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가 식물 이야기를 하게 됐다. 선인장도 죽이는 살생자가 많았다. 나도 그 중에 한 명이었는데, 그런 내 손에서도 잘 자란 식물이 하나 있다. 그 이름은 삼색달개비. 기억을 되살려 보니 분명 이전에 달개비의 성장에 대해서 글을 쓴 기억이 있어서 찾아보았다. 놀랍게 거의 1년 전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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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1주저리 - 달개비와 성장
너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일상적인 실천과 성장을 쌓아가는 것에서 발전이 나타난다는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목표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물론 해석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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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성장에 대하여 찬탄한 대상이 되었던 달개비는 최근 이렇게 되었다.
사실 몇 달 전에 찍은 거라서 지금은 이것보다 더 자랐다. 바닥을 기어다녀서 모르고 의자 바퀴로 줄기를 자르게 되었는데, 그대로 다시 흙에 꽂아주었다. 아마 또다른 줄기가 되어서 뻗어나갈 것이다. 예전에는 이파리 하나하나 세면서 신기해 했었는데, 이제 세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이파리가 아니라 줄기를 세어야 할 것 같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동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잘라서 나누어 준다고 했다. 달개비마저 죽는다면 진정한 살생자가 될 것이라는 웃픈 이야기도 하면서.
같은 성장이지만 이전에는 귀여웠다면, 지금은 살짝 징그럽기는 하다. 이발을 해주어야 할 것 같다.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는 않는데 시간이 지나서 바라보면 분명 자라 있다는 것은 이전과 같은 생각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신기했던 것은 무게 때문에 줄기가 아래로 꺽이게 되었는데, 그 줄기 기준으로 갑자기 위로 뻗어서 자라는 것이었다.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마냥 이파리가 올곧게 서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줄기가 위치한 맥락에 따라 자라는 방식이 신기했다. 자연의 신비. 인간도 자연이기에 달개비의 성장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루하루는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보면 분명 달라져 있고, 상황이 달라지면 어떻게든 살기 위하여 방향을 찾는 것이.
몇몇 줄기들은 내 손을 떠나서 더 좋은 주인을 찾아갈 것이고, 또다른 환경에서 또다른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줄기가 잘릴 때 조금 아프겠지만 조금만 참으면 더 큰 성장이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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