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은 왜 끝이 없을까. 이미 가진 것도 많음에도 왜 계속 가지려고 할까. 지식이든 경험이든 물질이든,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충분할 수 있는데 왜 항상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 부족은 과연 스스로가 느끼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일까. 아무래도 요즘은 후자에 무게가 쏠리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얼마나 가지고 있는 지가 중요해보인다. 커다란 집, 좋은 차, 많은 친구들, 색다른 경험, 뛰어난 외모, 키, 눈으로 보이는 그 모든 것.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내가 하지 못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반대로 남들이 가지지 못하고, 하지 못한 경험을 자랑스러워한다. 사람들에게 눈이 없었다면 그저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았을까 잠깐 상상해본다. 비교와 우월주의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면 만나서 촉감으로라도 계급을 나누었을까. 왠지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다.
비단 물질적인 것에서만 그럴까.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끝이 없는 성과 측정, 연차에 비례해야 하는 업무 능력, 주변 동료들과의 상대 평가. 물론 이 모든 것은 객관적인 보상을 위한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팀원 리뷰를 주기적으로 해야하는 상황이 닥치자 그들이 하지 못하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업무 효율을 높이며 일에의 몰입을 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업무 외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맡아서 하는 것은 저평가되고, 업무를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냈는지, 하루에 몰입한 업무 시간은 몇 시간인지, 스프린트 단위로 진행한 이슈나 프로젝트의 산출물은 어떠했는지 평가를 하고 있으니 사람을 수치화한다는 말이 이것인가 싶기도 하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못하고 기계나 경제체계로 보고 있다는 말.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나를 성장시키고 회사도 성장하는 상부상조의 방법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리고 회사를 통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음을 충분히 느끼고 있고. 그런데 종종 단순히 열심히 한다거나 회사에 몰입한다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하여 하는 행동이 있었던 것도 같기도 하다. 회사 뿐만이 아니라 습관을 유지하고 글을 쓰는 것도 너무 껍데기를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고민된다. 그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생각해왔다고 여겼지만, 막상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감 있는 사고 탐색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경험과 지식, 지혜의 수준이 아쉽기만 하다. 나는 정말 잘 하고 싶었던 것일까,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타자의 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상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없음은 안다. 이렇게 의식하게 된 시간을 가졌다면 조금 더 나의 본질을 찾기 위한 노력은 해야할 것 같다. 있어보이는 껍데기에서 벗어나서 알맹이를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자. 생각을 더 확장하고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건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일 수도 있겠다. 아이러니하다. 내가 올곧게 서기 위해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지만, 타인에 대한 관심을 많이 두어야 한다는 것이. 지금 쓴 말이 모순되게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알고 있다. 어떤 의미인지.
지금 마음이 조금 허하다. 내 부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며 만족하며 산다고 나아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더 곪고 곪아서 더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작은 상처일 때 발견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부족을 메꾸어 나가자. 만약 또 다른 상처가 생긴다면 하나하나 치료하면 되지 않을까. 때로는 약을 바를 수도 있겠고, 때로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아무는 것들도 있겠고. 어쩌면 평생 남아있는 영광스러운 상처가 될 수도 있겠고. 딱지가 되어서 떨어지면 새살이 돋아날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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