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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

이기적인 고백

by 점점이녕 2022. 5. 12.

1개월 전 신규 직원이 들어왔다. 내가 회사에서 담당하는 두 가지 직군 중 두 번째 직군에 속하는 전문가 2명이었다. 채용 공고를 올렸지만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없어서 회사 채용팀에서 먼저 인재를 찾아 입사를 제안해서 들어오게 된 분들이었다. 경력이 각각 3년, 5년이다. 전공자가 아니었던 내가 유투브를 보고 배우며 만들어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담당해 줄 사람들이었다. 전공자였고 경력자였기 떄문에 기대를 꽤 했다. 서비스의 퀄리티를 더 높여줄 것이라고.

 

1-2개월이 지난 지금 큰 실망을 했다. 업무 속도가 너무 더뎠고 산출물의 퀄리티도 좋지 않았다. 그냥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1-2일이면 끝날 업무를 2주가 넘게 하고 있는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재택 근무를 자주했는데, 재택을 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말이 되지 않는 작업 속도였다.

 

이들이 안정화 될 때까지 내가 임시 리더로 있었기 때문에 문제 사항을 체크하고 넘어가야할 것 같았다. 사실은 나도 신경쓰기 싫었다. 사람을 불편해하고 누군가에게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과 상대방이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 일만 열심히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그 두 분이 피드백을 요청해올 때마다 유투브를 찾아가면서 기능도 찾아주고 디테일하게 피드백을 했지만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팀장님이 근태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더 나태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5년차였던 분의 연봉은 내가 작년에 받았던 연봉과 동일했다. 나는 그때 A, B, C 업무하고 있었고 이 분은 C 업무만 매우 느리게 작업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회의감이 들었다.

 

매주 수요일에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 일주일 간 작업 과정을 공유하고 서로 피드백하면서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나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들에게 조금은 정신차리고 업무에 임하라는 인식을 주고 싶기도 했고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이건 표면적인 이유고 사실은 대충 일하면서 월급을 받는 모습이 기꺼웠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시간 내에 많은 것을 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고 스스로를 재찍칠 해가며 일했는데, 일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간단한 업무도 몇주간 공유하지 않고 월급만 받아가는 나태한 모습을 보니 회의감과 불만을 고조시켰다. 맞다. 나는 이기적인 이유로 스터디를 제안했다.

 

내일은 첫번째 스터디가 있는 날이다. 1-2개월간 느낀점을 적었다. 사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왠지 너무 사기저하가 될 것 같아서 억지로 잘하고 있는 점도 꾸역꾸역 적어보았다. 하지만 잘하고 부분과 부족한 부분에 적힌 글의 길이는 몇 배가 차이가 나서 아마 내가 하고자하는 말을 눈치 챌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 말을 하지 않으면 나는 계속 신경쓰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작업 계획서 틀도 더 구체적으로 업데이트했다. 작업 목표일을 사전에 설정하고 작업을 진행하면서 프로세스 항목별로 소요 시간과 상세한 내용을 기록하도록 만들었다. 시키기만 하는 것은 싫어서 내가 작업한 것도 이 틀에 맞춰서 미리보기 형식으로 작성을 해두었다. 그들이 이건 제대로 작성해줄지 잘 모르겠다. 내일 가봐야 알겠지. 부정적인 생각을 티내지는 않을 생각이다. 최대한 작업이 길어지면 작업자도 지루하고 의욕이 떨어질 수 있으니 두 분을 위해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내 마음에 있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서 문서를 작성하고 공유하고 스터디를 제안했다. 앞으로 약 10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실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동료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도 다른 사람을 신경쓰고 싶지 않지만 리더라는 자리는 그런 신경도 끄지 못하게 만들었다. 팀장님은 너무 신경쓰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게 잘 되지 않는 사람이다. 눈 앞에 뻔히 보이는 상황에 신경을 끌 수 없다면 해야할 것은 하나다. 그런 환경과 사람을 보지 않도록 만드는 것.

 

역시 여러모로 홀로서기를 빨리 해야할 이유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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