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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종료] 자기 발견 챌린지

Day 15. 제대로 된 중요한 일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는가?

by 점점이녕 2022. 1. 25.

 

 

지금은 정식적으로 육체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하고 있는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런저런 저울질 사이에서 쉽사리 우선순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 육체적인 혼란

IT 기업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다. 주업무는 고객 분석, 기획, 디자인이고 개발에 들어가면 개발자 분들을 대응하고 배포하기 전에 간단한 QA도 진행하고 있다. 운영차원에서는 타부서와 주기적으로 잡힌 정기 회의가 일주일에 4개가 있다. 진행하는 프로젝트마다 더 늘어나기도 한다. 최근에는 프로덕트 디자인팀 리더가 되었기 때문에 신입 두 분의 이슈 리뷰를 도와드리고 있고 따로 정기 리뷰 회의와 스터디를 계획하여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내 직군의 일은 아니지만 3D 모델링 업무도 병행 중이다. 

 

퇴근 후 개인적으로는 루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지금은 자기발견 글쓰기도 함께 도전하고 있다. 루틴 프로젝트에는 아래와 같은 항목들이 있다. 사실 최근에는 바빠서 독서도 1장만 읽고 끝내거나 아침 일기는 늦게 일어나서 패스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어와 영어는 출퇴근 시간에만 짧게 학습하는 것에 그친다.

  • 아침 일기
  • 삼시세끼 챙겨먹기
  • UXUI 컨텐츠 1개 이상 보기
  • 재테크 컨텐츠 1개 이상 보기
  • 독서
  • 3D 모델링/연출/렌더링/변환
  • 중국어/영어
  • 1일 1포스팅

 

결국 평일에는 일을 하고 퇴근 후 글쓰기, 루틴까지 진행하면 새벽 2-3시에 잠을 자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새벽에 루틴을 진행하다보면 너무 피곤해서 컨텐츠를 대충 읽고 넘어가는 등 행위를 위한 행위로 멈추는 경우도 많다. 분명 좋은 습관을 만들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그저 행동하는 것 자체가 목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회의감도 종종 든다. 하지만 약간의 보람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지금 멈춰버리면 지금까지 진행한 것이 아깝기도 해서 쉽게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루틴을 하루 건너뛰다가 아예 끝내버린 경험이 있기도 해서 더 억지로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합리화를 하며... 그런데 꾸역꾸역 진행하다가 실제로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컨텐츠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면 역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평일을 이렇게 보내면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느라 또 개인 시간을 많이 날려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금껏 이렇게 우선순위 파악의 중요성을 체감한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 정신적인 혼란

여기까지는 육체적인 혼란이고 정신적인 혼란은 회사 일을 하는 시간과 나를 돌아보는 시간에 대한 고민이다. 회사의 업무에서도 분명히 얻을 것이 있기는 하지만 종종 원치 않는 일을 할 때면 시간을 팔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나를 뒤덮는다. 시간도 중요한 자산이니 1-2년 정도는 나에게 전부 투자해보자는 생각이 강해진다. 프로덕트 디자인이 정말 매력적인 일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회사를 위해 달려왔으니 지금의 나에게는 내 삶의 기준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할 거라고. 6년이나 회사 생활을 했으니까 1-2년은 오로지 나를 위해 써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그래서 나를 돌아보는 그 시간에 정확히 뭘 할 건데, 책만 읽고 글만 쓰면 뭐라도 될 것 같아? 돈이 없으면 어떻게 살 건데? 라는 현실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여기에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하는 그 반대편의 나를 보면 그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스트레스에 대한 회피였나 싶기도 하다.

 

회사가 싫지는 않다. 사람들은 정말 대부분 좋고 특정 사람도 태도가 가끔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지 사람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슈도 그렇다. 분명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방향성이 정해진 상태지만. 리더십도 마음만 먹으면 연습할 수도 있다. 사람을 모으고 내 기획으로 작은 그룹을 운영한다는 것이 외부에서는 쉽지 않으니까. 그러나 영원히 회사 생활을 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빨리 혼자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다짐에 머물러있다.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이전에는 고민이 있을 때 글을 써보면 조금이나마 생각이 정리되고 애매하긴 하지만 작은 답이 나왔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글 자체도 혼란스럽고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마냥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메타인지가 부족한가보다. 

 

# 너무 극단적인 사고? 선택과 집중을 못하는 것?

지금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이분법적 사고의 문제 의식 때문인지,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욕심 때문인지 혼란스럽다.

 

둘 다 가질 수 있는데 꼭 하나를 포기해야하는가? 나는 종종 극단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중간이 없는 것 같다고. 예전에 퇴사 면담을 할 때 팀장님이 왜 일을 열심히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에 하나만 있냐고, 적당히 하면서 오래가면 좋지 않겠냐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는데 꼭 하나를 포기해야 다른 하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선택과 집중을 못하는 것? 회사에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UXUI에 대한 전문성과, 리더십, 서비스 라이브 경험, 월급 등을 얻을 수 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나의 삶의 기준을 세우고 더 단단한 나를 만들며 홀로서기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모두 얻을 수 있다면 당연히 베스트다. 하지만 나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 피곤함을 느끼는 것이고.

 

나는 아직 인생 주니어인가보다. 전혀 우선순위 파악이 되지 않는다. 일단 지금 피곤하긴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보람은 있어서. 이진선님도 혼란은 성장하고 있는 증거라고 했다. 제자리걸음만 하는 사람에게는 편안함만 있을 거라고. 이런 혼란은 성장통이라고.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예전에는 내 모든 시간을 회사에 쏟아 부었지만 지금은 최대한 개인 시간을 사수하여 나에게 쓰고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 내 인생에 있어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성장통을 겪는 것에 만족해야지. 물론 만족이 현실안주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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