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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

긍정은 좋고 부정은 나쁜가? | 일체유심조

by 점점이녕 2022. 5. 21.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할까 고민하면서 이런저런 영상을 보았지만 딱히 영감을 주는 내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가훈이면서 나의 좌우명인 ‘일체유심조’가 생각났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생각하며 걱정에서 나를 조금씩 끌어준 문장. 이 좋은 주제를 왜 잊고 있었을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화엄겸에 나오는 핵심 사상이라고 한다. 뭐 이런 백과사전적인 정의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아마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는 대부분 알 것이다.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바가지에 담긴 물을 꿀처럼 달게 마셨는데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해골물이었다는 그 이야기. 이 경험을 계기로 먼 나라에 수학을 하러 떠나려고 했던 사람은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고 했다. 기억을 살려서 적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마음과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확실하다.

 

나는 불안과 걱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꽤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은 해왔다. 대학교 통학 시간이 왕복 4시간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시간이 아깝다고 할 때 지하철에서 공부를 하면서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회사는 왕복 3시간이 걸리지만 역시나 통근 시간을 학습 시간으로 만들어서 틈틈이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초반에는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북적북적 거리는 환경에서 집중이 되지 않아서 학습 효과가 없다고 생각을 했지만 2년 정도가 지난 지금은 예전에 비해 확실히 외국어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변화는 참 천천히 오는 것 같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디자인 비전공자로서 고졸 취급을 받고 입사를 했지만 나는 배움이 많이 필요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디자인 공부도 하면서 돈도 받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야근 수당을 주지는 않았지만 역량을 빠르게 키우고 싶어서 스스로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일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하면서 담당하는 분야도 많아졌고 5년차가 된 지금은 팀원 5명의 리더가 되었다. 사실 혼자 일하는 것이 좋았고 사람을 심하게 불편해하는 성격이라서 리더나 관리 역할을 하기 싫어서 계속 거부해왔지만 어쩔 수 없이 리더 라벨이 붙게 되었다. 이 때에도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좌우명을 떠올리고 어차피 해야 한다면 그 시간을 나에게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스터디를 만들어 팀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1-2년 전에 회사에서 나에게 3D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했다. 3D 프로그램도 직접 배워서 개발자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서비스를 만들어야하는 맨땅의 헤딩 프로젝트였다. 나는 UXUI 디자이너였는데, 내가 왜 3D를 해야 하는지 불만에 찼지만 또다시 마음을 바꾸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고 해보기로 했다. 유투브에 키워드 별로 얼마 있지도 않은 강의를 찾아가면서 학습했고 집에서도 계속 연습을 하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회사 내부적으로도, 고객들에게도 좋다고 인정을 받는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에 특허 신청도 했고 얼마 되지는 않지만 회사에서 지원하는 특허개발비를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꽤 많은 경험에서 ‘일체유심조’는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남들이 힘들거다 어렵다고 하는 부분에서도 어떻게든 나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아서 한번 해보려고 했다. 다행스럽게 지금까지는 모든 경험들에서 얻는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요새는 긍정이 꼭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긍정이 오히려 현실 안주를 합리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생각은 불만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에서 출발했다.

 

불만은 나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지만 지금 처한 환경에서는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긍정적인 마음은 여기에서 불만을 없애라는 요청을 한다. 지금 있는 것에서도 좋은 것을 찾으라고.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까지 긍정을 살려서 해왔던 것들은 내 의지가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에서 주어진 것,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것들이었다. 어차피 해야한다면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고 해보자고. 당연히 해야한다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하는 것이 낫다. 정신적으로도. 그러나 지금 고민되는 부분은 새로운 도전을 내가 선택할 때이다. 대표적으로 홀로서기(=퇴사)

마음 속에 있는 긍정이는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말한다. 지금 회사가 불만족스러울 수는 있지만 그건 너가 소중한 것을 잘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회사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동료들과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고, 더 많은 고객들에게 내 기획력으로 나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 불만을 없애라고 말한다. 불만이는 반대다. 회사에 남는 것은 편안함에 기대어 현실안주 하는 것이라고. 물론 해보지 않은 경험은 당연히 불안하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험은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왔지만 계속해서 불만이 쌓이는 것은 정말 이대로 있으면 안되는 거라고.

 

무조건 긍정이 좋은 것도 아니고 무조건 불만이 좋은 것도 아니다. 아직은 언제 어떤 감정을 더 우선시 해야하는지 확신히 서지 않는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것은 나는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긍정이를 통해서 많이 성장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불만이를 따라볼 차레일까. 아니, 애초에 긍정과 불만이 정 반대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로 잘못된 것인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생각정리가 잘 되지 않았지만 ‘성장’이라는 공통점에 긍정과 부정의 감정을 같이 접목시켜 나아가는 방법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생각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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