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줄이고, 8시 이후로 먹지 말자고 다짐한지 약 3일째. 지금은 자정.. 퇴근하는 길에 빵을 사왔지만 먹을 수 없다.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배가 고픈 게 아니라면 왜 뭔가 먹고 싶어지는 것일까. 얼마 전에는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카랴멜 팝콘을 흡입하고, 밤에 마라탕도 시켜먹었다. 배가 부른데도 남기면 아까워서 먹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뭐가 아까워서 몸을 망치고 있었는지 참으로 비합리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 정말 원하는 것이 음식이었을까. 산업화된 사회에서 음식은 개인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감정을 위로하며, 때로는 소비의 일부로 작용한다고 한다.
정말 배가 고파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먹는 것일까.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과잉 소비의 일환으로 음식을 대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성 현대성' 개념에 따르면 현대인은 끊임없는 불안과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에 의존한다고 한다. 음식도 이러한 소비 대상이 된다. 단순한 영양 공급이 아니라 먹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소비 형태로 자리잡은 것이다. SNS에서 유행하는 먹방 콘텐츠도 영양 공급이 아닌 엔터테인먼트와 시각적 쾌락이 되었고, 엄청난 양과 매운 음식에 대한 도전을 보면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는 음식 문화도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유동적 현대성 (액체 근대)
"우리는 왜 끊임없이 소비하고,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할까?"
"과거의 견고함 삶의 방식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런 질문을 던지며 현대 사회의 특징을 분석했고, 우리의 삶이 '유동적(Liquid)'이 되어버렸다고 진단했다. 유동적 현대성이란 무엇일까? 과거의 사회는 견고하고 안정적이었다. 사람들은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종교와 전통, 가족과 같은 가치가 삶을 지탱해주었으며, 사회적 계층도 비교적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며 더 이상 고정된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 직업과 관계, 가치관이 계속 변화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소비하고, 기존의 규범이나 전통보다 개인의 선택과 유연성이 더 중요해졌다. 즉, '고체(Solid)' 처럼 단단했던 사회 구조가 '액체(Liquid)'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가는 상태가 되었고 바우만은 이를 '액체 근대'라고 불렀다.
바우만은 과거에는 삶의 안정성을 노동을 통하여 찾았지만 이제는 소비가 중심이 되었다고 말한다. 소비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트렌트가 빠르게 변한다.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고, 소비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 하지만 그마저도 금방 변한다. 욕망은 충족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사도 곧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경험을 소유하는 것도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관계도 소비된다. 연애, 인간관계도 평생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맺고 쉽게 끊는 것이 되어간다. SNS에서의 인간관계는 팔로우/언팔로우처럼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바우만은 이를 '액체 사랑'이라고 부르며 관계의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현대 사회에서 음식은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 감정 조절, 소비 행위로 기능한다는 것이 바우만의 '액체 근대'가 음식 문화와 연결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도 소비되는 방식이 바뀌었다. 빠르고 즉각적인 만족이 중요해지면서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이 확산되었고, SNS를 통해 음식이 하나의 경험이 되면서 먹는 것보다 공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한다. 다이어트와 건강 트렌드의 반복은 끊임없이 새로운 음식 스타일이 등장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사실 음식 먹는 것을 촬영하거나 공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쉽게 접한 음식을 찾기는 했었고, 쉽게 먹을 수 있는 배달 음식을 선호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액체 음식'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은 유행을 따른다거나 소비를 통해 내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좋지 않은 시간에, 좋지 않은 음식을 몸에 넣고 싶다는 욕구는 잘 이해되지는 않는 것 같다.
도파민과 감정적 결핍
뇌는 높은 열랑과 당이 풍부한 음식을 보상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초가공식품은 도파민을 강하게 자극하여 일시적인 쾌락을 준다. 마약과 유사한 방식으로 뇌를 자극하는 고당/고지방 음식은 습관화되기 쉽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도파민을 얻기 위해 음식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감정적 허기짐 상태도 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허기진 상태. 신체적 배고픔과 심리적 배고픔은 다르지만 불안, 스트레스, 외로움와 같은 감정들이 소비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고 한다. 단 음식은 일시적으로 도파민을 증가시켜 위안을 주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끌리기도 한다. 기분이 울적할 때 고칼로리 음식을 먹고 싶은 이유도 유사하다.
사실 뭐 그렇게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었는데, 어떠면 무의식에 있었을 수도 있고. 나도 모르는 도파민에 의해서 좌우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냥 팝콘도 아니고 '캬라멜' 팝콘이 끌리는 것, 마라탕후루가 끌리는 것. 혀의 즐거움을 원해서일 수도 있고,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으로 해결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고. 그래도 다시 건강을 의식 하니까 패스트푸드나 식사 시간을 신경 써서 자제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전에도 같은 지식을 알았지만 행하지 못했던 이유는 다양한 요인이 있었겠지만 건강에 대한 의식이 다소 흐지부지 되었고, 알 수 없는 결핍이 작동했을 수도 있겠다.
음식은 소비, 감정, 뇌의 보상 체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하니까 나쁜 음식이 끌릴 때 음식이 아니라 운동, 취미, 사회적 관계 등 다른 방식으로 결핍을 채울 수 있도록 의식해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지금은 잠으로 해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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