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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낭만)

점점이녕 2025. 10. 19. 22:54

날씨가 정말~~ 좋았다

 

회사 동료들과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에 다녀왔다. 전시가 열리기 전부터 얼리버드 특가로 구입해 두었다. 대략적인 기억으로는 3개월도 전에 구입을 해 둔 것 같기도. 고로 오늘의 약속은 한 분기 전이다. 어쩌면 더 됐을 수도 있고. 11시에 한가람 미술관에서 만나서 함께 감상했다. 늦은 줄 알고 급하게 집에서 나왔는데, 가는 시간을 더 오래 걸린다고 착각하여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도착했다. 기다리는 김에 기념품샵에 들러서 도록을 보면서 작품 공부를 했다.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이지만 사실 작가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폴 세잔, 두 명의 작가 위주의 전시였다. 

 

한 분이 미술사학 출신이라 세미 도슨트를 기대했는데, 막상 들어가니 사람들도 많아서 조용히 혼자 감상했다. 입장 전에 사진 촬영이 안된다고 했다. 정말 남기고 싶은 좋은 작품이 있으면 아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촬영이 금지되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기존 전시회 경험을 돌이켜보자면 작품을 보고 있을 때 감상은 커녕 사진만 찍으러 온 것 같은 분들도 많이 봤다. 물론 촬영하는 것은 자유지만, 정말 작품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불필요한 방해와 소음이 적어서 좋았다. 

 

 

 

나도 사진은 못 찍어서 기념품샵에 걸려있던 몇 개의 작품을 담아보았다. 같은 인상주의를 거친 화가이기는 하지만 르누아르와 세잔의 화풍은 확실히 찿이가 있었다. 조금 더 선호하는 것은 르누아르. 세잔이 대상의 형태와 구조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르누아르는 빛과 색, 그 감각에 집중했다. 같이 간 동료들은 세잔의 그림이 더 취향이라고 해서 역시 이런 게 예술의 재미같다고 생각했다. 

 

 

좌 : 르누아르 / 우 : 세잔

 

르누아르 (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 빛과 색의 변화에 주목하며 따뜻하고 밝은 색감을 사용
  • 부드럽고 유려한 붓터치로 인물과 풍경 표현
  • 인물의 아믈다움, 생동감, 인간적인 따뜻함을 강조
  • 주로 사교 장면, 여성, 어린이, 일상의 행복한 순간을 다룸

 

세잔 (Paul Cézanne, 1839–1906)

  • 인상주의의 즉흥성과 달리 형태와 구조에 집중
  • 사물을 단순화하여 원기둥, 구, 원뿔 같은 기본 형태로 분석
  •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표현 방식으로 정물과 풍경, 형태를 탐구함

 

 

나중이 되면 또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평범하거나 별볼일 없는 것에서 감각을 발견하는 예술 철학이 끌린다. 평범한 일상도 여행처럼 살고싶다는 욕구가 있어서 일수도 있겠다. 책에서 보았던 유명한 작품들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기념품샵에서 그래도 기념으로 하나는 구입해야 할 것 같아서 전시된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정물화 엽서 하나를 구입했다. 

 

사과와 배 / 르누아르

 

무화가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제목이 배였나 사과였나. 여하튼 색감이 다채로워서 좋았다. 보통 사과라고 한다면 빨간색을 떠올리고, 그렇게 그려진 과일도 굉장히 많지만 이 작품에서는 수많은 색상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과일 뿐만 아니라 배경과 바닥에 놓인 접시과 식탁보까지. 주제만 보자면 굳이 과일을 그리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렇게 스쳐 지나갈 대상도 주의깊게 보고 자신의 눈으로 포착한 세밀한 색을 담는 것이 바로 예술이 아닐까 싶었다. 같은 것을 보아도 누군가에게는 기억도 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상과 자신의 조예를 파악하는 매개가 될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 나에게 그런 것은 무엇일까. 글자?

 

르누아르와 세잔 작품은 아니었지만 인상파 거장인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을 좋아한다. 카페에 가서 작품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이야기했는데 초라함의 거창함이 좋다. 개별 작품으로 보자면 훨씬 멋진 것들이 많지만 연작으로 보자면 루앙 대성당보다 건초더미가 더 내 추구에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건초더미 연작

 

루앙 대성당 연작

 

성당은 건물 그 자체로도 멋지니, 멋진 것을 멋있게 드러내는 것보다, 무미건조한 것을 다채롭게 드러내는 것이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 르누아르

 

물론 작품이 비싸고 다른 나라에 있겠지만... 이런 유명한 작품들은 없어서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쌀쌀...

 

전시를 2시간 정도 보고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고, 2차로 하얏트 호텔에 있는 카페로 갔다. 호텔 카페는 호텔 방문자만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동료가 친구들과 종종 가는 코스라고 같이 가보기로 했다. 맑은 날씨로 서울 전경이 보여서 시각적으로 힐링되었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리적으로도 고양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 관련된 이야기도 하고, 어제 임장을 다녀와서 부동산 이야기도 하고, 회사 생활과 AI, 미래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IT 생태계상 시시각각 기술도 정보도 바뀌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것은 좋으나, 때로는 너무 과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모두 공감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언젠가는 사업을 하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인 아이템은 없다는 이야기. 장난스럽게 나중에 동업하자는 이야기에 나도 장난스럽게 혼자 일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소소한 낭만을 즐기며 살아야겠다는 덧붙임도. 오늘도 좋은 여유와 낭만이었다고 서로 공감했다.

 

날씨가 갑작스럽게 풀려서 해가 지니 쌀쌀해졌다. 감기가 걸릴 것 같다고 느껴질 때 헤어졌다. 다음에도 좋은 감각이 있으면 같이 즐기면 좋겠다. 혼자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깊이가 있겠지만,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는 또 다른 존재의 작품이 느껴지는 것 같다. 다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신기! 시절 인연일 수도 있겠지만 그 시절의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어쩌면 오늘의 건초더미를 +1 수집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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