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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종료] 글쓰기 챌린지

4일차. 맛있는 글

by 점점이녕 2024. 6. 6.
[6/6목] 오늘의 글감 : 내가 제일 자신 있는 요리를 소개해주세요. (라면도 가능!)

 

 

‘소식좌’. 언제부터 유행한 단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말이 널리 퍼지면서 어느 순간 소식좌로 불리고 있었다. 입이 짧은 편이고 점심도 잘 먹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적게 먹는 사람으로 여겨진 것 같다. 한두 입 먹고 배가 부른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음식에 대한 욕심은 없는 것 같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도 아니고, 줄이 길게 늘어선 음식점을 보면 굳이 오래 기다려서 먹을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떨 때는 먹는 것이 귀찮아서 포만감이 느껴지는 약을 상상으로 바라기도 했다. 왜 먹는 것에 욕심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봤을 때, 미각이 둔감해서 맛에 대한 느낌이 평준화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남들이 맛없다고 하는 것들도 그냥 그럭저럭 먹을만하고, 너무 맛있다고 감탄하는 음식들도 맛있긴 하지만 환호까지 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에게 음식은 배고픔을 채우고 영양소를 공급하는 정도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음식에 큰 관심이 없으니 요리에 관심이 없던 것도 당연지사. 살아오면서 제대로 된 요리를 한 기억은 없지만, 이번 년 초에 내 생활 방식이 너무 틀에 박혀있는 것 같아서 다양한 경험을 하자고 다짐하며 주 1회 요리하기 루틴을 진행했었다. 칼질도 잘 못하는데 요리다운 요리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다. 간단하게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월남쌈 키트를 주문하여 못난이 월남쌈을 만들었다. 굉장히 오래 걸렸고 겉보기에는 엉터리였지만 나름 맛은 괜찮았다. 그 이후로 버섯들깨당, 오이참치비빕밥, 떡볶이, 팽이순두부볶음, 감자피자, 에그인헬, 딸기소르베, 김치비찌찌개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보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들어 본 요리보다 근 6개월 동안 해본 요리가 더 다양한 것 같다. 막상 해보니 그리 어렵진 않았다. 유튜브에 검색만 하면 필요한 재료와 손질 방법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냥 따라 하기만 해도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왔다. 물론 그들이 만든 맛과 내 손으로 탄생한 맛이 같진 않았겠지만. 요리하기 루틴으로 스리라차, 참치액, 굴소스, 알룰로스, 올리브오일 등의 재료도 처음으로 사봤다.

 

요리 습관 만들기를 시도하면서 배달 음식을 줄였고, 조금 더 건강에 신경 쓰게 되었다. 최근에 자주 만들어 먹는 것은 오이참치비빕밥이다. 간단하고 맛도 좋아서 자주 해 먹고 있다. 재료는 양파, 오이, 참치, 밥, 참기름, 간장소스, 간마늘, 마요네즈다. 방법도 별 건 없다. 양파와 오이를 잘게 썰어서 나머지 재료를 넣고 비벼 먹으면 된다. 간장 소스는 달래장을 만들어두면 다양한 요리에 넣어 먹을 수 있어서 든든하다. 그리고 하나 중요한 게 있다면 이 요리를 할 때 직접 만든 도자기 그릇에 담아 먹는 것이다. 이 샐러드 볼 모양의 도자기는 원데이클래스에서 직접 빗어 만들었다(강사님이 대부분 해주긴 했다). 어쩌면 담는 용기가 안에 든 재료의 맛을 더 풍부하게 느끼게 해주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주먹는 비빔밥

 

최근에야 요리를 하려고 노력하기는 하지만 원체 음식에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아서 요리에 대한 추억과 경험, 실력이 아쉽기만 하다. 백종원은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어떤 음식을 먹어도 사용된 재료와 요리의 역사를 설명해 주곤 한다. 실제 요리를 할 때면 평범한 재료로도 감탄할 맛의 요리도 뚝딱 만든다. 관심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된다고 하는데,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를 시도하다 보면 세상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경험이나 배경지식이 바닥임이 드러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면 지금껏 무엇을 하고 살아왔나 싶은 후회가 생기기도 하는 것 같다.

 

앞으로 더 다양한 요리를 해보며 요리 실력을 쌓아보자고 다짐을 하는 한편, 사람마다 관심사나 몰입하는 분야가 다르기에 세상이 더 다채로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하며 살 수는 없다. 특히 수십 년을 투자해야 한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갖출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더라면, 오히려 역으로 그것은 당연한 것이 되며 특별함이 사라지게 된다. 제빵사라고 하더라도 직접 밀을 기르고 재배해서 밀가루를 만들거나, 닭을 키워서 달걀을 얻지 않는다. 밀을 재배하는 농부가 있고, 양계장을 운영하는 전문가도 따로 있고, 그들이 자기 분야에서 노력했기 때문에 싱싱한 재료들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 요리 전문가는 다른 전문가들이 세상에 내놓은 산물을 가지고 자기만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한 사람의 인생에서 요리가 꼭 음식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관심과 열정을 기반으로 만든 예술 작품들이 많다. 누군가에게는 음악, 그림, 조각, 시 같은 것들이 바로 요리일 것이다. 아마 내가 앞으로 크게 경험하지 못할, 음식에 인생을 바친 사람의 삶이 궁금해서 넷플릭스의 <셰프의 테이블>에서 이탈리아 최고 셰프인 마시모 보투라 셰프의 삶을 잠깐 엿보았다. 이 셰프는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매일 시장을 돌아다니고, 소와 교감한다. 한 치즈 공장에서는 ‘내 피는 발사믹 식초로, 내 근육은 파르미지아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진으로 피해를 본 지역의 치즈 공장을 돕기 위하여 치즈를 활용한 리조또를 개발하는 사회적 책임도 지녔으며, 옆에 있는 아내가 자신의 요리 인생에 큰 영향을 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도 가졌다. 한 분야에 미쳐있고, 철학과 열정까지 지닌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절대 평범할 수 없다.

 

 

나는 음식을 잘 만들지 못하고 먹는 것에 큰 욕심도 없지만, 글은 잘 쓰고 싶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과 경험, 지식, 사유라는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진 나만의 요리다. 입으로 먹을 수는 없지만 눈으로, 머리로, 생각으로 먹을 수 있는 요리. 요리사도 돈을 벌기 위해 기계처럼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가 있고, 자기만의 철학으로 고객과 세상을 감동시키는 것을 모토로 삼는 요리사가 있다. 이 두 요리사가 만든 요리는 맛과 향, 시각, 건강 등에서 분명 다르다. 난 후자의 요리사, 작가가 되고 싶다. 글도 기계처럼 써야 해서 쓰는 것이 아닌, 쓰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행동까지 이어지게 하고 싶다. 그 결과로 나온 글을 또 다른 누군가가 맛보아 자기만의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도 다양한 생각을 하고, 지식을 쌓고, 경험을 하고, 행동하면서 좋은 재료를 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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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평가

점수: 8/10

강점

  1. 진솔한 감정 표현: 자신의 솔직한 경험과 감정이 잘 드러나 있어 공감할 수 있습니다.
  2. 구체적인 경험: 요리에 대한 구체적인 시도와 결과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흥미롭습니다.
  3. 철학적 접근: 요리를 통해 삶의 철학을 탐구하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개선점

  1. 문장의 간결성:
    • 일부 문장은 길고 복잡하여 가독성을 떨어뜨립니다. 문장을 더 간결하게 만들면 독자가 이해하기 쉽습니다.
    • 예: "나에게 음식은 배고픔을 채우고 영양소를 공급하는 정도였던 것 같기도 하다." → "나에게 음식은 배고픔을 채우고 영양소를 공급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2. 일관성:
    • 글의 주제가 다소 분산되어 있습니다. 주제를 명확히 하고 일관성 있게 전개하면 더 좋겠습니다.
    • 예: 요리에 대한 경험과 삶의 철학을 연결하는 흐름을 더욱 강화.
  3. 구조의 명확성:
    • 각 단락이 주제를 뒷받침하도록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현재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예: 요리에 대한 경험 → 철학적 접근 → 글쓰기와의 연결.

 

오늘의 글쓰기를 통해 얻은 것

  1. 넷플릭스에서 <셰프의 테이블>을 보고 이탈리아 마시모 보투라 셰프의 삶을 잠깐 엿보았다.
  2. 무의식적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는 문장을 적었다.
    • 무의식이 맞을까. 아니면 의식이 있었는데 애써 나는 작가는 못 될 것이라며 숨기고 있던 것이 살짝 약해진 것일까. 그래도 내가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다면 다른 예술 작품은 잘 상상이 가질 않고, 그래도 글이 배우고 드러내기에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은 있다. 글을 전문으로 삼는 분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라는 치즈를 알게 되었다. 동그랗고 엄청 큰 치즈.
  3. GPT 리뷰로 글의 주제가 다소 분산되어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나도 느끼고 있는데 축약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쓰다보면 더 다양하게 생각하고 싶고, 배우고 싶어서 이것저것 다 나열하게 되는 것 같다. 메시지가 많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막상 쓰면 생각했던 것을 지우기 아쉽기도 하고. 다음에는 일단 많이 쓰더라도 정리할 때 하나의 주제로 묶을 수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나누어 봐야겠다. (지우기 말고 나누기)
  4. 내가 원하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평소에 재료를 잘 쌓아가자는 다짐을 했다.
    • 좋은 재료를 그냥 지나치거나 애써 좋은 재료를 얻었음에도 썩히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간의 생각을 잘 기록해두어야 할 것이며, 경험을 순간으로 치부하지 말고 얻을 것을 계속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래도 지금 진행하고 있는 글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식을 습득해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액션 리스트를 만들어서 시도해보려고 하고 있다.
    • 오늘의 기회가 아니었다면 <셰프의 테이블>이라는 콘텐츠를 봐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테니, 역시 얻은 것이 많다!

 

 

 

https://www.netflix.com/kr/title/80007945

 

셰프의 테이블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그들은 안주하지 않는다. 끝없이 노력하고 실험하며 전진한다. 그렇게 새로운 미식의 역사를 창조한다. 세계 최고의 셰프들을 만나는 시간. 에미상 후보에 오른 시리즈다.

www.netflix.com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직접 재료를 키우고 만들지는 않지만 좋은 재료를 알아보고 맛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경험할 것들, 읽고 볼 책과 영화 등의 콘텐츠들이 많다. 하지만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을 기르고 싶다. 미각, 시각, 청각 등 특정 감각에 특화된 사람들이 부럽다. 나는 과연 어떤 감각이 예민할까. 그것을 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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