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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1주저리. 최복동!

점점이녕 2025. 9. 26. 21:44

 
대화를 통해서 어떤 존재에 대해서 더 이해하고 좋은 기분을 가져간 날이다.
 
 
# 첫 번째 커피챗, 퇴사
3년 정도 알고 지낸 동료가 퇴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다른 동료를 통하여 B님이 이번 달까지만 한다는 갑작스런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오다가다 인사를 나누는 관계였지, 아주 친한 관계는 아니었다. 예전의 나라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고 그냥 일상 생활을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새는 사람 공부도 하고 있고, 조금은 다정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도 하고 있으며, 사람을 알아가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흥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B님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서 점심 약속을 제안했다. 아무래도 출근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점심 약속은 가득 차 있었기에 커피챗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친한 동료 Y님과 B님과 함께 회사 근처 카페로 갔다. B님이  입사한지 3년이 되었는데 그 시간 속보다 오늘 1시간의 경험에서 그 분을 더 자세하게 알게된 것 같다. 데이터팀이 크게 데이터 엔지니어와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나뉘어져있다는 것, 데이터 분석에 몰입하고 싶은데 회계 업무를 하느라 힘들었다는 것. 데이터라는 직군은 너무 좋아서 다음에 이직을 하더라도 데이터 분석가로 가야겠다는 것. 사람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유익하게 만들기 위해서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조금 더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질문도 병행했다. 다음에는 어떤 프로덕트로 가고 싶은지, 취미가 무엇인지, 쉬는 시간 동안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등.
 
B님은 커피에 조예가 깊었다. 실제로 오전마다 카페테리아에서 드립 커피를 내려마시고 주변에도 나눠주신다. 선물도 원두로 받으신다. 그대신 커피를 만들어주는 조건으로. 커피 박람회에 가셔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한 것도 언뜻 들은 것 같기도 하다. 같은 원데이 클래스 동호회에 소속되어 있어서 차 클래스에도 함께 참여한 적이 있다. 어떤 향이 입 천장에 맴돈다거나, 혀의 끝, 아니면 목구멍에 남아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듣고 미각이 뛰어나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같은 차를 마시면서 나는 많이 쓰고, 중간 정도로 쓰고, 덜 쓰다고 느껴서 그 표현들이 잘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감각이 특출나다는 생각은 했던 것 같다. 여행도 좋아하셔서 데이터 직무로 가기 전에는 스페인 가이드를 하셨다고 했다. 나중에는 카페를 열고 싶다고 하셨는데, 지금 하면 안되냐는 질문에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고 취미를 업으로 하다보면 퇴색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눠주셨다. 나도 북카페를 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했고, 다른 동료는 디저트 카페를 하고 싶다고 해서 나중에 셋이 모여서 하면 되겠다는 웃픈 이야기도 했다.
 
아무래도 퇴사를 하기 때문에 일의 고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사람들과 문화를 가진 회사라고 생각은 한다고. 나도 동의 한다. B님은 볼 때마다 항상 웃고 있었기 때문에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각자의 어려움과 고민은 있는 법이었다. 그래도 퇴사를 결정하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요하는 일이고, 큰 계획 없이 일단은 그냥 쉬겠다는 대답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다고 소소한 생각도 전달했다. 나는 어떤 결단에 대한 용기가 부족하고, 커리어에 대한 확신도 들지 않아서 안주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그런데 이렇게 적고 보니 또 내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다음에는 그래도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다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나누어봐야겠다. 여하튼 힘듦과 혼란에 대해서 나누었지만 그 시간은 따뜻했다.
 
아무래도 업무 시간이기 때문에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어서 1시간 조금 넘게 커피챗을 하고 서로 재미있었다고 마무리하며 사무실로 올라왔다. B님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같은 직무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 Y님과도 계속 접점을 유지하며 우리만의 일의 철학을 쌓아가고 싶다. 이렇게 허심탄회하고 편하게, 부족한 것을 드러내는 것이 치부처럼 느껴지지 않게 소통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오늘도 최복동!
 
 
 
# 두 번째 커피챗, 이직
채용을 위하여 다이렉트 소싱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에 컨택을 하고 있던 분이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져서 실무 커피챗을 진행하게 되었다. 늘 그렇지만 새로운 사람을 접하고 역량과 태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은 커다란 부담감을 가슴과 머리에 얹는 것 같다. 그래도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보며 프로덕트를 파악했고, 그러나 너무 실무 질문으로 파밍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유의하기 위해서  GPT에게 커피챗에 적당한 질문도 제안받았다. 급작스럽게 시작하면 부담이 될까봐 아이스브레이킹용 주제도 살짝 고민을 하고 갔다. 물론 늘 그렇듯 준비한 대로 하지는 못했다 ^^. 하지만 너무너무 유익하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다른 파트리드 S님과 함께 참여를 했다. 얼굴을 몰라서 사무실에서 만나서 카페로 함께 향했다. 아이스브레이킹용 질문이었던 회사에 오는 시간과 집까지의 거리를 장착해보았다.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셨다. 생각보다 멀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첫 인상이 좋았다. 수수하고 잘 웃으셔서. 뭔가 하얀 사람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한 번에 사람을 파악하면 안되지만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니 적어본다.
 
7시 15분 정도에 시작해서 카페가 문을 닫을 8시 30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약속이 있다고 하셔서 시간을 보기는 했지만, 시간가는 줄 몰랐다. 직무와 맞닿은 이력과 성장 의지, 글로벌 경험, 리더십, 도전 정신 등 딱 맞는 인재를 발견한 것 같다. 물론 관심사와 태도 측면에서의 생각이고, 실무 역량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하고 싶다'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인 것은 분명했다. 프로덕트에 대한 이야기, 원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싶어서 쿨하게 이직을 해본 것, 타팀과 라포를 쌓으며 구체적인 고객 경험을 설계해 나간 일 등 그 동안의 자취에 대해서 생생하게 이야기를 나누어주셨고, 우리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며 유익하게 소통을 한 것 같다. 의무적인 질문이 아니라 한 사람에 대한 경험과 태도, 생각이 궁금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생각했다. 마냥 좋은 것만 이야기하지도 않았고 당연한 고충들과, 그러나 경험하고 성장할 기회들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여 어필도 했다. 
 
얼마 전부터 조직에서의 직무와 역할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는데 다시금 좋은 팀 문화를 조성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긴 것 같다.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이끌고 싶지는 않다. 같은 결을 바라보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동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서로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팀 전체적으로는 시너지를 내면서. 회사에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 방향성을 일치시키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료. 우리에게도 좋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사람이라서 깊은 인연으로 닿을지는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오늘의 경험으로도 개인적인 기분은 충만해졌기 때문에 충분한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에게도 우리에게 찾아온 시간과 대화를 나눈 시간이 유익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채용 과정에서 리뷰는 필요하기 때문에 이직 이유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연속된 면접 과정 속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파악해보고 싶다. 함께 참여한 파트 리드 분도 성장 의지가 강한 분이고, 대화를 나누면서 메모를 하는 모습이라던가 객관적으로 파악한 경험에 대한 피드백, 질문하는 스킬 등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역시 최복동은 중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다정함도 있다. 음료가 올라간 쟁반을 테이블에 내려두려고 했는데, 그 위치에 내 핸드폰이 놓여져 있었다. 두 분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었지만 그 분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손을 뻗어 내 스마트폰을 슬쩍 치워서 쟁반이 놓여질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세심한 행동에서 따듯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업무적으로는 또 어떤 숨겨진 강인함과 결단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매력적인 분이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느낌. 헤어지는 순간 오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회사에 더 좋은 인상을 받아간다는 한 마디로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보람을 주었다. 가벼운 마음과 발걸음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