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 털렸다. 하루에 하나의 영감받는 문장과 내 생각을 기록해보자고 다짐한 지 7일째 되는 날이었다. 내 생각들이 모두 사라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1개만 포스팅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단순한 이미지와 텍스트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 하루들, 7일이 증발한 것 같은 기분이라 너무너무 불쾌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예쁜 이미지와 개인적인 사유가 채워지는 내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새벽에 졸린 상태에서 글을 쓰고 자기 전에 누워서 다시 확인해보며 만족감을 느끼고 오타도 수정하는 것이 약간의 낙이었는데. 인스타에 기록을 해보자고 다짐하고 거의 하루 만에 시작해서 빨리 행동하길 잘했다고 매일 같이 느끼고 있었는데 갑자기 찬물을 맞은 기분이었다.
아마 싸이코패스에게 걸린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해킹을 당하면 이상한 콘텐츠가 올라온다고 했는데 나를 해킹은 인간은(인간이 아닐 수도 있을까?) 콘텐츠를 다 삭제해버렸다. 복구하려고 구글링도 해보고 삭제된 내역도 찾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굳이 삭제해서 얻는 것이 뭐가 있나 싶다. 내가 잘 나가는 사람도 아니고 고작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일반인인데 말이다.
그냥 어제의 감정을 기록해둘 겸 작성을 해보면, 습관처럼 밤 11시 20분이 되어서야 그날 해야 할 영어 공부와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자정이 되면 지금까지 꾸준하게 학습한 날짜가 초기화되기 때문에 영어는 최소 20분, 중국어는 한 챕터를 진행하면 됐다. 40분이면 적당했다. 영어 듣기를 하는 도중에 눈은 쉬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인스타그램을 눌렀다. 평소라면 바로 홈이 떠야 했지만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어찌어찌 비번을 변경하고 다시 들어가 보니 새하얀 공간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름은 사라졌고 프로필 이미지는 바뀌어있었다. 잠깐 데이터가 꼬여서 다른 사람의 계정으로 로그인된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아직까지 똑같았으니까. 당연히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간단하게 풀고 넘어갈 것들도 틀리면서 아슬아슬하게 외국어 공부를 마무리했다.
고객센터에 복구 요청을 하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소통 창구를 찾기 힘든 것인지. 전 세계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VOC를 처리할 수 없어서 그냥 막아둔 것 같았다. 오류 문의를 보내긴 했지만 ‘의견 수집 용이고 피드백을 드리진 않습니다.’라고 확실하게 적혀있는 것을 보아 일개 회원의 불쾌함은 무시할 것이 자명했다.
글을 따로 기록해두지 않아서 다시 기억을 되살려서 써야 한다. 뭐, 이거는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므로, 비슷하게 작성할 수는 있어도 같은 마음으로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주제를 생각하고 쓰는 것과 ‘며칠 전에 뭐라고 적었지’라고 생각하고 작성하는 것의 차이일 것이다. 이 마음이 문장에서 티가 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1일 1글이 목표였기 때문에 해당 날짜로 표시된 기록이 사라졌다는 것이 아쉽다. 그렇다고 다시 1일부터 하나씩 시작하고 싶지도 않다. 시간은 이미 지나갔으니까. 원래라면 오늘은 doy.by.day 7일 차였다.
이것도 인생의 시행착오라 생각하고 쿨하게 넘기자. 물론 이렇게 구구절절 적고 있는 것 자체가 쿨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라도 적어야 머리에서 빼낼 수 있을 것 같다. 뭐 세상일이 전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님을 경험시켜주기 위한 알 수 없는 존재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하고 끝내야겠다. 짜증 나지만 다시 해야지 뭐. 365일간 꾸준히 글을 쓰고 난 뒤의 내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궁금하니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0 day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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