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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365 나에게 접속

1일1주저리. 랍스터처럼 살기

by 점점이녕 2024. 7. 30.

6월, 지난달 참여했던 글쓰기 모임에서 제작한 문집을 읽었다. 총 18분이 참여했고, 나를 제외하면 17분의 삶을 짧게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같은 질문에 대해서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너무나 다양해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귀여운 글도 있었고, 공감되는 내용도 있었고, 인상 깊었던 부분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하루에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작성한 글이기에 진정한 책이라도 하기에는 깊이감이 없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더 날 것의 삶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각 잡고 글쓰기를 했다면 아무래도 자기 검열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잘 써야 한다는 강박과 제대로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어쩌면 무색무취의 평이한 글을 낳을 수 있으니까.

 

3주 동안 평일. 총 15일간 글쓰기 챌린지가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15가지의 생각을 머리에서 끄집어내 볼 수 있었다. 주제는 세상과 사람에 궁금한 것이 많다는 호스트님이 미리 전달해 주셨다.

 

 

15일 간의 글감

  1. [6/3월] 요즘 나는 무엇을 할 때 집중하고 몰입하는 편인가요?(요즘 가장 재미있는 무언가!)
  2. [6/4화] 고장이 났거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데도 계속 가지고 있는 물건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아직 가지고 있는 이유는요?
  3. [6/5수]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손에 넣은 당신, 지니에게 3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4. [6/6목] 내가 제일 자신 있는 요리를 소개해주세요. (라면도 가능!)
  5. [6/7금]  동물로 태어나야만 한다면, 내가 되고 싶은 동물은?(사람 제외) 그 이유는요?
  6. [6/10] 노래방 18번 곡을 알려주세요!
  7. [6/11] 살면서 했던 거짓말 중 가장 강력했던 거짓말은?
  8. [6/12] 내가 볼 수 없다면? 볼 수 없는 삶을 상상해봐요.
  9. [6/13] 지금의 내 삶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10. [6/14] 크루즈 여행을 하던 중, 배가 난파되어 조난 상황에 처했어요. 탑승객 100명은 모두 무사해요. 무인도에서 생존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나누기 시작했어요. 당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요? (ex : 먹을 것 사냥, 채집, 집 짓기, 요리하기, 무리의 리더, 리더 옆의 이인자, 다친사람 돌보는 의료진, 육지와의 기술적 연락 시도(기술직), 그림 그리기 등 상상력을 발휘해 보아요!)
  11. [6/17] 이성을 볼 때 가장 처음 보게되는 것은? 그 이유는요?
  12. [6/18] 최근 1년간 시청했던 영화/드라마 중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드라마를 소개해주세요.
  13. [6/19] 운동/스포츠 종목 하나를 마스터 할 수 있다면 선택하고 싶은 운동/스포츠는?
  14. [6/20] 현재 나의 일(프로젝트)과 관련된 사람 중 한 사람을 떠올리고, 칭찬해주세요. 3가지 이상! (ex : 회사원-팀장님, 부하 직원, 거래처 실장님/학생-선생님, 교수님, 선배후배 등)
  15. [6/21]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60대의 삶을 묘사해 봐요.

 

 

평소에 자주 생각해서 쉽게 써 내려갈 수 있었던 주제도 있었고,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아서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이 깊었던 주제도 있었다. 아무래도 상상력이 부족한 편이라 ‘요술램프를 손에 넣었다’거나 ‘동물로 태어난다면’과 같은 비현실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쓰기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관심 있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한다면 편협한 사고방식이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도 새롭게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다양한 정보를 참고해서 적어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경험과 생각이 풍부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글쓰기에 실패했던 것 같다. 쓸 내용도,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는 쓰기 위해서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이 아니라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을 많이 참고하기 위하여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서 찾아보기도 했다. 가령 첫날의 주제였던 ‘몰입’에 대해서는 몰입과 관련된 영화를 검색해서 <위플래쉬>라는 드럼에 미친 연주자에 관한 삶도 돌아보았고, ‘앞을 볼 수 없다면?’이라는 주제를 위해서 <블라인드>라는 눈이 먼 남자의 이야기와 실제로 시청각 장애를 가진 분의 생활을 유튜브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해보았다. 아무래도 목적을 분명히 하고 찾아보았던 콘텐츠였기 때문에 더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것 같다.

 

‘볼 수 없다면’이라는 주제는 가장 쓰기 어려웠다.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너무 힘들어서 과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막막했다. 하나의 감각을 잃은 대신 다른 감각이 발달할 것이라 생각해보아도, 이 세상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서운 환경이기에. 아니 장애를 가졌거나 일반적인 사람과 다르다면 살기 어려운 세상이기에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고 다짐을 해보아도 답답함만 가중되었다. 상상만 해도 막막한 삶이었지만 분명 이 세상에는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살아가는 분들도 분명히 있다. 그제야 그분들의 삶에 조금 더 다가가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원샷한솔님이 소수의 생활을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도 더 이해하게 되어서 정말 멋있는 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상상해 본다고 해도 그들의 실제 고통에 대해서는 발끝만치도 모를 것이다. 불편함이 있는 분들을 위해서 나는 행동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저 좋은 말만 하며 그래도 소수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합리화를 하는 위선자 같은 생각도 들었다. 상상도 힘들었고, 쓰는 과정에서도 씁쓸함이 있었던 날이었다.

 

반성하는 날도 있었지만 유익한 날도 있었다. 두 번째 질문이었던 ‘쓰지 않는 물건인데 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오래된 물건을 찾기 위하여 주변을 둘러보다가 편지를 떠올렸다. 딱히 쓰임은 없지만 버리지 못하는 것. 최근에 이사를 오면서 거의 다 버렸지만, 굳이 챙겨온 것. 글을 쓰는 김에 서랍에 넣어두었던 편지를 다시 꺼내어 읽어보았다. 왜 편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적어 보면서, 나에게 편지를 써 준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깨달은 것이 있다면 행동을 해야야 이 시간을 유익하게 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편지를 많이 보내주었던,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친구에게 용기내어 먼저 연락해 보았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도 커서 원체 먼저 연락하는 타입이 아니기에 무시 당하면 어떡할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 친구에게 답장이 왔다. 어떻게 사는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고, 다시 만나는 경험도 해 보았다. 단순한 글쓰기라고 생각했지만, 끊어졌던 인연을 다시 잇는 경험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 결국 행동을 하기로 한 나의 용기도 있었지만.

 

업무가 바쁜 시기여서 촉박하게 적은 날도 많았지만 고민하고, 학습하고, 적어보고,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내 이름이 들어간 책이 나왔다는 것. 책을 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는데 이렇게 빨리 달성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책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지식, 지혜를 쌓은 후에 4~50대 정도는 되어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쉽게 시작한 챌린지를 통하여 그렇게 바라던 산물을 얻게 되었다. 물론 생각의 깊이감이 있는 책은 아니라서 사실 누가 보기에는 조금 창피하고 자기만족으로 그쳐야겠지만. 그래도 목표를 너무 크게 잡지 말고 작게 시작해도 된다는 경험을 얻은 것 자체로 만족스럽다. 너무 거창한 미래만 생각하느라 지금을 놓치지 말라는 교훈도 얻은 것 같다. 살아가면서 그 시기에 맞는 부족한 껍데기를 조금씩 남겨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책 내용 중에 ‘동물이 된다면’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어떤 분은 랍스터가 되고 싶다고 적었다. 허물을 벗으며 약해지기도 하지만 새로 태어나 점점 단단해지고 싶다고. 나는 하늘은 날고 싶고 잡아먹히기 싫어서 독수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갑자기 창피해진다. 나도 랍스터처럼 살아왔던 허물을 남기고 더 단단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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