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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365 나에게 접속

1일1주저리. 타인의 삶에 접속

by 점점이녕 2024. 8. 2.

짧은 시간 동안 쓰여진 글을 모아둔 책이기에 깊이감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냥 내 생각의 깊이가 부족했기 때문이고, 일종의 오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의미 없이 의식의 흐름으로 써 내려간 주제에 대해서 다른 분들은 본인들의 삶의 색을 뚜렷하게 그리고 있었다. 같은 사물과 현상,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이렇게 차이가 있구나 싶다. 스스로의 부족함도 느꼈지만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을 배우기도 했다. 이 자체로도 내 세계를 확장하는 과정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유익했던 것 같다. 아마 평생 배우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총 15가지의 주제 중에서 크게 의미 없이 써 내려간 주제들이 많다. 되고 싶은 동물, 요술램프, 운동, 무인도 등등. 문집에 실을 수 있는 지면이 한정적이어서 나름 써내려 가면서 보람을 느꼈던 주제 몇 가지만 싣게 되었다. 책 이름은 주제 중의 하나였던 ‘요술램프’로 나왔다. 나는 싣지 않는 주제여서 조금 아쉬웠지만, 책을 읽어보니 알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더 성장한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었고, 지금 가진 것에서도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글을 쓰고 책을 만들기 위해서 시간을 투자한 것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소원을 지니에게 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루고 있는 과정이 아닐까.

 

램프 속은 텅 비어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지니는 없으니.
반딱거리는 램프 위로 비치는 ‘나’. 그 실루엣이 램프 위를 아른거린다. 마침내 나는 나의 지니를 만났다. 세 가지 소원은 모두 ‘나’에게 달려있던 것이다.
- 요술램프 중
소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우리와 소중한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마법일지도 모른다.
- 요술램프 중

 

나는 지니에게 너무도 평이하게 가족의 건강, 나의 성장, 사회적 문제의 해결 같은 것들을 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아서 낙담을 하고 끝냈다. 암울하게 끝난 내 글과 희망으로 찬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니 다음에는 내가 행동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긍정을 향해 방향을 틀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문제만 나열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없으니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그런데 사실 지금 책을 읽고 느낀점을 적고 있는 이 시간도 긍정과 유익을 남기기 위한 과정이긴 하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접하고 내가 더 나아질 부분은 없는지 배우고. 그런 목적을 고려한다면 나름 성공적이다. 외부 환경과 대상에게 소원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이루어가자고 다짐할 수 있었으니까.

 

한편 세종대왕님에게 감사하는 글을 보았다. 한글을 만들어주셨기에 서사를 꿈꿀 수 있었다고.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 지금 당연하게 쓰고 있는 이 글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피와 땀을 흘렸을까. 이런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부분들을 일깨워 주기 때문에. 한글이 없었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과 감정, 경험들을 어떤 식으로 기록하고 느낄 수 있었을까. 이것도 상상이 되질 않는다. 내 삶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접하며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전하, 전하가 만들어주신 글자들에 반한 뒤로, 동글동글한 글자들에 매료돼서 글자를 레고처럼 갖고 놀다가, 연필로 글자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다가, 결국 그 글자들로 서사를 써 내는 것을 꿈꾸게 됐어요. 20년이 좀 못 되게 여전히 꿈꾸며 21세기에서 살고 있어요. 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예쁘고 이렇게 고운 글자들을 만들어 주셔서. 전하의 글자들이 저를 꿈꾸게 했고, 살 수 있게 합니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백성들 중에서도 어리석은 사람이라 결국은 뭔가를 만들어 낼지 못할지도 몰라요. 글자를 만들어주신 전하께 예쁜 이야기로 보답하지 못해도 미뤄하진 말아주세요. 고맙습니다, 전하.
- 요술램프 중

 

확실히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기록해보니 배우는 것이 많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을 얻을 수도 있었고 좋은 콘텐츠도 알 수 있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좋았던 것을 그냥 느낌과 생각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반영할 수 있도록 실천하는 것이다. 말로만 그럴싸하게 포장하지 말고 항상 관점을 다각화하여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너무 좁게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하기. 다음에 시간이 되면 또 하나의 허물을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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