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의 방법에 관한 웹툰을 보았다. 예전에 소설도 한 번 읽어본 적이 있었던 작품인데 웹툰으로 새로 나온 것 같았다. 종군 기자로 외지에서 사고를 당한 주인공은 오랜 시간 동안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 극적으로 깨어난 주인공은 가장 생각났던 사랑했던 연인을 찾아간다. 연인은 주인공이 잠들어 있던 수년 간 매우 괴로워했고 결국 주인공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를 찾아온 주인공에게 자신이 힘들 때 곁에 있어준 사람을 버릴 수 없다며 거부를 한다. 그렇게 헤어지는 듯 했지만 두 사람 모두 헤어짐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이해가 갔다.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당장 어제까지 사귀던 사람에게 버림을 받은 격이다. 물론 그 사이에 꽤 오랜 시간이 있었지만 주인공에게는 그저 잠을 잤던 시간이었으니까. 연인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수년 간 괴로워했고 평생을 괴로워할 수는 없었으니까. 힘들 때 곁에 있어 준 사람에게 마음이 갈 수도 있고. 물론 실제로 마음이 간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사람을 이렇게 절절하게 만난 적이 없어서 감정 이입이 잘 되지는 않았지만 꼭 소중한 사람이 연인은 아닐 수 있다. 부모님일 수도 있고 열정을 다했던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홀로서기를 생각하고 있는 지금 회사에 대입해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5년, 아니 목표로한 날짜까지 치면 6년을 다닌 회사와 이제 헤어지려고 한다. 지금까지 나의 서비스라고 생각하면서 일하기도 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성격도 좋아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의 한계를 느끼고 있어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 내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도 인지하게 되었고 마음이 조금씩 떠나니 태도도 나빠지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느 모르겠지만 내 스스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동기를 부여하지는 못할 망정 의욕이 없음을 티내는 것은 오히려 동기를 저하시킬 것이기 때문에.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그리고 새로운 만남도 있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그대로 오랜 시간 접점이 있었던 대상과 긍정적으로 이별하는 것 같다. 다시는 만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서로의 안녕을 바래주는 것.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억지로 붙들고 서로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좋은 헤어짐의 방법이 아닐까. 물론 오랜 시간 동안 일상을 공유한 만큼 아쉬움이 클 수도 있고, 그것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도 없겠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는 항상 끝이 있기 때문에 이별은 피할 수 없다. 살면서 누구나 이별을 경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숙한 이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만두기 전에 회사에 불만있었던 것을 전부 이야기할까 상상도 했었다. 팀장님의 성격이라던가 열정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라던가. 하지만 사람들은 장단점이 있다. 팀장님은 많은 직군을 관리하고 계셨고, 동료들은 친절해서 밥을 먹지 않으면 챙겨주는 등의 인간성이 좋았다. 종종 의미 있는 질문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나의 큰 단점은 단점을 크게 보는 것에 있었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회사를 다니고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좋았던 경험들은 싹 잊어버리고 불만스러웠던 것만 이야기한다면 내 5-6년의 시간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좋은 이별의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중고 각 3년, 대학교 4년, 뚜레쥬르 2년 6개월, 첫 번째 회사 1년, 지금 회사 5년. 어떤 한 조직에서 가장 오래 있었던 것이 지금의 회사다. 결국 헤어짐을 선택했지만 내 경험과 추억을 어둡게 물들이지 않기 위해서는 깔끔하고 성숙하게 헤어져야할 것 같다. 사실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기간동안 얻은 것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전문성, 사람들과의 소통 방식, 약간의 리더십 등.
상대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은 추억으로 남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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