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언니가 새로 이사한 집에 처음으로 가봤다. 집은 넓고 깨끗했는데 집보다는 임시 보호하고 있는 강아지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새로운 사람을 보자 정말 눈에 띌 정보로 벌벌 떨어서 안타까웠다. 혹시 이전 집에서 학대를 당했나 싶기도 했다. 잘 모르겠다. 그냥 강아지의 성격인가. 계속 언니를 따라다니며 뒤에 숨어서 낯선 사람들의 눈치를 보았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자 떨림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몸을 푹 숙이고 계속 눈치를 보는 것은 여전했다. 귀여워서 계속 쓰다듬어줬는데 그래도 휙 하니 피하지는 않았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혹시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걸까 싶었지만 언니한테는 계속 만져달라고 머리를 들이미는 것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낯선 사람에게 만짐 당함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겠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강아지 사진을 찍어올 걸, 잠깐 후회했다. 그리고 나는 고양이를 더 좋아하나, 강아지를 더 좋아하나 고민도 해봤다. 지금 프로필은 대부분 고양이로 해놓았지만 꼬리치고 나를 반겨주는 강아지가 더 귀여운 것 같기도 하다. 고양이는 사람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물론 개냥이도 좋다. 이렇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왜 강아지와 고양이만 귀여워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강아지는 귀엽고 이구아나는 그렇게 귀엽지 않은 이유는?
생명의 무게가 있을까. 강아지가 벌벌 떨고 있는 것이 불쌍하고 안타깝고 챙겨주고 싶었지만 파충류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연민은 물론이고 딱히 귀엽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만약 생명이 죽게 된다면 파충류보다는 포유류의 죽음을 더 크게 느낄 것 같기도 했다. 포유류 중에서도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생들은 더. 하지만 이런 생각이 무엇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유를 모르니 편견인가 싶기도 하다.
나는 동물이 되어본 적이 없어서 그 생물들이 실제로 어떤 고통을 느끼는지 모른다. 강아지는 말을 하지 못해서 아플 때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하지만 생물은 강아지나 고양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미, 모기, 잠자리, 매미 등 쉽게 볼 수 있는 생물들이 많지만 나는 이것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불쌍하게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징그럽다고 생각만 했지. 그러나 살아있는 것들이 상처가 났는데 아프지 않을 것 같지는 않다. 데카르트는 동물이 고통을 느꼈을 때 나오는 행동이 그저 기계로서의 반작용이라고 했지만 이건 개소리라고 생각하고.
어릴 때는 매미나 잠자리를 곧잘 잡고는 했다. 그렇게 잡은 잠자리나 매미는 잠자리 통에 쌓여갔다. 동생은 잠자리 두마리를 붙이고 싸움을 붙이기도 했다.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의 머리를 떼는 것도 보면서 징그럽다고, 사람이 잔인하다고 생각도 했었다. 나이가 들어서는 잠자리나 매미를 이제 잡지 못한다. 보기만 해도 징그럽고 손으로 잡는 것은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친다. 이런 사고는 과연 어디에서 나온 걸까. 어릴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자라면서 생겼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인 기준이 작동한 것일까?
슬견설이 생각난다. 개의 죽음을 보고 안타까워서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의 말에 이를 죽이는 것이 불쌍해서 이를 잡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며 생명의 평등함을 이야기했던 작품. 논리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해를 하는 것과 실제 느끼는 것은 다르다. 모기나 바퀴벌레를 잡으면서 안타까워하지는 않으니까.
뭔가 겉모습이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귀여워 보이는 것과 징그러워 보이는 것. 그러나 귀여움과 징그러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의 미의 기준도 시대에 따라서 달라져 왔으니까.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는 갑자기 바퀴벌레로 변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 가족들은 바퀴벌레로 변한 그를 챙겨주었지만 점점 징그럽게 느끼기 시작한다.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껍데기가 달라지면서 그를 향한 감정과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인간은 시각적으로 취약한 동물인 것일까.
'나야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아한다는 것 (0) | 2022.05.06 |
---|---|
자기 앞의 생 (1) | 2022.05.03 |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0) | 2022.05.01 |
관리받는 편안함에 젖어있지 말 것 (0) | 2022.04.29 |
기록의 가치 (2) | 2022.04.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