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이다. 아빠가 일을 하는 날이라서 어제 미리 엄마 아빠와 외식을 하면서 사소한 이야기도 나누며 잘 보냈다. 케익도 샀는데 어제는 배가 불러서 먹지 못했고, 오늘 아침에 아빠가 사준 생일 케이크를 한 조각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엄마는 미역국을 끓여주신다고 김치 냉장고에서 며칠 전에 주문한 소고기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소고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범인은 한 명이었다. 동생에게 소고기의 행방을 물었는데 국거리용 소고기를 아주 잘 구워먹었다고 했다. 그렇게 황태미역국이 탄생했다. 엄마의 정성이 담긴 미역국으로 점심도 클리어!
사실 생일이라고 엄청나게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생일은 생일 당사자가 아니라 오히려 힘들게 생명을 나은 엄마들이 노고를 축하받아야 하는 날인 것 같기도 했다. (엄마 감사합니다!) 그래도 일 년에 한 번 있는 날이다보니 몇몇 친구들과 지인에게서 축하 메시지와 선물이 들어왔다. 아마 카카오톡의 생일인 친구 서비스 때문인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생일을 외우고 다니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아마 채팅을 하려고 들어왔는데 생일인 친구 리스트에 올라있는 내가 눈에 띄었을 수도 있다.
종종 연락하고 만나고 지냈던 고등학교 친구들, 한 4-5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친구, 역시 3-4년 간 연락하지 않았던 대학교 친구, 꽤 자주 만났던 대학교 친구, 회사 동료, 전 팀장님, 1월 쯤 입사해서 수습기간을 종료하고 퇴사했던 디자이너 분, 부모님, 언니에게서 안부 문자를 받았다. 그래도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에도 생각했는데 세상은 혼자 사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 것 같다. 사실 혼자가 편하다는 말도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어서 그저 합리화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정말 세상에 혼자 있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사람들과 인관관계를 맺으면서 혼자’도’ 있는 것을 추구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4-5년 전에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는 꽤 오랫동안 카톡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처음에 엄청나게 긴 장문의 카톡이 와서 놀랐는데, 구구절절하고 사소한 이야기에 뭔가 그 친구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사실 예전부터 연락을 하고 싶었는데 뭔가 뜬금없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 상황이 안정적이지 못해서 먼저 연락을 못했다고 했다. 내 생일도 계속 기억하고 있었고 이번에는 용기를 내서 먼저 연락했다고 했다. 이렇게 말했는데 그저 고맙다는 한마디로 이 관계를 퉁치고 싶지 않았다. 나도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와 친구가 더 좋은 회사를 찾기 바란다는 말도 덧붙이며 더 사소한 이야기로 이어갔다. 형식적인 것은 아니고 정말 생활이 안정적이었으면 했다.
뭔가 이렇게만 적으니 나는 왜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냐고 한다면, 나도 살짝 먼저 연락하기가 불편한 상황이기는 했다. 예전에 이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있었다. 뭔가 내가 먼저 연락을 하면 돈을 갚으라고 닦달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전에 종종 먼저 했던 연락도 하지 못하게 됐다. 괜히 불편한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상황이 여유로워지고 떄가 되면 갚을 거라고 생각하고 친구가 먼저 연락하기 전에는 내가 먼저 연락을 해서 부담을 주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기간이 길어졌다. 한참 후에 친구가 돈을 갚기는 했는데 그 불편했던 관계가 조금은 남아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지금 당장 없어도 나에게 문제 없는 돈이어서 빌려주었지만 오히려 금전적인 관계가 더 서먹서먹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고민이 되긴 한다. 돈을 빌려주는 것 자체가 싫다기 보다는 돈으로 인하여 관계가 나빠질까봐. 그렇다고 정말 급해서 연락을 한 것인데도 안 빌려주는 것도 뭐하고. 사실 또 다른 친구에게도 나름 큰 돈을 빌려주었는데 또 연락이 안되고 있다. 뭐 이것도 때가 되면 주겠거니 생각하고 있고 주지 않아도 뭐 어쩔 수 없다고 여기기도 했다.
갑자기 돈 이야기가 되었는데 여하튼 이 친구와는 고등학교 때 잘 지냈고 졸업을 하고 나서도 종종 만나서 재미있게 보냈던 기억이 있어서 앞으로 연락을 하고 지내면 좋을 것 같았다.
여하튼 오늘은 내 생일이라는 타이틀로 생각하지도 못한 인연들과 연결이 된 날이었다. 안부 인사가 뭐 별거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누군가 자기 시간을 내서 나를 생각해주고, 그 생각을 글자로 쳐서 나에게 전송해주는 그런 수고를 해준 것에 감사함을 느낀 날이었다. 무엇을 갖고 싶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고 내가 좋아할만한 선물을 생각해서 보내 준 사람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 너무 무신경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날이기도 했다. 난 정말 친하지 않으면 먼저 연락을 하지도 않았는데, 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던 사람들이 먼저 연락을 했는데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면 내가 괜히 친한척을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했던 사람들도 사실은 먼저 연락을 해주면 좋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누군가에게 인사 한번 건네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괜히 불필요한 생각을 하면서 쉽게 타인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줄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드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도 큰 용기다. 다가오는 것만 바라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지 말자. 오늘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인간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고 깨달음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으녕아 으녕아!!!!!! 생일 진심으로 추카추카축하해🥳🎂🎉🎊x💕❤
갑자기 뜬금없이 연락와서 엄청 놀랬지???ㅋㅋㅋㅋ 사실 아 진짜 올해는 꼭 연락해봐야지!! 다짐 했는데 너 생일날에 생일 축하겸 연락해볼까 해서 노리고 있었엌ㅋㅋ 사실 카톡에 굳이 안떠도 나 너 생일 잊지 않고 기억하구 있다구우우우우 연락이 끊겨서 축하를 못 해줬을뿐ㅠㅠㅠㅠ 내가 계속 일도 들쑥날쑥하게 했다가 안했다가 막 망나니로 살다보니까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한테 먼저 연락을 안하게 되더라구ㅠㅠㅠ 뭐하고 사는지 너무 궁금하고 만나고 싶긴한데 내가 너무 한심하기도 허구 마음에 여유도 없구 결국은 그냥 안하게 되더라구ㅜㅜ 그래서 그냥 오는 연락이야 받지만 먼저는 안하게 되는?? 그래서 너한테도 계속 생각만 하구 연락을 못했었우ㅠㅠ 그러다가 올해는 뭔가 결심이 크게 스더라고! 꼭 하고야 말겠다는!!ㅋㅋㅋ 나 잊고 잘 살고 있었니 으녕아아어아아!!! 아 마자! 작년 추석연휴에 미영이가 은영이 너랑 나랑 셋이 보자구 했었는데 우리집이 명절연휴에 항상 바빠서 어디를 못 가거든 그래서 거절하고 담에 약속 잡자구 했는데 그러고 지금까지 못 잡았지ㅜㅠ 그때도 넘 아쉬웠어ㅜㅜ 그러니까 이제라도 꼭 보자보자 우리ㅠㅠ 아 그리고 나 회사 이번에도 잘 안 알아보구 걍 급하게 들어갔다가 일하는 동안 넘 스트레스 받아서 참고 참다가 때려치우고 짐 면접 다시 보고 있거든ㅋㅋㅋ 어차피 큰 기업 들어갈거 아니라서 솔직히 면접 붙는 곳들은 많은데 다 실속없고 느낌 안좋은?? 그런곳들이라.. 아직 더 면접봐보는 중야! 자꾸 마음 조급해서 급하게 들어가서 실패하니까 이번에는 좀 신중하게 선택해서 들어가려구ㅠㅠ 나이도 나이인지라 이제는 들어가면 전처럼 못 옮겨 댕기니까 더 신중해야 할거같어ㅜㅜ 어이코 쓰다보니까 줄줄 쓰느라 엄청 긴데 이걸 읽을수가 있을가..??? ㅋㅋㅋㅋㅋ 으녕이 너 지금 회사지?? 나중에 천천히 읽어야 겠다ㅋㅋㅋㅋㅋ 뭐하고 사는지 넘 궁금하고 보고싶다 으녕아!! 천천히 읽구 답장 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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