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한다, 고로 존재한다
251101~2과의 대화. 주말의 양감 본문
토요일에 피곤해서 곯아떨어진 관계로 일요일에 모아서 작성!
# 기록 모임
한 분이 기록법에 대한 주제로 새로운 모임을 열어주어서 참여했다. 이른 오후에 결혼식에 가야해서 시간이 애매했지만 새로운 방식의 모임과 처음 가보는 카페, 기록이라는 주제에 대한 궁금증으로 참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았지만 양해를 구하고 2시간 정도 참여하기로 했다.


독서 기록을 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었다. 노션에, 블로그에, 다이어리에. 매체는 같아도 활용하는 방식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물론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한 분은 책을 읽다가 모든 문장들이 마음에 들어서 포스트잇도 페이지마다 붙이고, 노션에도 빠짐없이 기록을 하다가 구조화가 잘 되지 않는 문제를 느꼈다고 했다. 나도 예전에 문장 하나하나, 그 문장에 대한 생각 하나하나를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또 요약해서 정리하고, 생각거리도 뽑아보는 등 나름 책을 열심히(?) 읽었던 적도 있었는데, 문제는 모든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니까 정작 핵심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 중요하다면 사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닐까. 어쩔 때는 정리를 위한 정리를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독서 모임에서 책을 유익하게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화는 해야겠다 싶었다. 물론 많이 과했던 것 같아서 그 이후로는 일부로 정리를 안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은 기록을 왜 하고 싶은지- 였는데 시간 관계상 물어보지 못했다. 나라도 가볍게 적어보자면, 흐릿한 고민들을 명확하게 붙잡아주는 문장으로 인식을 바로하고 싶은 것도 있고, 좋은 태도로 나아가는 데 자극을 준 문장을 지속적으로 곱씹기 위해서 수집하는 것도 있다. 북극성 문장이라고 해야하나. 요즘은 같은 생각을 다른 문장으로 표현한 것들도 많이 느껴져서 확실히 이전보다는 덜 수집하고 있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새로운 방식을 접할 수 있었다. 한 분은 가죽을 잘 보존하는 방법에 관한 책을 읽고 계셔서 신기했다. 스스로를 힙스터로 소개하던 분이었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은 싫고,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싶다고. 그래서 책도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원서를 직구로 찾아서 읽고 있다고 하셨다. 또 다른 분은 책 정리를 할 때 작가에 대한 정보도 많이 수집을 한다고 하셨다. 나는 저자에 대한 관심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아서 이런 부분에서 신기함을 느꼈다. 확실히 저자의 신뢰도를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맞는 말이지만 나는 그냥 내용이 좋다면 누가 적었든 크게 상관이 없어서 안 봤던 것 같고, 옳고 그른 책 선정 기준과 성장 방향이 있다기 보다는 각자의 생각에 맞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더 많은 깨달음을 얻고 지혜를 쌓고자 함인 것 같기에 다양하게 시도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꼭 해봐야 할 것은 한 문장 뽑아내보기, 그래서 왜 잃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생각해보기.
초격자를 읽고 있던 분은 리더십에 대해서 나눠보고 싶다고 했는데 가야할 시간이 와서 아쉽게 얘기를 나눠보지 못했다. 리더십은 관심이 있는 키워드인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주제를 제시한 분은 처음인 것 같아서 나중에 시간이 맞아서 또 만나게 된다면 꼭 나눠봐야겠다.
# 친구 결혼식
모임을 중간에 나오고 바로 마곡에 있는 친구의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어제 필라테스 난이도가 꽤 힘들어서 다리에 근육통도 있었고 노트북과 책이 들어있는 가방을 매고 어제부터 몇시간씩 서 있다보니까 체력이 다 한 것 같다. 결혼식장 거리도 멀어서 가만히 서 있어도 HP가 방전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일 아짐에 또 다른 독서 모임이 있었도 책을 많이 못 읽었기 때문에 독서를 하면서 갔다. 내 어깨...
다행히 식장은 역에 붙어있었다. 문제는 축의금을 인출해야하는데 ATM기 앞에 대기만 수십명이라는 것. 식이 곧 시작할 것 같아서 식권은 어떻게 하나 고민하면서 인출은 포기하고 식을 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하객들이 있어서 또 서서보았다. 내 어깨X2... 결혼식을 갔을 때 늘 느끼는 거지만 부부는 서로 닮아있다. 닮은 사람들 끼리 만나는 것인지, 서로 만나서 닮아가는 것인지 신기하다. 둘 다 귀염상에 순해보여서 잘 살 것 같았다. 다른 친구가 축사를 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 나에 대해서 그러한 말을 해준다면 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슬쩍 나올 것 같은 눈의 물을 다시 잘 집어넣었다. 코끝은 살짝 찡.
G가 부케를 받아서 마지막까지 기다리다가 H와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계속 힐을 신고 있었던 것 같아서 다리가 아프지 않느냐고 물어보고 축하 인사를 건냈다. 빨리 왔으면 사진도 같이 찍을 수 있었을텐데 늦은 나의 죄... 그래도 말을 건낼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식장에서는 마무리를 하고 식사를 하러 갔다. 식장은 작았는데 식당은 굉장히 컸다. 또 배터지게 먹고 일어났다. 많이 먹는 것이 그리 좋지 않은데 왠지 부페에 오면 다양하게 먹어봐야한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G와도 헤어지고 다시 몇시간 걸려서 집으로 향했다. 원래 이렇게 나약하지 않은데 몸이 천근만근이라 책에 집중도 되지 않아서 그냥 집어 넣었고, 중간쯤에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벽에 기대어 왔다. 일주일 피로도 쌓였는데 시도때도 없이 움직이고 서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조금은 괜찮아졌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잤다. = 하루 회고 못함. 중간에 깼지만 굳이 몸 상해가면서 기록하고 싶지는 않아서 쿨하게 포기했다.
# 예비 사업 모임
아직 개인 사업을 한 것은 아니지만 예비 사업가 독서 모임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참여 의사는 없었지만 모임장분이 궁금한 것이 있다고 참여해달라고 메시지를 주셔서 참여해보았다. 지정 독서는 <제로투원>. 역시나 다 읽지는 못했지만 괜찮다고 하셔서 마음은 놓았다. 장소는 강남역 인근의 빌라(?)였던 것 같은데 들어가자마자 낙후된 분위기와 찾을 수 없는 엘리베이터, 어두운 복도를 보고 잘 찾아온 것이 맞나 싶었다. 같은 건물 1층에서 헤매던 분이 또 있었는데 3층에서 만났다. 알고보니 같은 모임에 참여하는 분이었다. 이런 곳에 사무실이 있나 생각해보다가 그 분이 대여를 한 것 같다고 해주셔서, 그런 것 같다고 맞장구를 치며 문 앞에서 기다렸다. 결론은 맞말이었다. 내부는 너무 좁아서 정말 옹기종기 대화할 수 있었다 ^^...
굉장히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뵐 수 있었다. 정신과 육체적인 건강에 힘쓰는 웰니스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과, 웹/앱 개발자로 개인 사업을 진행하시는 분, 미드저니 전문가 등. 아무래도 사업이라는 주제로 모인 분들이기 때문에 일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제로투원> 자체가 너무 오래전에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다소 시대에 역행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모두 동의했다. 이전에는 경량문명에 대하여 모임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정 반대인 조직을 잘 꾸려야 한다는 내용이라서 잘 와닿지 않았다고. 확실히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하기보다는 내가 가고 싶은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했는데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역시나 책보다는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한 분은 디자이너였지만 잘 풀리지 않는 20대를 보내고 AI를 배우는 방향으로 진로를 틀었다고 했다. 그 때 당시에는 주변에서 그 길을 말렸다고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르쳐달라고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여자분이셨는데 오토바이도 타고, 남들이 하지 않는 길로 걸으면서 삶을 즐기는 것이 스스로 좋다고 하셨다. 당당하게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분들을 보면 멋있다. 뭐, 나는 겁이 많아서 오토바이를 타고 싶은 것은 아니고 그냥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그것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것이 멋있다는 이야기다. 또 한 분은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고 하셔서 좋은 태도를 갖추고 계신다고 느껴졌다. 보통 육체적 운동과 정신적 안락은 별도로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운동을 하기 전에 심리적인 검사를 먼저 진행하는 프로세스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여러모로 몰랐던 세상과 분야에 대해서 배웠다. 마지막에는 모임장님이 피그마를 활용한 SNS 콘텐츠 제작 관련해서 협업을 제안하셨다. 여러 전문가들과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참여자는 알아서 모집을 할테니 강의만 해주시면 된다고. 사실 피그마를 오래 써오기는 했지만 인터페이스 설계 중심으로 사용해서 콘텐츠 제작과는 거리가 멀었다. 걱정을 말씀 드렸더니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고 물론 동의는 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볼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우려는 있었다. SNS를 운영해보지도 않는 사람이 그 주제로 가르침을 하는 것이 맞는가의 윤리적인 문제. 다시 연락을 주신다고는 하셨지만 돈을 받고 하는 것이라면 안 하고 싶고, 무료로 하는 것이라면 나도 경험할 겸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사실 광고와 마케팅은 대학 전공이기도 하고 그동안 책을 본 것도 있으니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물론 실제로 운영해보고 경험한 것과는 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툴 활용 위주인 경우로만 생각해야겠다.
여하튼 이번에도 새로운 지식과 경험, 제안들을 접할 수 있는 하루였다.
# 당프레시
오전에는 사업 모임에 참여했다가 교보에 들러서 한강 작가님의 <검은 사슴>을 구입했다. 독서 모임의 한 분이 추천해주신 책이라서 한번 읽어보고 그 분에게 느낀점을 전달하고 싶었다. 책을 들고 정원이 있는 카페로 향했다. 원래 수플레케익을 먹었지만, 이번에는 색다른 달콤함을 느껴보고 싶어서 브런치(?) 세트로 구입했다. 토스트와 햄, 샐러드가 있다. 이것도 맛있었다.

사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고, 읽은 분까지도 아직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어서 적을 것은 없다. 역시 소설은 조금 읽기 힘든 것 같다. 이렇게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일까...
여튼 포크와 나이프를 쥐로 부지런히 먹으면서 책을 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요즘은 습관적으로 AI 콘텐츠를 보고 있다. 김대식 교수님의 영상이 또 시선을 사로잡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ABFlrtrOnvw&pp=0gcJCQMKAYcqIYzv
운명과 알고리즘, 운명론과 자유론에 관함 이야기다. 지금까지 자유롭다고 믿으면서 살고 있었지만 그냥 단순히 말로말 내뱉을 문제는 아니었다. 인간은 시간 속에 살고 있다는 것, 배고픔을 느끼면 앞에 있는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는 것, 졸리면 자야한다는 것과 같은 메너키즘이 작동하는 것은 분명했다. 완전한 자유는 확실히 아니다. 물론 이런 생물학적인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답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굳이 답을 찾고 싶지는 않고 그냥 정신적으로는 자유롭다고 믿으면서 노력하면서 살고 싶다. 굳이 외부의 해석에 의존하고 싶지도 않고. 모두가 착각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겠나. 그렇다면 좋은 착각 속에 살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새롭게 만난 분들과 유익함을 느끼고, 새롭게 먹어본 브런치가 맛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또 가고자 하는 기대감이 언젠가 죽을 인간의 메커니즘 속에서는 부질없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순간과 감정들이 모여서 내 하루가 흥미롭게 여겨진다면 앞으로도 사소하지만 기분 좋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고 싶다. 나에게만 의미 있어도 충분하고. 내 생각이 곧 내 세계이므로.
내가 맛있다고 느꼈는데, 맛없다고 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이 뭐가 중요할까. 물론 내가 요리사이고 목표가 다른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라면 굉장히 중요하겠지만, 내 감각을 위한 선택이라면 중요하지 않다.
# 필사 <모순>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量感)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경험과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한 감각과 하루 기록들이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다. 그 순간에 몰입하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돌아보면서 언어로 뽑아보려는 시도를 통해서 또다른 의미를 찾게 된다. 물론 그 직면한 순간에 1분 1초에서 급변하는 마음과 생각을 붙잡아 둘 수는 없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은 양감을 얻었다고 내가 느끼는 것.
# 다채로움
집에 돌아오는 길 눈 앞에 보이는 풍경들이 알록달록했다. 하늘에 떠 있는 달도 보기 좋게 반짝거렸고 빨갛고 노란 단풍잎도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이번 주말의 다채로움이 시각화된 느낌이었다. 구름도 핑크빛이 돌아서 하늘과 조화롭게 다가왔다.

구름과 하늘이 예뻐서 조금 잡아보았다.


# 28년 후
https://www.netflix.com/title/81957161
28년 후 | 넷플릭스
분노 바이러스가 영국을 휩쓴 지 거의 30년, 소년과 아버지는 안전했던 외딴 섬을 벗어나 생존을 건 사냥에 나선다.
www.netflix.com
보았다 28년 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진짜 뭔 내용인지 모르겠다. 이전에 봤던 28일 후, 28주 후의 그 후속작이 맞는가...? B급 영화가 된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인생을 담은 화사의 무대
요즘 좋은 노래. 서사가 멋있다!
https://www.youtube.com/shorts/V5fiGbuCQ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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