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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365 나에게 접속

1일1주저리 - 달개비와 성장

by 점점이녕 2024. 7. 15.

너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일상적인 실천과 성장을 쌓아가는 것에서 발전이 나타난다는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목표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물론 해석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거창한 목표'에서의 목표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이해하지 못한 채 먼 미래의 거대한 달성만 바라보는 것이 큰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오늘이 포함된 목표냐, 오늘이 포함되지 않은 목표이냐에 따라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지금이 포함된 목표는 인간의 태도와 같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말하게 되어있다. 많이 배우고 느끼며 점점 나아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살 것이다. 반대로 고작 하루의 노력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돈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면 꽤 오랫동안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한 삶이라고 치부할 확률이 높다.

 

나에게 목표는 태도다. 하루 습관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쌓아가는 것. 새로운 것을 접하고 내 세계를 확장하는 것,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 시간의 축적에서 가치를 느끼는 목표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작은 행동도 의미가 있는 법이다. 걸어가고 싶은 길이 있지만 물길이 세다면, 돌다리를 하나하나 놓아두면 된다. 그걸 던져서 가라 앉히거나 사방팔방으로 놓는다면 다소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제 놓아둔 돌보다 앞선 위치에 계속 하나씩 놓다보면 원했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 물론 누군가 갑차기 툭 쳐서 돌을 떨어뜨니거나 깨먹는 경우도 분명 있겠지만, 그 부스러기들도 쌓여서 더 단단한 지지대를 구성할 수도 있다. 그건 내가 건널 길을 잃은 것이 아닌 잠시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쉼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조금 더 넓어진 면적에서 앉거나 누울 수도 있는. 항상 서 있을 수는 없으니까.

 

연초에 동료가 제주 달개비를 주었다. 작은 황색 화분에 겉에서 보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이파리가 몇 개 심어져 있었다. 뿌리가 없어서 조금만 건드려도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방향을 바꾸려고 살짝 만졌는데, 흙에서 줄기가 빠져나와서 그냥 두기로 했다. 언제 자라려나. 뿌리가 없어서 혹시 죽은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그러다 한 참이 지나서 살펴보니 작은 이파리들이 생겨났다. 툭 건드려도 줄기가 빠지지 않았다. 줄기가 뿌리가 된 듯 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화분 위로 달개비가 튀어나왔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너무 길어져서 줄기가 꺾이고 덩굴과 같아졌다.

 

 

어제 줄기를 잘라서 새로운 화분에 심었다. 이파리 몇개가 흙어 파뭍혀서 아까웠지만, 이것도 좋은 양분이 될 것 같다. 달개비가 살아가는 면적이 넓어졌다. 언제 크려나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그냥 건들이지 않고 물만 잘 줬더니 잘 자랐다. 잭의 콩나물처럼 바로 커지지 않고 몆 개월이나 걸렸지만 분명히 성장했다. 막 자른 줄기에서도 분명 새로운 줄기가 자라서 많은 이파리가 또 생길 것을, 흙 속에 뭍힌 줄기는 뿌리가 될 것을 안다. 그냥 나는 묵묵히 주기적으로 물만 주면 된다.

 

 

 

 

 


참고

 

 

좋은 방향으로, 매일 조금씩 성장하기 | Disquiet*

지난 주에 우연히 Growth Without Goals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글은 성공은 목표 없이 일상적인 실천과 성장을 쌓아가는 것에서 오며, BEP 달성, 엑싯, IPO 같은 성취보다는 지속적인 탐구에 초점을 맞

disquiet.io

좋은 방향으로, 매일 조금씩 성장하기

지난 주에 우연히 Growth Without Goals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글은 성공은 목표 없이 일상적인 실천과 성장을 쌓아가는 것에서 오며, BEP 달성, 엑싯, IPO 같은 성취보다는 지속적인 탐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성공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저에게 이 글이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최근 작성했던 작게 생각하기라는 글에서도 언급한 내용인데요. Top down 형식의 커다란 목표 설정이 어쩌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자연스럽고 오히려 달성하기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는 처음부터 숲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 어떻게 하면 좋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햇빛을 더 받고, 수분을 얻을 수 있을지에만 집중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생존하고 성장을 하다보면 커다란 나무가 되어있고, 그 나무가 주변에 더 많은 나무를 퍼뜨리다보면 숲이 되고 그런 것이죠. 

만약 나무가 새싹인 시절에 다음과 같이 목표를 정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2년 내 10헥타르 크기의 지역을 3m 이상 자란 세콰이아 나무 5000 그루로 채운다‘ 

얼마 못가서 죽을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아직 꽃, 열매도 못 피었는데 씨를 뿌리려고,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하려고 밀어붙이게 됩니다. 욕심을 부려 주변 식물들의 양분을 뺏다가 생태계가 망가집니다. 뭐 이런 것들이 예상됩니다. 

하루하루 필요한 만큼의 성장에만 꾸준히 신경써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숲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성장이 맹목적으로 숫자를 높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다고 믿습니다. 저는 OKR, KPI, 그로쓰 해킹과 같은 개념들이 종종 매우 피로하게 느껴져요.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Humanity, 인류애적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돈 많이 벌고 MAU도 쭉쭉 늘어나고, 이런 것들 다 좋지만 우리가 하는 행동이 결국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숫자, 돈, 이런 것들에만 신경쓰다보면 영혼이 없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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