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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365 나에게 접속

1일1주저리. 타인 발견

by 점점이녕 2024. 8. 21.

사람을 안다는 것. 나도 사람이고 주변에 사람이 넘쳐나지만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다. 나의 뇌로 생각을 하고, 육체로 감각을 느끼고 있음에도 나는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설명할 길이 없다. 어쩔 때는 나도 모르는 내가 튀어나오기도 하며,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원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행동을 하곤 한다. 그리고 후회를 반복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끈기가 있었나, 이런 긍정적인 면이 있었나 새로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복잡한 사람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그렇다.

 

나도 나를 잘 모르면서 다른 사람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적어도 나는 나의 경험과 감정, 신념, 가치관 등을 어느 정도 인지라도 하고 있지 다른 사람의 세상을 들어가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죽어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서로 간의 이해를 배제하고 살고 싶지는 않다. 어찌되었든 평생을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함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에도 내가 아닌 엄마와 아빠의 세상이 존재하니까.

 

생각해보면 인연이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부모님에 의해서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나름대로 내 삶을 꾸려가며 살고 있다. 그렇게 부모님이 나를 낳은 나이를 훌쩍 넘겼다. 부모님은 어릴 때 어떤 아이였을까. 분명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나와 다른 고민을 하며 살았겠지? 넌지시 듣기로는 엄마아빠가 어릴 때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못 먹었는데, 요즘은 너무 먹을 것이 많지만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이런 경험들을 들으면 사람은 무언가 부족한 상태여야 그것에 대한 갈망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돈도 그렇다. 돈을 잘 못 벌었을 때는 돈에 더 목을 맸는데, 돈을 조금 더 벌기 시작하니까 돈이 삶에서 많이 중요한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 그 부족이 어느 정도 채워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항아리 하나가 채워져서 채워지지 않은 다른 항아리를 탐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하튼 말이 샜는데, 지금까지 나를 알기 위해서 자기발견 글쓰기를 나름 꾸준하게 하며 나를 나름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흐릿하게 나마 윤곽을 그릴 수 있었다. 어쩌면 스케치라고 할 수도 있겠다. 처음부터 완성본을 염두해 두고 퍼즐처럼 그려나갈 수는 없다. 아직 색을 칠하기 전 단계로 틀만 만들어두었다고 할 수 있으며, 면과 색을 칠하면서 약간의 형태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삶의 스케치를 그리고 싶어졌다. 사실 그건 내가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미 그들이 그리고 있는 예술 작품을 조금 탐색하면서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타인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관심을 꺼두고 살아서 소통하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지금껏 피해온 만큼 더욱더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너무 내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탐험할 수 있도록 질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시도해보고 싶다.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졌다고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관점도 있었다고 포용력 있게 받아들이고 싶다. 또한 단순한 정보도 그저 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마인드맵처럼 그 사람의 역사, 관념, 가치관, 살아온 삶의 자취나 궤도 같은 것을 파악할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어 보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질문하는 것에 너무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된다. 당연히 실례되는 질문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 정도를 판별할 수 있는 정신은 갖추었으니 ‘이 사람을 알고 싶다’는 궁금증을 항상 지니고 살자.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그를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 노력하자. 그것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모님과 동료들도 포함이다.

 

꾸준하게 노력하다 보면 내가 아닌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날이 오겠지? 그리고 덩달아 나로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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