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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종료] 글쓰기 챌린지

14일. 정원사

by 점점이녕 2024. 6. 21.
[6/20] 오늘의 글감 : 현재 나의 일(프로젝트)과 관련된 사람 중 한 사람을 떠올리고, 칭찬해주세요. 3가지 이상! (ex : 회사원-팀장님, 부하 직원, 거래처 실장님/학생-선생님, 교수님, 선배후배 등)

 

약 9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총 4명의 팀장님을 만났다. 첫 번째 팀장님은 학교 교학팀에서 일하던 시기에 만났고, 세 명의 팀장님은 두 번째 직장인 현재 직장에서 만났다. 권위를 너무 내세우거나 권위가 없거나, 감정적이거나 이성적이거나, 일을 잘 못하거나 너무 일만 하거나, 능력이 많거나 적거나. 누군가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역시 사람의 스타일은 참 다양하고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행히도 뉴스에서 나오는 정말 이상한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분들도 있었지만, 어떤 특정 상황에서였을 뿐 사람 자체가 문제인 적은 없다. 마지막 팀장님은 내 성장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주신 분이다.

 

네 번째 팀장님과는 가장 오랜 시간 일 했다. 2020년에 팀을 변경했으니 이제 5년이 되었다. 가장 오래 일했고 지금도 일하고 있는 이유는 함께 할수록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0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해야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았다. 서로 다른 직군과 소통하며 서비스를 만드는 경험도 많이 했다. 때로는 프로덕트 디자인이라는 직무와 상관없는 업무와 내 능력에 너무 과한 일을 시키는 것 같다고 힘들어하기도 했다. 나에게만 어려운 일을 맡기는 것 같아서 연봉도 다른 사람들과 별 차이 없는데 너무 부려 먹는 것은 아닌지 불평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충하지는 않았다. 잘 하고 싶었고 눈치도 많이 보는 성격이라 못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싫었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지식을 쌓았고, 무엇보다도 자기효능감을 갖추게 된 것이 가장 큰 보상인 것 같다.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성격이었지만, 꾸준히 학습하고 몰입하면 처음 해보는 일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

 

도전과 경험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춘 것이 가장 좋지만, 그 외에도 얻은 것이 정말 많다. 업무에서 얻은 기획력은 내 삶을 어떻게 하면 더 풍요롭게 만들지 기획하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 또한 기획한 서비스로 특허를 냈고 특허 보상금도 받을 수 있었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하여 내 직무가 아님에도 배웠던 기술을 활용하여 부업을 시도했고, 덕분에 자는 시간에도 돈이 들어오는 작은 패시브인컴을 구축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연봉, 성과급, 스톡옵션이라는 회사 업무에 대한 보상도 적절히 잘 받았다.

 

능력과 보상 외에도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앞에서는 성장하고 좋았던 위주로 나열했지만 사실 스트레스도 많았다.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느끼기도, 신규 입사자 및 팀원을 케어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도 심했다. 잘한 것보다는 부족한 것을 크게 생각하는 성격도 한몫했을 것 같다. 누구나 그렇듯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했고 면담까지 진행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감사할 부분인데, 팀장님은 면담 이후에 회사에서 너무 몰입하지 않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해 주셨다. 4시 이후에는 일을 하지 말라거나 금요일에는 업무를 하지 말고 그냥 강의 같은 것들을 보라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리프레시 휴가를 길게 쓰고 오라고. 그리고 내가 잘하고 성과를 크게 낸 것들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해주셨다. 자존감이 많이 낮았던 때라서 위로가 됐던 것 같다.

 

지난 사회생활을 돌아보면 경력 대비 속성으로 많은 경험을 쌓은 것이 장점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리더 역할을 하고 있고, 이제 내 일을 잘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해진 시기다. 최근에 사내 스터디에서 <일의 격>이라는 책을 읽으며 좋은 리더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아직 내 업무에만 더 집중하는 것 같고, 다른 동료들의 성장에 대해서 책임감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리더에 대해서 생각해 보니 나는 과연 이런 리더가 될 수 있을까 걱정도 되는 한편, 보고 배울 리더가 가까이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사실 리더뿐만이 아니라 지금 회사에서는 주변 동료들에게서도 배울 것이 많다. 사회성이 부족한 나를 챙겨주고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는 동료들이 많다. 내가 잘 모르고 못 하는 부분에서 보고 배울 동료들도 많다. 나는 기대했던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실망하고 딱딱하게 대했던 적이 많은데, 내가 너무 받는 것에만 익숙해졌었나 보다. 부족했던 태도에 반성하고 내가 받은 만큼 좋은 동료,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일의 격>에 나오는 존경할 만한 리더를 항상 그려보자.

 

“직장 생활을 돌이켜보니 존경할 만한 리더들은 다 정원사 같은 리더였다. 그분들은 공통적으로 정원사가 하듯,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내게 사사건건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때로 판단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마치 폭우가 내릴 때 정원사가 나무들을 보호해 주듯이 방어해 주고 대신 책임을 져주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잘나서 이렇게 성장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자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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