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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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가옥2 : Art in life

점점이녕 2025. 10. 25. 22:37

https://www.daelimmuseum.org/exhibition/current/PRG202409100001

 

DAELIM MUSEUM | D MUSEUM

 

www.daelimmuseum.org

 

내 집이었으면

 

화요일에 야매그림클래스를 진행하다가 전시회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즉흥적으로 토요일에 취향가옥에 같이 가기로 했다. 예전에 가려고 표를 끊어두었는데 잘됐다고 생각하여 티켓을 확인해보았다. 깨달았다. 기간이 정해져있었고, 시간이 애매해서 못갔고, 표는 그렇게 미사용으로 취소되었다는 것을. 결국 다시 구매하여 가게되었다 ^^. 매번 그림과 사진 전시만 가다가 인테리어 전시라고 하니 색다른 기대감이 꽃피었다.

 

 

한 동료가 늦어서 기다리는 김에 아침으로 근처 매장에서 요거트를 먹었다. 굿즈와 음식을 병행하는 곳이었는데, 귀여운 인형도 있었다. 물론 귀엽기는 하지만 실용성을 중시하는 내 기준에는 예쁜 무언가 그 이상은 아니어서 그냥 눈으로만 즐겼다. 

 

 

동료가 도착하고 디뮤지엄의 취향가옥 투어를 시작. 들어가자마자 중정의 작은 정원이 눈을 사로잡았다. 진짜 이끼인지 가짜인기 고민도 하고, 주렁주렁 걸려있는 저 물건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도 나누면서 첫 번째 가옥을 거닐었다. 사실 첫 번째 집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충봤나보다. 여하튼 2층, 3층, 4층 이렇게 3개의 층마다 다른 컨셉의 인테리어를 마주할 수 있었다.

 

 

2층의 개성 충만한 공간. 자유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갈매기? 기러기?도 좋았고, 침대에는 다크 포켓몬과 눈이 4개씩 달린 스폰지밥과 뚱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톡특한 취향을 가진 인물이 떠올랐다. 넓은 공간을 자기만의 색상으로 잘 꾸며둔 것 같았다. 벽에는 다양한 여행과 경험을 통해 의미를 가진 지류들이 큐레이션되어 있었다. 편지도 있었던 것 같고, 사진, 입장권 등 보이는 것 이상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인 것 같다. 누군가의 눈에는 난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내 방을 나에게 의미 있게 꾸미는 방식으로는 좋은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모카무스라고 하는 두 번째 공간이었다. 첫번째 공간은 주인의 취향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 공간에 오니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적인 느낌이 내 취향인듯 하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거대한 액자와 고요하게 다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차를 배우고 싶은 마음도 스멀스멀 올라왔다. 미각이 둔하지만 그래도 차를 우려마시는 그 행위 자체를 즐길 수 있지 않을지. 

 

 

 

아름다움은 사물들 자체 안에 존재하는 성질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사물들을 관찰하는 정신 안에만 존재하며,
각각의 정신은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지각한다.

 

조예가 깊지 않아서 물건 하나하나에 만든이가 담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같은 것을 보고도 누군가는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충만함을 느끼고 갔을 수도 있고. 벽에 담긴 문장을 보니 <취미의 기준에 대하여 / 비극에 대하여 외>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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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기준에 대하여 / 비극에 대하여 외 | 데이비드 흄 - 교보문고

취미의 기준에 대하여 / 비극에 대하여 외 | 도서출판 마티에서 서양 미학의 태동기인 17~18세기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활발하게 일었던 다양한 이론을 번역해 소개하는 ‘미학 원전 시리즈’를

product.kyobobook.co.kr

 

 

중간중간 미술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서 좋았다.
어릴 때 길거리에서 나눠주던 풍선 같은 의자들이었다. 소세지 같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기도 하고.
하나의 대상을 꾸준하게 수집하는 사람들이 멋있다

 

자동차 장난감을 수집하는 공간에서 일본 버스 시리즈를 만났다. 정말 손가락만한 사이즈였는데 자세히 보니 한자와 번호가 너무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번지지도 않고. 한 동료는 엔진의 디테일을 보았고, 나는 출력의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다.

 

 

 

 

좌 : 사진 가르침 전 / 우 : 사진 가르침 후

 

조명 인테리어가 멋있어서 아무런 생각 없이 셔터를 눌렀는데, 동료가 더 멋있게 사진 찍는 법을 알려주었다. 사물을 중간에 모두 담는 것은 초보라고. 구도와 배치를 조금 더 매력적으로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확실히 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잠깐 사진 똥손을 탈출!

 

 

 

 

또 멋진 풍경이 있어서 바로 실행해 옮겨 보았다. 모두 다 담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자르고 배치시키는 것. 지금 보니 위에 있는 초록 덩쿨을 더 나오게 조절해보아도 좋았을 것 같다. 여하튼 오늘은 날씨도 너무너무 좋아서 푸른 하늘과 햇빛이 기분 좋은에 한 몫을 해주었다.

 

여기에 있는 식탁과 의자는 도대체 어떻게 구웠는지 서로 의문에 빠졌다. 나도 궁금하기는 했는데 그것보다 식탁 위에 놓인 연꽃 모양의 그릇이 더 탐이났다. 예전에 불교 박람회에 갔을 때 사고 싶었던 도자기 컵과 비슷하게 생겼다. 확실히 한국적인 것이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을 보니 내 취향을 조금씩 알 것 같기도 하다. 눈이 조금 더 머무는 것이 나의 취향이 아닐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선 하나하나

 

 

 

 

리사이클링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을 갈아서 만든 것. 자세히 보니 내부에 작은 알갱이들이 보였다. 

 

 

 


 

근처 소품샵

 

 

 

저녁

 

 

 

오늘의 감각 요약

  • 인테리어 전시에 처음 가보아서 흥미로웠다. 다양한 가구와 식기, 소품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미술 작품도 걸려있어서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한국적인 것이 내 취향이다! 다도 클래스를 한번 더 들어봐야지.
  • 전시도 좋았지만 동료들과 소소하게 대화하여 즐긴 시간도 유익했다. 가치를 못 알아보겠다는 평범한 인식도 재미있었고, 각자의 시선을 끄는 사물들도 달라서 역시 취향이란 재미있고 어려운 것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 가죽같은 도자기가 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신기.
  • 전시 이후에 카페에 가서 K-장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 많은 얘기를 나누었던 것 같지만 이게 많이 생각난다. 부모님이 자식에게 기대하는 것, 자식으로서 부모님에게 해드리고 싶은 것, 해드려야 할 것. 기대와 의무. 아이를 위하여 포기해야 할 것. 평소에 업무 이야기를 떠나서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하니 조금 더 친근감이 생긴 것 같다.
  • 저녁은 동료가 맛있다고 한 화덕피자집에 왔다. 크게 가리는 것도 없고 미각도 둔한 편이라 음식은 평범하게 먹었다. 2차로는 AI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 회사에서 직원에 대한 기대와 평가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처럼 자유롭게 연차를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고, 여행도 가고, 돌아갈 공간도 있고, 일도 하면서 성취감도 느끼며 계속 살아가면 그게 행복인 것 같다고 말하는 동료의 말이 인상깊었다. 소확행을 잘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술과 시대에 조급함을 느끼는 마음을 다시금 다스려볼 수 있었다. 나름의 고충도 있지만 지금 조직이 그래도 좋다고 항상 이야기 나누면서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그 고충도 사실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자극의 고충이라서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