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위한 글쓰기

책 한 권, 나의 버킷리스트

나는 예전부터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죽기 전에 내 이름으로된 책 한 권을 내는 것이 소원이었다. 무슨 주제로 책을 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나에게는 이야기가 없었다. 아니, 일단 글이라도 써야 모아서 책을 낼텐데 짧은 글 한편도 쓰지 못하면서 무슨 책을 상상하고 있는걸까.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짧은 글이라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새하얀 화면을 바라보았다. 타자기에 올린 손가락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관심있는 것, 또는 특별한 경험에 관해서 잘만 글을 쓰던데 나에게는 왜 그 평범한 좋아하는 것 하나 없을까. 나는 내가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고 글쓰기 실력도 형편없다는 것을 알았다. 중간중간 끄적인 글들은 우울할 때의 감정을 배설하는 일기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배설의 글이었다. 도움이 되기는 커녕 읽을수록 기분만 나빠지는 글이었다. 그렇게 올려놓은 손가락을 거두며 경험을 더 쌓고 책도 더 많이 읽은 후에 글쓰기 실력이 좋아지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경험도 하지 않고 독서도 그리 많이 하지 않은 채 몇 년이 흘렀다.

 

 

왜 글과 책일까?

세상에는 멋진 사람들이 많다.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한다는 것이다. 위로와 용기를 주기도 하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더 나은 삶을 그리게 해준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들처럼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영향력을 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모임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영상을 만들거나 강의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요즘에는 유투브가 대세인 것 같지만 나는 내향적인 성격상 영상은 맞지 않는다. 일단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였다. 나에게는 다행히 손가락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왠지 책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모임과 영상은 약간의 휘발성이 느껴졌지만 책은 무언가를 집대성한 느낌이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책이 곧 그 사람의 인생 철학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 이게 내 삶이야-'라고 건네줄 수 있는 그 무언가. 그렇게 나도 나의 삶의 철학이 담긴 책 한 권을 가지고 싶었다. 내가 언제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라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살아왔었다고 기록된 그것을 남기고 싶었다.

 

 

부족하니까 더 글을 쓰자.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경험을 많이 쌓고 글을 쓰기로 했지만 그렇게 생각만 한지 몇 년이 지났다. 도대체 무슨 독특한 경험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얼마만큼의 경험을 쌓아야 글로 풀어낼 수 있을지 기준이 잡히지 않았다. 아마 나는 완벽주의의 폐해가 아니었나 싶다. 남들이 하지 않은 대단한 경험을 해야하고, 좋은 글쓰기 실력을 쌓아야 작가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참 아이러니 하다. 글을 못쓰기 때문에 글을 더 많이 쓰는 연습을 해서 실력을 높여야하는데, 정작 글을 잘 쓰게 되면 글을 쓰겠다니. 공부를 잘하게 되면 공부를 하겠다는 것과 똑같지 않은가. 그림을 잘 그리게되면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과도 똑같고. 사실 그림도 내 목표 중 하나인데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적어보기로 하자. 

 

꽤 오랫동안 그저 침대에 누워서 나는 왜 잘하는 것이 없는지 한탄하면서 우울하게 보냈다. TV를 보거나 유투브를 보거나 브런치를 보거나 여기저기 대단한 사람들이 참 많은데 나는 왜 이렇게 바보같을까.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우울에 쌓인 채 무의미한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이렇게 신세한탄만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차라리 그 시간에 일기라도 쓰는 것이 낫겠다는 것을. (아니면 영어 단어라도 하나 더 외우던가.)

 

사실 아직도 답답하긴하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지만 아직 방법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경험을 쌓기 위해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생각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로 했다. 쓰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경험을 하고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해서 오히려 시작을 못했던 것 같다. 그냥 나는 부족한 사람이니까 부족한 글쓰기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또는 존재하지 않은 '완벽'을 추구하여 시작을 못했을 수도 있고.

 

애초에 목표를 '부족한 글쓰기'로 잡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1년 뒤에 보았을 때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글을 써보는 것이다. 만약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1년 뒤의 내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것이 아닐까? 1년 뒤에도 여전히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1년 간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이겠고. 그리고 정말 피해야할 것은 못쓴 글이 아니라 평가할 글조차도 없는 것이 아닐까. 패배는 실패가 아니라 도전조차 하지 않은 것이 진정한 실패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해보니 이전에는 뭐가 그리 무서워서 시작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못쓴 글을 올린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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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제 쓰기 위해서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미래에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왜 그때 고민만하고 시작하지 않았냐고 후회하지 않도록 그냥 시작해야겠다. 1년 뒤의 내가 현재의 1년 전의 나에게 참 잘했다고 칭찬할 그 날을 위해서. 

 

두서없이 적었지만 뭔가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새로 작성했다는 자체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 오늘은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시작!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