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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확장하기/활동

유기견 봉사

by 점점이녕 2025. 1. 24.

첫 유기견 봉사였다. 작년 말쯤 이런저런 봉사를 시작해 보았는데 나름의 의미들이 있었지만, 기록으로 바로 남겨두지 못했다. 유기견 봉사는 꽤나 색다르게 다가와서 늦기는 했지만 일주일 만에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25.1.18에 다녀옴)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걱정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고, 나중에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면 강아지의 특성을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유기견 봉사를 해보기로 했다. 적고 보니 생각하고 바로 실행한 것 같지만 사실 몇개월 동안 고민하다가 드디어 마음을 먹고 신청했다.

 

장소는 꽤 깊숙한 곳에 있었다. 어떤 친절한 분이 카풀을 해주셔서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갔는데, 아무래도 유기견 보호소가 유해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에 거주지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그렇게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타고 올라가서 보호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소리만 들었을 때는 중대형견인 것 같기도 했다.(막상 보니 작은 친구들 목소리도 매우 우렁찰 수 있었다.) 혹시나 사나워서 물리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었던 것 같다. 올라오는 길에 자주 참여했던 한 분이 피를 본 경우도 있었다는 이야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내적 심호흡을 하며 보호소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동물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냄새도 꽤나 났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본 환경. 모든 것들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난 누구? 여긴 어디?

 

 

목욕 시키기

오전에는 청소와 목욕을 시켰다. 목욕 지원자가 없어서 한번도 강아지 목욕을 시켜본 적이 없어도 괜찮냐고 물어보고 지원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강아지들을 안아보고 만져봤다. 우렁차게 짖는 강아지들도 많았는데 막상 다가가면 물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버려진 강아지들도 있어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반면에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 강아지들도 있었다. 인간이 해준 것이 뭐가 있다고 무조건적으로 좋아해주는지, 조금 씁쓸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한 친구씩 목욕을 시켰다. 유튜브에서 봤을 때는 물에 기겁하는 영상만 봐서 걱정했지만 다들 얌전했다. 아직 강아지의 특성을 모르기에, 무서워서 가만히 있는 것인지 아니면 체념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씻겨주는 것을 알고 가만히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몇몇 분들은 반려견을 키우시는 분들이 있어서 도움을 받아서 샤워를 이어나갔다. 강아지들은 체온이 높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 뜨거울 정도의 수온으로 목욕을 시키면 괜찮다고 했다. 눈과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안되기에 몸 위주로 씻기고, 얼굴은 세수하는 식으로 하면 된다고도.

 

너무 얌전한 친구들이라 목욕 자체는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털을 말리는 데 시간이 꽤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건조기(?) 같은 데에 잠깐 넣어두어 말리다가 직접 드라이기로 말렸는데, 생각보다 털이 잘 마르지 않아서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아무래도 추운 날씨기 때문에 털을 잘 말리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 수 있어서 더 조심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새로운 지식도 하나 얻었다. 발바닥을 잘 말려줘야 한다고 했다. 안 그러면 습진이 생길 수 있다고. 나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을 생각하면 참 대단한 것 같다.

 

 

산책 시키기

오후에는 한 친구씩 짝을 지어서 산책을 시켰다. 내 짝의 이름은 ‘카레’였다. 카레는 사람을 무서워하고 소심한 아이라서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면 다가가지 않으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어주면 입양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셔서 촬영을 잘 해보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나가니 두 손으로 줄을 꼭 잡고 있어야 해서 핸드폰을 꺼내기는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

카레는 설명을 들었던 것처럼 매우 조심스러운 친구였다. 계속 두리번 거리면서 걸었고 빨리 뛰는 법이 없었다. 뛰는 것을 싫어하는 걸까 생각도 해보고, 아니면 주변 친구들과 속도를 맞추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뒤를 돌아볼 때면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강아지의 마음은 잘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성격이 보이기는 했다.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카레는 먼저 다가오는 법이 없었다. 간식을 줄 때만 살짝 혀를 만져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카레가 속도를 맞춰주었어도 꽤 힘들기는 했다. 나올 때는 추웠는데, 들어갈 때는 너무 더웠다. 그래도 운동도 하고 산책도 시켜주고 일석이조였다.

 

짧은 시간이어서 카레랑 유대감을 쌓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사람들과 잘 어우러져서 좋은 곳에 입양 갔으면 좋겠다. 사실 어떤 상처가 있는지 잘 몰라서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냥 성격일 수도 있고. 아무것도 모르고 강아지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강아지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한 것들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짝 카레 ㅎㅎ

 

같이 산책한 다른 친구 ㅎㅎ

 

 

 

복잡한 심정

봉사를 할 때면 항상 복합적인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고, 표면적으로 보자면 봉사활동 자체가 누군가를 위한 이타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 같지만 실제로도 그런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보호소를 운영하시는 분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되었겠지만, 정말 강아지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는지는 직접 물어보고 답을 들을 수 없으니 알 수는 없다. 갇혀 있는 것이 안타깝기도 한데, 사실은 이것도 내 생각일 뿐. 강아지들은 따뜻한 곳에 있는 것이 좋을 수고 있고. 만약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방생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생각을 하자면 끝이 없고 답도 없다. 그래도 생각나는 것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준 친구들과 무릎에 얼굴을 얹고 눈을 맞추던 순간들. 안았을 때는 아기같기도 했다. 그리고 나오기 전에 눈에 밟히던 친구도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지 유모차 같은 기계에 몸을 의지한 친구였다. 불편한 다리로도 힘들게 걸어와서 내 앞에 당도했을 때 자연스럽게 얼굴로 손이 가고 기특하다는 말이 나왔다. 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 아무런 조건 없이 반겨주는 것이 뭉클했다.

 

친구들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보호소를 운영해주시는 분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사람 이야기

아침에 함께 카풀을 했던 분은 외국에 사시는 분이었는데 잠깐 한국에 들어와서 봉사 활동을 오셨다고 했다. 그 이유는 외국에서 반려견을 입양을 하셨고, 그 반려견이 오늘 봉사하는 보호소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반려견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서 직접 오게 되었다고 했다. 보호소에서 반려견의 이름을 알려주며 혹시 예전 사진이 있는지 여쭤보셨고,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고 기뻐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앞선 분은 같이 차를 탔던 분이었고, 차를 운전해 주신 분에게도 감사하다. 사실 자신의 차에 낯선 사람을 태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흔쾌히 카풀을 지원해주시고, 심지어 집에 갈 때도 위치를 물어보고 데려다 주신다고 하셨다. 그렇게 편하게 모란역까지 도착해서 집에 올 수 있었다.

 

처음보는 동물과 사람들과 환경과, 그리고 낯선 환경과 존재 사이에서의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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