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야나

우울과 주저리

by 점점이녕 2021. 12. 16.

오늘의 일기를 길어질 것 같다. 내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에 매우 무기력했다. 회사에서 해야하는 이슈는 있어서 진행하고 있었지만 잘 하고 있는 건지 계속 의문이 들었고 더이상 고민하기가 싫다는 생각을 했다.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러나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향상 대충 끝낼 수는 없었다. 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꾸역꾸역 자료조사를 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자료를 분류하고 문서로 정리했다. 사실 결과물은 나왔지만 반대로 문서를 작성해나갔다. 근거가 없으면 또 이 기능이 중요하냐는 의문이 들어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개발자들도 일을 하기 전에 이 기능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작업을 했으면 했다. 뭐 본론은 이게 아니다. 여하튼 최근에 억지로 일을 하고 있었다.

 

타팀과 회의를 위해서 우리팀에서 사전 논의를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관련 내용을 어제 새벽 2시에 정리했다. 그저께는 다른팀의 이슈를 보완하려고 새벽 3-4시에 잠을 잤다.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제주도에 지진이 발생했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눈 앞이 흔들리고 건물이 흔들렸다. 분명 흔들렸는데 엄마는 아무렇지 않다고 했다. 갑자기 정말 건물이 흔들린 것인가 내 정신이 흔들린 것이마 의문이 들었다. 다시 진동으로 느끼려 했지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회사에서 절신과 시야가 흔들렸고 지금도 조금 그렇다. 그러면 정말 내가 흔들린 것인가.

 

오늘은 대략 2시간 정도 면담을 했다. 끝나니까 9시였다. 길게 할 내용은 아니었지만 결국 그렇게 되었다. 내용은 팀장님이 자기를 싫어하냐는, 너무 가라앉아있는 것 같다는 내용 위주였다. 주로 나에게 이유를 묻고 내가 답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무기력해지고 다운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도 정확히 이유는 몰랐다. (알고 싶지 않았을 수도, 말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을까.) 일에 보람이 느껴지지 않고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팀장님은 내 성과가 좋다고 했고 일을 잘하는데 왜 보람이 없냐고 했다. 잘한다는 것과 보람 있는 것이 왜 같이가야하는 건지 이해가 안됐다. 어차피 내 문제를 팀장님이 해결해 줄 수는 없기 때문에 그냥 대충 알아들은 척했던 것 같다. 또 자기가 싫냐는 질문에 바로 답은 하지 않았지만 잠시 생각을 하고 사람이 싫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실제 종종 행동이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행동이 싫어지면 사람이 싫어진다.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물었을 때 딱 떠오른 것이 있었지만 대답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말해도 될지 말지 감이 오지 않았다. 또 말을 한다고 해결될 것 같지도 않았고. 

 

나는 짜증이 나면 눈물이 나는 편이다. 사실 면담을 할 때 계속 울 것 같았지만 꾸역꾸역 참았다. 눈을 빠르게 감았다 뜨면서 흐를 것 같은 눈물을 감추었다. 하지만 조금 더럽지만 콧물은 났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참았던 것이 티가 나지 않았으면 좋읕텐데 자신은 없다. 퇴근을 하는 지하철에서도 우울했고 집에 와서는 울기까지 했다.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열심히 하는 것도 맞고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난 왜 행복하지 않을까. 이런 개인적인 기분을 회사에서 티내고 틱틱거린 것이 또 걸렸다. 내가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아서 또 우울해졌다. 그냥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퇴사를 하면 다 해결될 것 같았지만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서 쉽게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퇴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제는 모르겠다. 1-2년 정도 책을 깊게 읽으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싶기는 않데 그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과연 어떻게 될까 걱정은 된다. 분명 도움이 되지 않으면 쿨하게 그만두자고 이전에 다짐했는데 또 이런 고민이라니.

 

사실 회사에서는 사정을 많이 봐주는 편이다. 종종 들어오는 매너없는 태도 때문에 매우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그런 사람을 극히 일부다. 어떻게 무시할 방법은 없을까? 그냥 하라는 대로 하고 감정을 티를 내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일단 면담 때 질문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동안 느낀 것은 들을 생각이 없으면서 답정너처럼 질문을 하며 본인이 생각하는 답으로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반대되는 의견을 내면 어떻게는 반박을 하면서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말라며 본인의 의견으로 이끌어갔다. 회의를 빨리 끝내거나 쓸데없는 감정소비를 하지 않으려면 그냥 '네' 한 마디면 되었다. 그런데 또 다른 부분에서는 주도적으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일관성 없는 모습이 너무너무 싫었다. 사람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 정도로 보는 것도 싫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너무 부정적인 것만 또 보는 건가, 또 나의 단점이 발현된 건가하는 의문도 들었다. 일을 디테일하게 설명하며 시키는 것이 싫다면 오로지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나는 할 것인가? 그건 또 아니었다. 그냥 내가 바란 것은 '어떻게'해라가 아니라 '왜'해야하는 지에 대한 이유만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유에 대하여 공감을 하면 '어떻게'는 내가 풀어가고 싶었지만 항상 디테일하게 설명하면서 이런 식으로 하라고 했다. 어떻게를 명시하는 순간 나는 도구였다.

 

집에 돌아와서는 동기부여, 심리학 관련된 컨텐츠를 보았다. 꿈과 목표를 설명하는 컨텐츠였다. 박사님이 꿈은 동사여야한다고 했다. 장성규 아나운서가 말했던 말과 동일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를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도움을 주는 것은 팀장님이 하라는 대로 해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무언가 설명이 더 필요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과 그것을 위한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의미있게 일을 하려면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어야했다. 남이 시키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 될 수는 있지만 나는 거기서 의미를 가질 수 없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내 생각이 없는 그냥 나는 도구로서 다른 사람의 계획을 실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계획은 나로부터 나와야했다. 그것이 의미의 1순위였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면담에서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은 돈떄문이라고 솔직하게 말을 했다. 조직생활은 나에게 맞지 않고 현재 나의 직군도 나와 맞지 않는다고. 아주 모든 방면에서 회사를 부정했다. 이래도 잘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사실 나도 잘못한 부분이 많았다. 감정을 너무 티낸 것. 사람에 대한 불만을 일에 대한 불만으로 가져온 것 등등. 나도 이런 내가 싫지만 항상 이런 나도 나다. 하루빨리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 돈과 시간에 얽매여서 나를 잃어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답답하다. 닥치는 대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접해봐야겠다. 의미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사람들을 접한느 곳은 '책'이다. 의미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거의 책을 썼다. 나도 책을 쓰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잘못된 삼단논법임을 알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싶다.

 

목표는 신규입사자가 익숙해질떄까지. 학습 프로세스가 구축된 다음.

'나야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2) 2021.12.18
눈물 웃음 고민 다짐  (0) 2021.12.17
UXUI와 브랜딩  (0) 2021.12.15
번..아..웃..  (0) 2021.12.14
끄적임  (0) 2021.12.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