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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365 나에게 접속

1일1주저리. 쿵

by 점점이녕 2024. 8. 13.

쿵, 내 안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쿵쿵쿵. 멈추지 않고 계속 떨어졌다. 늘 앉아있던 의자에서 계속 쿵쿵거리는 심장과 불안과 함께 잡히지도 않는 일을 하며 나는 왜 사는가를 고민했다. 쿵이 갑자기 찾아왔는지, 아니면 살금살금 천천히 다가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 순간은 아무것도 하지 싫었고 사는 것은 무엇인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답이 없는 고민을 하다가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어졌다. 모든 것을 다 때려칠까 고민도 했다. 다행인 것은 육체의 포기까지는 아니었다는 것인가. 하지만 정신없는 육체는 도대체 무슨 소용일까. 한 동안 쿵과 함께 눈물도 계속 찾아왔던 것 같다.

 

도무지 답이 없는 쿵과 한 동안 함께 하다가 헤어질 결심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쿵과 함께하는 것을 보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쿵과 이별한 사람들이 아닌, 여전히 쿵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서 용기를 얻었다. 아, 쿵은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루는 늘 비슷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르게 생각했을 수도 있었던 24시간이, 그 때는 생각할 머리와 가슴이 없어서 그저 똑같이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다가 작은 시간이나마 다름을 주고 싶었다. 매일 그림을 그렸다. 잘 그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계속 그려보니 첫 날과 수백일이 지난 날의 그림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까만 선에서 시작하여 면이 생기고 색상도 생겼다. 그렇게 쿵도 자연스럽게 어디론가 가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분명 또 찾아올 것임을. 그리고 또 다시 잘 헤어질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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