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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누구여긴어디/365 나에게 접속

1일1주저리. 실패하는 인간

by 점점이녕 2025. 9. 4.

https://august.stibee.com/p/327/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AI시대 생존법

로봇이 아닙니다. 로봇이 아니고 싶습니다 요니      "길고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갑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요니입니다. 7월의 어느 날, 여느 퇴근길처럼 뇌를 빼고 SNS를 보다 올해 5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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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당혹스러운, 통제할 수 없는, 실패 가능성 있는 것을 시도한다.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 하더라도, 실망이 아닌 의외의 경험으로 남겨둔다.

 

겁도 많고 새로운 도전을 너무 두려워하던 시절에 실패하기 연습을 해보자고 다짐한 적이 있다. <가고싶은 길을 가라>에서는 걱정과 두려움이 팽배한 소시민이 한 성인을 만나 삶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다양한 실행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상대방에게 거절당할 것 같다는 두려움으로 인하여 가벼운 요청조차 하지 못한다는 고백에 성인은 ‘낯선 사람에게 하루에 3번 거절받기’라는 미션을 준다. 이런 쌩뚱맞은 행위를 왜 해야 하냐며 속으로 엉터리 상담사라 욕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밑져야 본적이기에 겁이 많던 남자는 그래도 쉬운 미션이라고 생각하며 창피를 무릅쓰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터무니없는 요청을 시도해 본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여성분에게 한 입만 달라고 요구하고, 택시 기사에게 돈이 없는데 무료로 태워다 달라고 요청하는 등.

 

너무나 당연하게 거절 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흔쾌히 아이스크림은 입 앞으로 다가왔고, 기사가 바빠서 택시를 타지는 못했지만 직접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거절보다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었다. 남자는 자신이 너무 불필요한 두려움에 빠져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간접적이지만 나도 깨달음을 얻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실패하는 것을 목표로 잡아보았던 것 같다. 사실 약간의 합리화 장치는 있었다. 실패를 하는 것이 성공이라는. 지금도 여전히 낯선 것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확실히 이전보다는 심리적인 장벽이 낮아진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실패는 결코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난 뒤에는 성장이었고, 꼭 직접적인 결과가 아니라도 새로운 도전을 위한 용기의 씨앗이 되었던 것 같다. 실패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얼마 전까지 읽다가 중간에 멈춘 <경험의 멸종>. 이동진 평론가님의 후기를 보고 나는 과연 제대로된 경험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독서를 시작했다. 여전히 책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제목에서부터 어떤 이야기들이 소개될지 예측할 수는 있었다. 기술과 데이터에 너무 의존하고 있지는 않았나, GPT가 없으면 하고 싶은 말도 적지 못하는 바보로 치닫는 것은 아닐까, 후기가 없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어디서 본 문장이지만 ‘평이 좋지 않았던 음식은 맛있었고, 평이 좋지 않았던 책은 내 삶에 중요한 가치관을 만들어주었다’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증되는 것만 선택하는 삶이 오히려 나를 잃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특이한 것만 경험하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얼마 전까지 글을 쓰기 위해서 나름 인상 깊었던 아티클을 복제하여 AI에게 물어보았다. 이 글에 대해서 어떤 주제로 생각을 정리해보면 좋겠냐고. 매우 구조적이고 상세하고, 철학적이고, 감각적인 주제들이 많이 나왔다. 생각을 확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 한편, 너무 과한 생각거리에 잠식당한 것 같기도 했다. 너무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해당 주제에 대한 글을 한번 써봐달라고 요청했다. 인사이트가 출중한 글이 뚝딱 완성됐다. 누군가 콘텐츠를 보는데 시간을 소비한다면, 내가 논리도 없이 의식의 흐름으로 끄적거린 글보다는 이러한 완성도 높은 글을 보고싶을 것 같았다. 내 생각과 생각을 풀어나가는 표현력에 심란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 느끼는 것이 있다면 삶에서 중요한 것은 그럴싸하게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여 논리적이고, 풍부한 인사이트가 담겨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내 생각이 없다면 무슨 의미일까. 스스로 성장하고 타인의 성장을 돕자는 비전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나’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너무 휩쓸리지 말 것이며, 종종 너무 완전하다고 평가된 것들보다는 낯설고 날선 무언가를 취하는 경험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무작정 편승하지 않고 한 번이라고 내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결국 왜?를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타인을 보았을 때도 너무 완벽한 사람보다는 실수와 후회를 반복하면서도, 스스로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며 꿋꿋이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가는 것 같다. 사람냄새가 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기술적인 도움 없이 나를 사로잡은 누군가의 생각에 대하여 내 생각을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나와의 대화. 두서도 없고 확실한 주제도 없겠지만 어쩌면 그게 내 삶이지 않을까. 부족한 발자취. 그러나 쌓여가는 것들로 인한 단단함. 좋은 방황. 불완전한 충만함. 나만의 경험. 경험의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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