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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365 나에게 접속

1일1주저리. 조금씩 깊게 파고들기

by 점점이녕 2024. 7. 18.

 

깊은 사고의 부재

 

확실히 깊게 생각하는 여유를 부리지 못하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도 왜 이렇게 생각이 잘 나지 않는지, 문장이 나오지 않는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뭔가 잡힐 듯 말 듯한 심상과 생각들. 콘텐츠를 보고 유익함과 깨달음을 얻은 것 같긴 하지만 도무지 눈으로 보이는 문자가 되지 않는다. 손가락이 빠르기를 바란다. 쉬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이며 스스로도 깨닫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교훈을 줄 수 있는 글을 작성하기를 원한다. 빠르게 성장하고 빠르게 성장을 전파하기를 원하고 있다. 깊이 사고하기보다 겉으로 핥으며 깊은 것을 빠르게 내길 바라고 있던 것 같다. 써보니까 알겠다. 얕은 생각은 얕은 글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왜?’라는 것은 의미와 목적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필수다. 서비스 기획을 할 때도 가고자 하는 방향이 적합한지는 의문이 들 때는 항상 Why를 생각하며 길을 제대로 설정했는지 확인하게 된다. 사이먼 시낵의 골든 서클은 좋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유명한 방법론이다. why, how, what으로 구성된 동그라미의 가장 안에는 why가 자리잡고 있다. 어떻게,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왜’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나는 왜 지금 글을 쓰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글쓰기는 중요한 루틴 중 하나인데, 글을 쓰려는 이유는 생각하고 배우기 위함이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시간을 되돌아보니 시간이 버려진 것 같았다. 분명 지금까지 많은 하루를 보내왔는데,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유익했는지, 의미있게 보내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아니, 확신은 커녕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조차 기억에 남지 않았다. 죽어버린 시간이었다. 시간은 정말 쏜살 같다. 살아온 시간에서 그렇게 느껴졌다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의미없이 쏜살같이 죽음에 이르고 싶지는 않아서, 나를 알고, 세상을 알고, 내 세계를 더 확장하면 의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루하루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결정은 옳았다. 그 과정을 통해서 자기효능감을 갖출 수 있게 되었고, 세상은 혼자라는 생각을 뒤 엎고 조금 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취미를 경험하려고 시도하고, 세상에 내 것을 내놓으려고 노력하게 되었으니까.

 

물론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전히 글은 잘 써지지 않으며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것 같다. 유려하고 깨달음을 주는 문장을 만들고 싶지만 아직은 어휘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건 빠른 것을 추구하면 이룰 수 없을 것 같다. 더 깊이 생각하고, 언어라는 것을 더 깊이 탐구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대충 훑어보고, 대충 적는다면 원하는 깊이는 당연히 이룰 수 없다. 그래도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 어릴 때는 ‘편협하다’ ‘호도하다’과 같은 어휘를 잘 이해하지도 못했고, 내 생각을 주장하면서 인용할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꽤 많은 콘텐츠와 문장들이 생각나고, 내 생각들과 적절히 조화롭게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앞으로 계속 노력한다면 내가 원했던 독자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글도 작성할 수 있으리라.

 

아티클에는 세상이 너무 빨라져서 깊게 사고하는 방법을 잃고 있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트렌드와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뒤쳐진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은 발맞춰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공감한다. 걱정과 두려움이 너무 큰 성격이라 눈치도 많이 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뒤떨어지고 부족해보이기가 싫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여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돈이 많았으면 좋겠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을 보면 나도 그만한 능력과 영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이 그 사람의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좋은 모습 뒤에 슬픈 모습도 있을 것이고, 외로운 모습 뒤에는 밝은 모습도 있을 것이다.

 

 

 

 

생존 모드에서 살아남기

 

뭐 이런 말을 적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여하튼 불안 속에서 인간은 생존 모드에 들어간다고 한다. 당장의 생존이 급해져서 깊은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인간의 시간은 한정적이고, 당장 이루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 이상을 추구할 수는 없으니까. 매슬로루의 욕구의 5단계 이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생존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안전이나 사회적 소속 욕구를 추구할 수 없고, 안전의 욕구가 추구되지 않으면 사회적 소속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물론 햇빛을 쬐기 위하여 왕에게 그림자를 치워달라고 했던 디오게네스를 떠올리면 기본 욕구를 넘어서는 존재도 분명 있는 것 같지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남들이 추구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요즘 AI를 많이 학습하려고 한다. GPT도 업무와 실생활에 많이 이용한다. 이제 AI를 잘 다루지 못하면 뒤쳐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2년 전 쯤에는 코딩을 배우려고 했다. 요새는 초등학생 때부터 코딩을 배우기 때문에, 지금의 노인분들이 키오스크를 잘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이슈인 것처럼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물론 제대로 배우지는 않았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철학과 삶의 목적이 없을 때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좋아 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보다는 남들이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을 갖추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은 없고, 배워야 할 것은 너무 많고, 하지만 정말 이 길이 맞는지, 나중에 또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이 달라지면 어떡할지 걱정이 많았다. 기준이 바깥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꽤 우울한 과정을 거쳐서 나를 이해하게 되었고, 나에게 맞는 길을 어느 정도 다듬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불안과 불확실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세상이 너무 지겨웠지만, 다행이 계속 생각하고 행동한 덕분에 의미와 행복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성장통이었다.

 

혼자 이루지는 못했다. 먼저 고민을 하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 분들에게서 많이 배웠다. 그게 책이든 영상이든. 아직 이 세상에는 삶의 의미와 자기의 존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이해는 할 수 없다. 답이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이 있다면 스스로 의미있는 존재로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것. 내가 이런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만족스러운 비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삶은 퍼즐, 삶은 OO

 

깊은 생각을 하면서 자기를 알아간다는 것은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다고 한다. 아직 어떤 그림이 완성될 지도 모르고 퍼즐의 조각이 너무 작거나 조금 위치가 바뀔 수는 있지만. 그러나 너무 많은 퍼즐 조각을 여기저기 갖다 붙이고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면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어제 내가 생각했던 삶은 그림이라는 생각과 비슷해서 신기했다. 나에게 퍼즐은 색상 방울이었고, 퍼즐의 판은 도화지였다. 채도나 명도와 같은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방울을 떨어뜨리다 보면 탁해지기만 할 뿐이다. 강렬한 것이 부럽다고 해도 나만의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것도 나만의 예술이다.

 

내가 디자인을 해서 삶은 그림으로 비교를 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생각한다면 ‘삶은 기획’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마 각자의 삶의 비유가 있을 것이고 그게 정답일 것 같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보았던 이탈리아 마시모 보투라 셰프는 이렇게 말했다. ‘내 피는 발사믹 식초로, 내 근육은 파르미지나오다’. 다른 사람들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난 주 글쓰기 모임에서 만났던 분은 버드나무가지처럼 살고 싶다고 했는데.

 

 

 


참고

https://heuton.kr/about/manifesto?utm_source=newsletter

 

깊은 생각이 사라져 가는 시대 | 휴튼

휴튼의 존재 이유

heut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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