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의 폐해
누구나 멋진 자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가능하면 완벽한 상태로 준비해서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한다. 그러나 오히려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려는 마음가짐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계획도 실행도 없다. <린치핀>에는 이런 문장도 나온다. '완벽주의를 조롱하다. 그것은 지루할 뿐만 아니라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가로 막는다.'
삶의 의미를 알지 못했을 때 왜 사는지 알 수가 없어서 우울했던 적이 있다. 나의 존재의 이유와 삶의 목적을 찾고 싶었는데 결국 찾짐 못하고 무기력해졌다. 정작 이런 상태에서 나를 끌어준 것은 '삶은 의미가 없다'라는 말이었다. 의미가 없는 것에서 의미를 찾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울해진다고 했다. 없는 것을 발견할 수는 없으니까.
완벽주의도 비슷한 것 같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가 없는데, 완벽함을 추구하느라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쉽게 포기하게 만든다. 무언가 실행하고 싶다면 인간 자체로 완벽하지 않고 인간이 행하는 모든 것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부족한 상태로 세상에 내보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삶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자고 다짐을 했던 것처럼.
하지 못하고 있던 것들
자기발견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적었던 글을 브런치에 빨리 포스팅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왠지 더 잘 써야할 것 같아서 포스팅을 쉽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글은 이미 있었음)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보충을 해야할 것 같았다. 심지어 글에 알맹이도 없어서 처음부터 다시 써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글도 있어서 포스팅은 중단된 상태다.
이번 년도에 에세이를 써보자고 다짐하기로 했지만 또 막상 현재의 내가 너무나 부족한 것 같아서 과연 책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남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30년의 삶을 나를 위해 기록하자고 다짐을 했음에도 타인을 계속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아니, 사실 토요일마다 주간 회고를 하는 날이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하지 않고 일요일로 미뤘다. 일요일인 오늘도 하지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지금은 새벽 1시고 내일 출근을 해야해서 회고까지 하면 늦잠을 잘 것 같아 또 미루기로 했는데, 이것조차 변명이겠지. 아침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콘텐츠만 소비하면서 낭비한 시간에 회고를 했다면 진작에 끝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한다는 것은 다 핑계다. 간절하지 않거나 나태해서 하지 않을 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바르게 말하면, 아는 것은 실제로 적용될 떄만 힘이 된다.’
보도 섀퍼의 <돈>에서 실행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나온 문장이다. 습득하는 것보다 실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있음에도 잘 되지 않는다.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과연 지금 만들어내는 것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도 들기 때문에.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전문성이 쌓였을 때 인풋을 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더 생각을 기록하고 부족한 것을 느끼면서 그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생각만 하고 있으면 자기 자신의 부족한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을 제 3자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산출물로 만드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막상 안다고 생각해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면 막막해지는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무언가 대략적인 느낌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므로 더욱 부지런히 무언가 쓰고, 그리고, 만들면서 나의 부족한 점을 느끼고 전문성을 키우나가보자. 부족할수록 더 많이 행해야 하는 법이다. 오늘도 생각한다. 나는 부족하니까 글을 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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