, 연인, 친구, 직장 동료, 스승, 제자 등. 외형이 다르고 이름이 다르고 역할이 다를지 몰라도 그는 내가 몸과 마음이 약해져 깨달음의 길에서 이탈하려 할 때마다 나를 다독이며 손을 내민다. 나는 그를 보며 좋은 사람이 되겠다 다짐하고, 그도 나를 보며 좋은 사람이 되겠다 다짐한다. 이것은 진정으로 크나큰 복이고 행운이다. 그는 고독하지 않다. 그 관계를 소중히 하고 정성을 들여 유지해야 한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무한> 중

 

 

도반. 道(길 도), 伴(짝 반). 길을 함께 하는 동반자. '동반'은 많이 들어봤어도 도반이라는 단어는 생소한 것 같다. 동반. 同(한가지 동), 伴(짝 반). 자주 접하는 단어지만 '함께 하다' 그 이상의 해석을 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동반'도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단어지만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히 '함께 있음'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듯하다. 

 

동반은 크게 물리적 동반과 정신적 동반으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동반은 같은 일을 함께 하는 관계나 친구, 가족, 직장 동료처럼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존재가 해당될 수 있다. 정신적 동반은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과 생각을 공유하는 관계, 같은 목표를 바라보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가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동반자'라고 한다면 물리적 동반과 정신적 동반을 모두 포함하는 존재를 뜻하는 것 같다.

 

동반자라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나란히 엮어있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단순히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영향력이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함께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외로움을 덜어주고 심리적인 위안을 줄 수 있다. 또한 함께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새로운 시각을 배우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혼자라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일도 동반자가 있으면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혼자라면 부족했을 책임과 의지를 가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동반(同伴)과 도반(道伴)의 차이

그렇다면 도반은 동반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도반은 불교에서 유래한 단어로 원래 수행을 함께하는 벗을 의미하지만, 확장하면 삶에서 서로의 성장을 돕는 존재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 즉 삶의 방향성과 목적을 공유하는 존재를 뜻한다. 사실 여기까지 보자면 조금 더 깊게 해석한 동반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실하게 와닿지는 않는 것 같지만 '길을', '걷는다'에 집중해보면 그 차이가 조금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동반(同伴) 도반(道伴)
관계의 특징 함께 시간을 보내고 활동하는 관계 삶의 방향과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
핵심 요소 친밀감, 교류, 협력 성장, 깨달음, 철학적 동행
유대감 정서적 교류 중심 정신적, 철학적 교류 중심
친구, 가족, 동료, 연인 스승과 제자, 같은 목표를 가진 멘토, 사상적 동반자

 

보통 친구, 가족, 연인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 관계가 반드시 도반이 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도반은 단순한 친밀감을 넘어서 서로에게 거울이 되고 길잡이가 되는 관계라고 한다. 즉, 모든 도반이 동반일 수는 있지만, 모든 동반이 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동반에서 시작하다가 도반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이상적인 관계가 아닐까. 나는 과연 삶에서 함께 걷고 있는 도반이 있을까.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도반이 될 수 있을까. 

 

 

반을 찾아서? 반이 되기 위하여?

사람을 어려워해서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 최근에야 나름의 사회 활동도 하고 교류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전까지는 황무지나 다름 없었던 것 같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거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회피성이었을 수도 있겠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거라며 애써 단절하고 살아왔던 시간들. 제안을 하지 않으면 거부당할 일도 없으니. 편한 것 같기도 했지만 그 과정을 돌이켜보니 무언가 아쉬움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가치를 타인에게 둬보기 시작하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과, 더 가치 있는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는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주니어 분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다양한 혼란을 안고 계셨고 딱 몇년 전의 내가 떠올라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수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 번아웃에 빠졌을 때 도움이 되었던 책과 글쓰기 주제들. 실제로 진행해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마음을 잡고 나아가보기로 했다며 도움을 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가 왔다. 내 경험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라면 자신에게도 유익하고, 다른 세상에도 유익하게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살아오면서 다양한 도움을 받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하여 영향을 받은 대상들이 있지만 밀접함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동반과 도반의 개념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동반과 도반이 아니라고 하여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존재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동반과 도반이 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앞으로는 전혀 다른 세상의 도반을 만나게 된다면 더 의미 있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기본적으로는 스스로의 뿌리가 올곧게 내려야하겠지만.

 

 

드러냄과 발견의 의지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난다. 때로는 우연히, 때로는 필요에 의하여. 그렇다면 도반도 우연히 만나지는 것일까, 아니면 의식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운명론에 따르면 어떤 대상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또 다른 대상이 알아서 찾아오는 현상도 있지만, 운명을 믿지는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의지는 필요할 것 같다.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데 그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존재는 없을 테니까. 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는 쉽게 찾아지는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 인생의 방향이 일치하고, 서로의 성장과 꺠달음을 돕는 관계는 더욱더 단순한 우정과 친분과는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

 

도반을 찾는 과정은 우리의 삶의 방향과 가치를 탐색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도반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존재다.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전혀 다르다면 단순힌 친분은 가능할지언정 도반으로서의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깊이 있는 대화를 원하지만, 단순한 유흥을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둘은 도반이 되기 힘들다. 함께 나아가려면 방향성도 비슷해야 한다. 목표를 공유하거나, 서로의 목표가 조화를 이루는 경우 그 도반의 관계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 공동의 경험은 관계를 더 결속시킬 수 있다. 결국 도반은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삶의 방향성과 가치가 맞는 사람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형성되는 관계다. 따라서 도반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가치와 목표를 중시하는지 먼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도반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고, 관계에 소홀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따라서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경험을 지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반의 관계는 깊은 대화 속에서 유지될 수 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고민도 나누며 성장할 때 그 관계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단순한 인사 안부가 아닌 삶과 철학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도반은 서로를 격려하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냉철한 조언을 주고받는 관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대방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도록 도전과 질문을 던지는 태도도 필요하다. 서로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의존하거나 부담을 주는 관계여서는 안되며, 상호적인 관계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모두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결국 함께 성장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한 관계이기에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될 수도 있지만 결국 스스로의 노력과 의식적인 선택을 통하여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가치와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모르는 것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내 안의 도반 만들기

물론 좋은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의미를 찾는 것도 맞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도반이 없는 상태를 마주해야 한다. 때로는 도반을 찾지 못한 채 길을 걸어야 할 수도, 함께하던 도반과 멀어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렇다면 도반이 없는 삶은 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혼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 수는 없을까. 

 

도반이 없는 삶이 반드시 결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함께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겠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서 얻을 수 있는 자기 성찰과 내적 성장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들이며, 어쩌면 그렇게 세워진 홀로서기 가치가 있어야 휘둘리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세상의 도반을 만나게 된다면 지속적인 관계와 상호 성장을 위하여 노력하면 될 것이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 안에 영원히 내 편의 도반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결국 내 삶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것은 나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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