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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

별 것 아닌 위로

by 점점이녕 2021. 9. 28.

 

막걸리를 마시고 왔다. 회사에서 친한 개발자님과 막걸리와 파전을 먹었다. 김치전, 파전, 감자전, 막걸리 4병. 아쉽게 문 닫을 시간이 되어서 약간의 감자전과 약간의 막걸리를 남겼다. 술을 마시면 기억력이 감퇴하는 체질이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자세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회사와 개인적인 삶에서의 스트레스를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는 사람에 대하여 뒷담화를 해버렸다. 죄송...

 

나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냥 문득 상대방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과 힘든 점을 이야기할 때 어떻게 반응을 해야하냐고 물어보았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힘든 점을 토로할 때, 나는 위로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무언가 문제가 있어서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아무런 반응 없이 듣고만 있다면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그리고 반응을 하더라도 단순히 '그랬구나...' 라는 피드백이라면 너무나 무책임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반대로 생각해서 내가 힘든 점을 이야기했는데 상대방이 저런 반응을 보인다면 나도 실망을 했을테니...

 

하지만 나는 힘든 점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다. 일단 제 3자에게 이야기를 해봤자 그 사람이 내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것을 분명히 알았다. 어떤 조언을 해줄 수는 있겠지만 그건 나의 상황을 100% 이해한 다음에 이야기한 조언은 아닐 것이다. 취해서 그런지 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론은 나는 내가 힘든 점을 상대방에게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에게 고민을 토로할 때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오늘 자리를 함께한 개발자님은 나보다 15년이라는 삶을 더 살았기 때문에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하나 위안을 받은 것은 개발자님이 최근 힘든 점이 있었는데 나와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면서 다소 괜찮아졌다는 졌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별다른 위로의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같은 자리에 앉아서 술 몇 잔을 기울이며 끄덕거렸다. 이 정도여도 괜찮겠구나.

 

지금은 집에 왔다. 생각해보니 나는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 가끔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내가 힘든 점을 누군가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을 말을 하고 있었다. 소리로 울리는 음성만이 말이 아니다. 종이에게 말을 할 수도 있고, 디지털로 된 플랫폼에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보게될 그 날을 위해서 기록을 할 수도 있다. 말을 하는 상대가 다르지만 힘들 때는 나의 이야기를 전할 무언가가 필요하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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