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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

기분부전증

by 점점이녕 2021. 12. 12.

갑자기 찾아온 슬럼프. 그냥 갑자기 또 막막해지고 아무생각도 하기 싫어졌다. 누워서 유투브 컨텐츠를 소비하며 시간을 버리고 있었다. 루틴도 1-2개만 진행하고 지금 이 시간에 될 때까지 미루고 미뤘다. 예능, 시사 등 주제는 잘 모르겠고 그저 알고리즘에 의하여 상위에 뜬 컨텐츠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시간은 가고있는데 해야할 것을 안하고 있다는 불편한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다. 그러다가 SM 민희진 디자이너 이야기를 보게되었다. 평사원으로 입사하여 15년 만에 총괄이사의 자리에 올랐다고. 정말 멋있었다. 본인의 철학을 가지고 아티스트들을 자신이 상상하는 모습으로 구현하며 자신있어하는 모습. 또한 좋은 대중의 평가. 그러나 총괄이사에 자리에 오르고 1년 뒤 퇴사를 하셨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미지를 위해서 자신의 2-30대를 바쳤고 너무 힘들게 일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도 자신은 왜 행복하지 못한지에 대하여 의문이 생겼다고 했다. 뭔가 동질감이 느껴졌다.

 

나는 왜 행복하지 못할까? 지금까지는 열심히 살고 있다, 잘 하고 있는 것이라 스스로 위안을 했었다. 아침에 감사일기도 쓰며 감사할 점도 찾아보았다. 뭐 일시적으로 좋았던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삶의 전반에서 나를 바라본다면 나는 항상 두려움과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누가봐도 안정적인 환경에서 불안을 느꼈다. 사실 불안을 만들어냈다고 하는 편이 맞으려나? 발생하지도 않을 먼 미래나 드물게 발생하는 사고가 항상 내 삶에 있을 것처럼 생각했다. 그것을 위해서 나는 미리 대비를 해야한다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서 역량을 키우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금전적인 풍요로움을 이루어야한다고. 열심히 살고 인정도 받았지만 항상 부족했다. 잠깐 만족은 했지만 그럴때면 더 높은 목표를 만들고 지금 내가 이룬 것은 별 것도 아니라고, 세상에 성공한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런 사고방식의 끝은 무엇일까? 아마 세계 1위가 되지 않으면 풀리지 않을 마인드 아닐까. 절대 이루지 못할 유토피아를 그리면서 평생 우울하게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오은영 선생님의 금쪽이를 보면서도 나를 많이 대입했다. 불안과 공포로 인하여 자기방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하는 것도 자기방어의 일종이구나 생각을 했다. 아이들을 고쳐주는, 정확히 말하면 부모님의 마인드와 행동을 바꾸어 아이들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주는 처방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 고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면서 삶을 즐기며 살고 싶다고. 최근에는 성인 연예인 금쪽이를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기분부전증'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일 중독에 쉴 때 죄책감을 느끼며 모든 것에 대하여 큰 반응이 없는 상태. 기쁜 일이 있어도 크게 기쁘지 않다. 딱 나를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이럴까 답답했는데 조금의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아서 안도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루틴을 하면서 하루하루 약간의 성취감과 지난 온 시간들을 너무 허비하지는 않았다는 위안이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면 우울의 끝을 달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것에 대한 과한 해석. 다른 사람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말자고 했음에도 쉽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반응과 어투, 표정들이 혹시 나 때문은 아닐까, 내가 잘못한 부분은 아닐까 정답없는 고민이 계속된다. 다른 사람의 반응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런 생각을 끊기질 않는다. 역시 사람은 피곤한 존재이고 인간관계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빨리 조직생활에서 벗어나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된다고 해도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고 특히나 내 목표 중 하나인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이 주는 삶을 살고싶다'를 위해서는 사람을 파악하고 대응해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내가 저런 원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걱정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생각이라는 것은 통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타인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의미있고 행복하게 나의 삶을 살 수 있을지. 과연 이런 삶은 있는 것인지. 도무지 답을 모르겠지만 인생에 답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정답은 아니더라도 나만의 답이라도 잘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나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기록해보는 것도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목표를 정했다고 해서 사람이 항상 긍정적이지는 않다. 잘 가고 있는 것인이 의문과 불안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 오히려 이런 감정과 생각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회피해버리면 더 나를 잃어가지 않을까. 지금의 나는 꽤 무덤덤한 사람이고 불안을 잘 느끼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큰 사람임은 확실하다. 이런 사람도 나름의 의미를 가지며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 추가로 덧붙이는 생각

요새 스걸파를 보고 있다. 스우파도 재미있게 보았다. 내용을 벗어나 무엇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참 멋있는 사람들이다. 나도 이렇게 행복하게 내 삶을 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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