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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

2021. 9. 15의 끄적임

by 점점이녕 2021. 9. 15.

 

 

# 사랑니가 증발했으면

사랑니가 아프다. 예전에서 심하게 사랑니를 앓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정말 낫고 나면 사랑니따위 다 뽑아버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또 괜찮아지니까 사랑니 뽑는 것이 무서워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유투브에서 본 사랑니를 뽑는 과정은 나를 극심한 공포로 몰아넣었다. 망치로 두들기고, 살을 째고, 부수고, ... 또 대학생 때 아는 언니가 사랑니를 뽑고 얼굴이 1.5배가 되어서 온 모습도 한 몫 했다. 하필이면 4개가 전부 다 나다니! 운도 없지. 사랑니를 생각하면 어딘가 수면마취를 하고 사랑니를 뽑은 치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방금 막 검색하고 왔는데 있었다. 고민 좀 해봐야지.

 

그나저나 내일 오랜만에 회식인데 맛있는 것을 많이 못 먹을 것 같아 아쉽다 ㅜㅜ 

하.. 하품하는 것도 입이 아파서 짜증이...

 

 

# 음...

아까 저녁에 잠깐 면담을 했다. 연봉 상승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있는 직군의 연봉 테이블이 전체적으로 상승한다고 한다. 잠깐 고민했다. 퇴사 한다고 해서 하나의 대안으로 변경되는 것일까? 사실 마음 속으로는 일을 하는 것 대비 돈을 못받고 있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또 막상 연봉을 올려준다고 하니까 그 기대만큼 일을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아서 부담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좋지만 또 마냥 좋지만은 않다. 그만큼 책임질 것이 많아지고 더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켜야하지 때문이다.

 

돈에 연연하지 말고 딱 6개월만 더 하자고 했는데 사람의 마음이 또 간사하지. 조금 더 벌어둘까? 하는 생각이 또 스멀스멀 기어다닌다.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돈에 나를 팔지 말자. 돈이 아니라 배울 것이 있고 내가 계속 성장한다고 생각하면 계속 다니자. 그리고 외부에서 내가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쿨하게 떠나자. 

 

그러나 아직까지는 배울 것들이 남아있다. 

 

 

# 역시 나는 조직체질이 아니다.

난 좋은 사수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챙겨주지는 않고 업무적으로만 대한다. 일을 잘 못하면 대하는 것에 거리감이 생기고 불편하다. 여기서 일을 못한다는 것은 할 의지가 있지만 못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냥 느껴지기에 일을 할 생각도 없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의지라도 보였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모든 것이 다 껄끄럽게 느껴진다. 툭툭 내뱉는 말투도 태도가 불량한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물어보지는 않았다. 몸이 아팠을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대화를 하기도 싫다. 역시 나는 조직생활에 맞지 않는다. 좋은 사수도 아니고 좋은 동료도 아닌 것 같다. 혼자 일하는 것이 편하다. 누군가를 케어하거나 리드하는 것은 나와 상극이다.

 

회사에서의 좋은 관계는 기본적으로 일을 책임감 있게 하는 사람에게 한정되어 있다. 책임감이 없이 대충대충 일을 하여 주변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은 상종하기 싫다. 나만 그런걸까. 목소리도, 얼굴도 보기가 싫다. 심지어 표정을 느낄 수 없는 메신저의 텍스트 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이 한 번 싫어지면 모든 것이 싫어진다. 

 

예전에 회식을 하다가 무인도에 남겨진다면 혼자 남겨지는 것과 싫어하는 사람과 남겨지는 것 중 무엇이 낫냐는 질문이 나온 것이 있었다. 왜 이런 질문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술이 들어갔으니 패스. 여하튼 나는 당연하게 혼자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는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옆에 있는 것이 낫다고 했다. 안좋은 상황이라면 이야기를 해서 그 상황을 해결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본인은 혼자 있는 것이 정말 싫다고 했다. 이런 사람이 조직체질이구나...! 나는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대화를 하고 푼다니... 목소리도 듣기 싫은데. 

 

하... 내가 인쓰같다. 그래도 겉으로 심하게 티를 내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는 티를 안낸다고 생각하는데 엄청나게 나면 어떡할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잘 모르겠다. 나는 혼자가 편하다고 느끼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라서 싫은 사람과 잘 푸는 방법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꼭 알아야하나 싶다. 굳이 싫은 사람과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개선하고 싶지 않다. 귀찮기도 하고 어차피 시간이 조금 지나면 보지 않을 사람인에 굳이?라는 생각도 든다. 스쳐지나가는 것들에 스트레스 받지 말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싫은 사람을 떠올리고 있다. 시간을 더 생산적으로 쓸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나 이것도 나의 현 생각이니까. 또 볼 날도 얼마 안남았으니 이 시련도 하나의 경험이라 생각하고 지내보자. 세상을 살면서 좋은 사람들하고만 살 수는 없으니까. 

 

그들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식이고 친구, 동료일 수 있다. 사람의 성격은 하나로 규정지을 수도 없다. 또 좋아하는 일에는 책임감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에는 없을 수도 있다. 내가 느끼는 그들에 대한 평가가 그 사람 자체는 아닐 것이다. 그냥 시기와 환경이 맞지 않았다고 생각하자. 나도 기분이 좋지 않으면 가끔 짜증스러운 말투가 나올 때가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의 나를 보고 모든 상황에 대해서 짜증을 내는 성격파탄자라고 생각하면 내가 너무 슬프지 않나. 인생은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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