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이 아침에 면담을 신청했다. 무슨일이 았냐고 물어봤지만 조금 알 것 같았다. 몇 달간 지켜본 결과, 이슈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고 1, 2차 수습리뷰 때 팀장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을 넌지시 들었다. 수습 종료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둘이서 작은 회의실에 들어갔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였다. 일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사람들은 너무 좋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빨리 마무리를 하고 다른 쪽을 알아봐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2년 정도 UXUI 에이전시의 경력이 있는 동료였다. UI 중심의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기획 중심인 우리 회사에 적응할 수 있을지 들어올 때부터 걱정했었는데 역시 잘 적응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사람은 정말 착했다. 1월부터 진행한 스터디에도 가장 열심히 참여했다고 생각하는 동료였다. 업무 처리 방식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경력이 있더라도 전혀 다른 분야의 경력이었기 때문에 경력을 살리기는 어렵고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예상보다 조금 더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동료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회사의 복지도 잘 이용하고 있어서 꾸준히 해보긴 할 것 같다고 생각을 했지만 결국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면담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도 리더가 처음이라서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몰랐다. 무조건 붙잡아야하나, 아니면 쿨하게 납득하고 끝내야하나. 둘 다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당연하게도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자신이 경력으로 들어왔고 팀장님이 많은 기대를 한 것 같지만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경력을 살릴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 또한 모바일 UI 중심의 업무를 하고 싶지만 우리 회사는 PC 기반의 서비스라서 많이 아쉬웠다는 것 등의 이야기했다. 무엇보다도 UXUI 관련해서 경력이 많은 시니어분에게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지만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는 것이 기억에 남았다. 좋은 사수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동일한 것 같다. 나도 성장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을 때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수가 가르쳐주면서 좋은 커리어를 만들어주었으면 했으니까.
팀장님은 개발자 출신이다. 그런 팀장님이 프로덕트 디자인 컨펌을 진행하니 디테일한 UX에 대한 가이드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원하는 것은 있지만 애매모호하게 이야기하며 어려움이 있을 때 UXUI 작업을 대신 해주지도 못한다. 가끔 기분파여서 회의를 진행할 때는 기분 나쁜 말투로 피드백을 할 때도 있다. 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었지만 신규 직원으로서 제대로된 히스토리를 설명하지 않고 스무고개하듯 디자인을 요청하는 분위기를 잘 견디지 못한 것 같다. 5년차인 나도 어려운데 들어온지 1-2개월 밖에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어려웠을까. 팀장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보면 가끔은 사람이 마음에 차지 않아서 일부로 내보내려고 기분 나쁘게 이야기를 하는 건가 생각을 했다.
제대로된 피드백을 받고 가이드를 해줄 뛰어난 사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동료의 말이 마음에 남은 것은 나도 리더로서 좋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리더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팀원을 이끌 책임은 있었다. 물론 나도 동료들을 잘 케어하면서 업무적으로는 역량도 강화시키고 싶었다. 잘 하고 싶었지만 나도 사수가 없어서 어떻게 좋은 사수가 되어야할지 잘 몰랐다. 리뷰 회의와 스터디도 처음 시도해보기는 했지만 업무적으로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위에서는 디자인 베이스가 아닌 팀장과 좋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나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너무 남탓만 하고 있었던 것 같아서 반성을 하게 된다.
아쉬웠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역시 공감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도 사수가 없어서 경력이 많은 시니어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그리고 명확한 목표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고도 말했다. 난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시키는대로 이것저것 다 하다보니까 전문성이 조금 떨어지게 된 것 같다고. 같이 오래 일하면 좋겠지만 더 좋은 커리어를 위한 선택이니 존중한다고도 말했다. 인간적으로 좋은 동료였지만 도저히 잡을 만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당장 좋은 사수가 될 수도 없었을 뿐더러 그 동료가 원하는 서비스는 우리 서비스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나도 퇴사를 하고 홀로서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마당에 조금만 참고 다니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정말 위선적인거니까.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나도 오래다니지는 못할 것 같다고.
당황스럽게도 아침에 나와 면담을 끝내고 오후에 팀장님과 면담을 한 후에 내일까지만 근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있었던 스터디는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고 4명의 동료와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하여 고민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도 회사를 다니면서 아쉬운 점을 많이 이야기했고 우리 회사가 디자인적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과 팀장님에 대한 불만도 이야기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리더로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맞았나 싶기는 하다. 회사의 긍정적인 모습을 이야기하며 더 사기를 북돋았어야하나? 우리 회사가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은 거라고 긍정적인 것을 이야기했어야하나? 좋은 부분도 있는데 또 너무 부정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한 것은 아닐까? 내 탓도 있는데 너무 팀장님과 환경 탓만 한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후회가 되기는 하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간 후였다.
내일은 재택을 할 예정이었지만 내일까지 근무라는 동료의 말에 회사로 출근을 하기로 했다. 맛있는 점심을 먹어야지. 힘들거나 방황하는 동료가 있다면 좋은 방향으로 가이드를 해주고 싶지만 아직 그 정도의 리더가 되지는 못한 것 같다. 그 동료가 3개월 동안 일하는 동안에 많이 챙겨주지 못한 것도 조금 걸린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배워가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길지는 않지만 짧은 시간동안 나는 좋은 리더였을까? 좋은 동료였을까? 좋은 사람이었을까?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좋은 리더의 길을 멀고도 멀다.
사람은 잘 챙기고 커리어를 쌓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를 해야할 것 같다.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는 사람...
여하튼 짧게 만난 인연이지만 스스로 목표로 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원하지 않는 환경을 빠르게 파악하고 선택과 포기를 할 줄 알며 나아가는 방식은 참 부럽다. 나는 너무 익숙함에 취해서 쉽게 선택을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돌아보게 된다. 나는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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