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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

이기적인 글쓰기

by 점점이녕 2022. 4. 22.

 

약 3개월 전 자기 발견 글쓰기를 하면서 삶의 목표와 정체성을 정해보았다. 3년 뒤 나의 구체적인 모습도 그려보았다. 이전까지 어떻게 하면 내 인생을 살 수 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정답은 아니더라도 대강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보는 과정을 통하여 미래를 설계했던 이 경험이 꽤 만족스러웠다. 인생에 답은 없지만 조금씩 나를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좋은 삶의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이 고민의 과정을 책으로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엄청나게 의미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살면서 한 번 책을 내는 것이 항상 버킷리스트에 있었고, 책 만드는 것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빠르게 경험해보자고 다짐했었다. 성장에 관한 콘텐츠를 많이 보니까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는 것보다 빠르게 행동하고 실패도 많이 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이 더 좋다는 마인드를 가지게 된 것도 한몫했다. 사실 그때도 별 영양가 없는 내 이야기도 종이를 낭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고민도 했지만 그냥 종이에게 사과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설사 누군가 내 책을 보고 욕을 먹더라도 그것조차 인생 경험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세바시에서 개그맨 김태균 님의 강연을 본 적이 있다. 김태균 님도 삶에 강박을 가지고 있는 분이셨다고 했다. 그러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하신 ‘삶은 짧으니 즐겨라.’라는 말을 듣고 자기를 알기 위하여 글쓰기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1년간의 자기 발견 시간은 책으로 나왔다. 그리고 책 속에서 확실히 이야기했다. 미안하지만 이 글은 나를 위한 글이고 독자님들의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글을 쓰면서 아무도 보지 않음에도 누군가 볼 것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검열하는 자기를 발견하고 반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도 반성하게 됐다. 내 삶을 디자인 하기 위해서, 나를 잘 알기 위하여 글을 매일 써보자고 다짐했는데 또 잘 써야 한다는 강박과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글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으로 오히려 문장 하나하나 검열하면서 내 혼란스러운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문장이 잘 이어지는지, 주제에 적합한지, 아니라고 판단이 들면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글이 채워지기는 했지만 뭔가 찝찝한 마음이 계속되었다. 논리적으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논리를 위해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삶을 고민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쓰기 위하여 경험을 더 해보기 위해서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조금 의미가 변질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또다시 결심한다. 나도 미안하지만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쓰겠다고. 일단 나를 위해서 쓰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나를 어루만지는 글쓰기를 통하여 내가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물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은 한다.

 

솔직해지고 치부를 드러내자. 바보 같은 나를 들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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