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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

안정적이고 싶다면 불안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by 점점이녕 2022. 5. 20.

사실 이런 문장만 보면 항상 생각나는 것이 있다. 퇴사, 홀로서기를 하는 것은 안정된 환경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을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을 누구나 바란다. 이름만 대면 알법한 기업에 들어가기 위하여 스펙을 쌓고 모의 면접을 보고, 취업 스터디까지 진행한다. 주 5일, 하루 9시간을 일하면 매월 정해진 날짜에 따박따박 들어오는 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워라밸이 지켜지고 돈도 버는 생활을 안정적이라고 여긴다. 법적인 휴일이나 근무 시간이 정해져있기는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곳도 많이 때문에 이렇게 칼퇴를 하고 월급도 주는 회사는 꿈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년까지 이렇게 일하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정규 교육과정을 거쳐 남들이 다 간다는 대학까지 입학했다.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회사에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다닐거라면 크고 복지도 좋은 회사에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 물론 하는 일이 적성에 맞아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알아주는 회사는 아니었지만 나름 기업 철학이 괜찮다고 생각되는 회사에 입사를 했다. 시키지도 않은 야근을 하며 일한 시간으로 따지면 최저 시급도 되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그때는 나름 좋아했다. 이렇게 열심히 하면 인정도 받고 연봉도 오를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연봉도 많이 올랐다.

 

더 많이 벌면 더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어차피 사람은 평생 일해야 한다고 하니까 단위 시간당 더 많은 돈을 번다면 나름 잘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물론 지금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의 월급을 받고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의미에서 불만족스러웠다. 야근을 강요하지도 안아서 하고자 한다면 편하게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삶을 반복하면서 늙었을 때 내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회사를 위해 헌신한 삶. 퇴사를 하면 나에게 남은 것은 돈밖에 없는 것. 내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일했지만 결국은 내 서비스가 아니었던 것 등. 머나먼 미래를 생각하니 불안에 휩싸여서 홀로서기를 다짐했다. 내 시간을 나를 위해 쓰자고.

 

지금 홀로서기 일기를 250일 가량 쓰고 있다.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하루하루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진행했는지 기록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홀로서기의 다짐이 더욱 확고해진다는 것이다. 사실 여전히 두렵기는 하다. 회사에서는 해야할 것들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크게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주도적으로 업무를 해야 했지만 이런 문제 해결에 관한 의미가 아니라 ‘해야할 일’ 자체에 대한 고민을 말한다. 회사를 벗어난다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해야할지 오로지 내 스스로 결정해야한다. 업무 외적으로 세금과 관련된 것도 모두.

 

회사는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로 홀로서기를 겁주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물론 그들도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표현에 대해서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누구나 언젠가 그 전쟁터를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기가 다를 뿐.

 

홀로서기를 한 후에 어떻게 일을 하고 돈을 벌지 걱정과 두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회사 생활에 안주하고 싶지도 않다. 회사에 익숙해지면 그 익숙함을 느꼈던 기간이 쌓여서 큰 타격으로 올 것임을 알고 있다. 직장 생활이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그 안정은 그저 가면인 것 같다. 사람들을 속여서 젊은 사고력을 회사에 충성하도록 만들기 위한. 뭐 그렇다고 회사 자체가 가식이라는 것은 아니다.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회사에서도 성장하고 심지어 돈도 벌 수 있다. 환경과 상관없이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나도 회사에 내 개인적인 시간과 삶을 헌신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그만할 때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역량도 쌓고 성장도 했으니까. 무엇보다도 나도 꽤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효능감을 키울 수 있는 것이 매우 큰 효과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남들이 안정이라고 하는 것을 벗어 던지고 불안정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이 과정은 매를 먼저 맞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실패를 많이 하더라도 도전도 쉽게 할 수 있는 젊은 나이일 때 불안정을 경험해야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기회 자체가 제한될 때 불안정하면 큰일이니까. 그래서 오히려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것은 안정적인 미래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더 충만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선택. 역설적이게도 안정적이고 싶다면 불안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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