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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종료] 자기 발견 챌린지

Day 10.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떠올리는, 열성적으로 파고드는 대상이 있나요?

by 점점이녕 2022. 1. 20.

 

# 본질과 목적

최근에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UXUI 디자이너의 역량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 한심하게도 4년간 UXUI 업무를 진행하면서 UXUI란 무엇인지, UXUI 디자이너의 주요 역량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신입 디자이너를 뽑으면 기본적으로 묻는 질문이 'UXUI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였지만 정작 사수가 되어야할 나는 그 질문에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아, 나는 정말 생각없이 일하고 있었구나. 이진선님의 글 중 실력이 연차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이 딱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 UX (User experience) : 사용자 경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감정의 총체

* UI (User interface) :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매개채

 

 

스터디를 계획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동료들에게 스터디를 왜 해야하는 지에 대하여 각자의 이유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저 보여주기 식의 스터디도 싫었고 시간낭비를 하는 것도 싫었다. 모두가 진정으로 얻어가는 것이 있었으면 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UX, 기획, UI, 디자인, 사용자분석, 코딩, 개발지식, IT, 마케팅, 데이터 등등 알아야할 것이 참 많았지만 이런 지식보다도 더 본질적인 것에 대한 공감이 중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첫 번째 모임의 주제를 '나의 디자인 철학과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량'으로 잡았다. 디자이너로서 각자 나름대로의 일의 목적과 철학을 생각해보기를 바랐다. 나도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하고 나서야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다는 것은 많이 창피한 일이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계기를 만든 것에 감사한다. (*스터디 계획 고민 : https://worryzero.tistory.com/240)

 

그렇게 며칠간 고민하면서 좋은 UXUI의 속성과 주요 역량을 어느 정도 정리해볼 수 있었다. 

 

※ UXUI의 주요 속성

1. 유용성 → 사용자의 불편을 해결해주는지, 니즈를 충족시켜주는지
2. 사용성 →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이 간편한지
3. 감성 → 서비스를 시용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느낌이 드는지
4. 기술 →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한지
5. 비즈니스 → 사업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좋은 UXUI란 위 5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것은 꼭 IT와 웹서비스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서비스에서 중요하게 체크해볼 속성인 것 같았다. 내가 앞으로 기획하는 개인적인 서비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유용성이다. 좋은 서비스는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해주거나 그들이 모르고 있었지만 더 좋은 삶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을 제공해야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런 유용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성을 체크해야한다. 만약 길을 가다가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커피 자판기 앞에 섰지만 카드를 넣는 공간을 발견할 수 없어서 결국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커피 자판기는 나에게 커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용했지만 결제를 하지 못한 부분에서 사용성이 떨어졌다. 유용했지만 결국 유용하지 못했다.

 

감성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특별한 경험은 다른 브랜드와 내 서비스를 차별화시켜주는 요소다. 유의해야할 것은 유용하지 않고 감성만 좋은 서비스다. 이런 서비스는 예쁜 쓰레기라고 할 수 있다. 보기는 좋은데 딱히 쓸모는 없는. 기술도 결국 고객에게 제공되어야 유용하다는 측면에서 사용성과 비슷하다. 유용하고 사용성이 좋은 서비스를 기획했지만 기술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하다면 그저 좋은 기록으로만 남을 뿐이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IT에서는 기술이 중요하다. 비즈니스는 아직까지도 고민이 많은 부분이지만 결국 돈을 벌어야 회사도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선사업체가 아닌 이상 사업적으로 도움이 되는치 체크를 해봐야한다. 이 비즈니스라는 속성은 종종 유용성에 위배될 수 있다.

 

 

# 유용성과 비즈니스, 다크 UX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분이 유용성과 비즈니스의 충돌이다. 당연히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사명으로 생각하고 작업을 해오고 있었지만 매출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고객 경험을 불편하게 만들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 배송이 오래 걸리는 상품은 의도적으로 배송일을 숨긴다.
  • 중요한 데이터 수집을 위하여 완료하지 않으면 절대 닫을 수 없는 설문조사 팝업을 띄운다.
  • 가입은 5초만에 가능하고 탈퇴는 별도의 UI를 만들지 않아서 이메일로 요청을 해야한다.

보통은 상품 옵션페이지에서 지금 주문을 하면 언제 물건이 도착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의 경우 빠른 배송이 강점이기 때문에 상세페이지가 아닌 상품 리스트만 봐도 '내일 새벽 도착'이라는 문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서비스에서 팀장님은 배송일이 늦으면 전환율(장바구니에 담는 것을 전환으로 보고 있다.)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옵션페이지에서 배송일을 숨겨버렸다. 상품을 주문하러 들어왔지만 배송일을 바로 확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배송일은 버튼을 한 번 더 클릭하거나 장바구니에 담으면 그때서야 확인할 수 있다. 

 

긍정적인 경험과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것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고객 경험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정말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잠깐의 매출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해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위에 있는 것은 예시지만 이와 같이 내 손으로 불편한 것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 요청을 하는 것이 너무 스트레스였다. 이런 업무가 종종 들어올 때마다 디자인 철학과 윤리라고는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사고방식이 불쾌했고 내 손을 더럽히는 것 같았다. 이럴려고 UXUI 디자이너가 되었나 자괴감이 들었다.

 

 

# 일의 의미, 좋은 서비스

나는 회사에 고용이 된 입장이고 월급을 받기 때문에 그냥 납득을 하며, 아니 납득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별 생각없이 일을 해보자고 다짐도 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만큼 나에게는 긍정적인 일의 의미가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편할까? 내 회사가 아니니까 서비스를 망치든 말든 신경쓰지 않으면 편할까? 당연히 내 회사가 아니었고 이건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는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나쁜 UX를 위하여 작업하는 내 시간이. 더 좋은 것을 고민하고 만드는 데 쏟아도 모자를 시간인데 말이다. 

 

사실 모든 업무가 이런 것은 아니다. 분명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이슈도 있다. 그러나 종종 들어오는 것도 참기 힘든 것이 문제다. 모든 것을 의미있게 하고 싶은 것이 너무 큰 욕심일까. 너무 이상적인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2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는 윤리적인 회사로 이직하는 것, 두 번째는 비즈니스를 위하여 고객의 경험이 어느 정도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을 꾸역꾸역 납득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첫 번째의 경우 월급을 주지 않는다고 추가 조건을 넣어보았다. 윤리적인 일을 하되 돈을 벌지 못함 vs 다소 의미없는 일을 할 수 있지만 돈을 범. 극단적이지만 내가 그렇게 의미와 윤리를 강조하는 것 같아서 비교를 해보았다. 위선적이게도 쉽게 첫 번째를 선택할 수 없었다. 나도 먹고는 살아야했기 때문에. 그러면서 나 역시도 돈을 조건으로 생각하면서 회사 업무로서는 그러지 않길 바라는 것이 참 이기적이게 느껴졌다. 그리고 여전히 불편했다.

 

긍정적인 고객 경험과 비즈니스가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비즈니스를 위하여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고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일까?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돈이 기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것을 제공하다보면 자연스레 팬이 생기고 금전적인 이슈도 덩달아 해결되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세상에는 많은 요리사가 있다. A 요리사가 요리를 하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함이고, B 요리사가 요리를 하는 목적은 맛있는 요리를 많은 사람에게 대접하고 싶기 때문이다. A 요리사는 많이 팔기 위하여 음식을 빠르게 만들고 높은 회전율을 꾀한다. B 요리사는 자신의 요리를 맛본 사람들의 평을 적극적으로 듣고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하여 요리 연구를 계속한다. 어떤 요리를 맛보고 싶은지는 누구나 동일할 것 같다. 고객 경험과 비즈니스는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의미를 잃고 현실 안주하고 있던 나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다. 나는 B 디자이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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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확실한 대상은 없는 것 같다. 굳이 정하자면 '성장'이라는 그 자체라고 해야할까.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것. 인정받고 싶고 평균보다 잘 살고 싶다는 것. 그러나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공부도 못하고 게임만 좋아하던 때가 있었으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대학생 때부터 신경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하게 1학년 1학기에 과탑을 하여 전액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그 전까지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장학금을 받아서 생각보다 놀랐고 기분이 매우 좋았다.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 좋았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장학금을 받기 위하여 나름 열공을 했었던 것 같다. 물론 학점을 잘 받으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왠지 학점보다 장학금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학점에 희비가 엇갈리는 학교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는 지금까지도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고.

 

음... 생각해보니 잘해야한다는 강박이 사실은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기 싫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퇴사를 생각하지만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것도 집에만 처박혀 있는 모습을 보면 걱정을 할까봐서. 만약 내가 자취를 했고 아무도 내 상태를 모르는 환경이었다면 벌써 퇴사를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부모님은 나보도 열심히 살아라, 잘 해내라고 강요한 적이 없었다. 성적으로 혼낸 적도 없고.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는 것일까? 착한아이 콜플렉스? 보통 첫째가 걸린다고 하던데 나는 둘째다. 동생이 막 살아서 나라도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변화' 항상 변화를 꾀했던 것 같다. 루틴한 업무, 편집 디자이너, uxui 디자이너, 프로덕트 디자이너, 디자인, 개발, 마케팅, 브랜딩, 홀로서기. 현실 안주하면 안된다는 강박. 아니면 열정? 성장은 좋지만 스트레스 받는 것은 싫다. 그러나 무언가에 몰두한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고 한다. 행복하게 성장하는 방법은 유토피아를 바라는 것일 수도. 건전한 스트레스를 사랑하기로 해볼까. 

 

'의미' 나는 종종 내가 의미충, 진지충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소심해서 그런지 의미 부여도 잘하고, 의미 없는 일은 시간 낭비 같아서 하기 싫고. 나에게 의미는 왜 중요할까. 의미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다들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전쟁을 하는 것일까. 

 

'자기 검열'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도 정해진 것을 지키기 않으면 불안하다. 가령 신호등이라던지. 아빠는 빨간 불이지만 차가 오지 않을 때 가만히 있는 것이 멍청하다고 했다. 나는 신호를 지키지 않는 것이 얌체같다고 했다. 예전에 한번 신호와 관련된 질문을 봤던 기억이 난다. 아무도 없는 도로에서 빨간 불이 켜졌고 신호 대기를 하면 석유도 낭비되고 매연도 더 나온다. 그냥 가면 석유를 아끼고 환경도 덜 더럽힐 수 있다. 정말 한동안 아무도 오가지 않는 도로라고 했을 때 빨간불에 그냥 가는 것이 옳은 것일까, 기다리는 것이 옳은 것일까. 당연히 규칙만 생각하면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면 가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신호가 있다는 것은 사회가 있다는 것이고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것인데,.,아 잘 모르겠다. 결론은 나는 지키는 것에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나 약속이나. 아무도 뭐라하지 않지만 스스로 억압하는. 

 

'완벽주의' 뭐든지 잘하고 싶은 것. 말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서 부족한 것이 느껴지면 학습하려고 한다. 물론 잘 되지는 않았지만. 코딩, 3D, 데이터 분석, 경영 등등. 

 

업무적으로는 유용성, 사용성과 같은 UXUI 속성인 것 같다. 정말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이해가 될 때야 비로소 의미있게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경험을 불편하게 만드는 다크 UX의 경우 진행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슈를 시킬 때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계속 불만에 빠진 채 작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빨리 그만 둬야지. 시간 아깝다. 여기서는 더 성장할 수 없어.'

 

UXUI의 주요 속성은 유용성, 사용성, 감성이다. 여기에 프로덕트가 런칭되는 과정까지 생각하여 기술과 비즈니스를 추가했었다. 정말 필수적인 것은 '유용성'이라고 본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는지, 정말 필요한 기능인지. 사용성, 감성, 기술, 비즈니스와 같은 것들은 그 이후의 부차적으로 생각할 속성이다. 본질. 요리를 많이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요리사가 있고,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요리사가 있다. 앞의 요리사는 마진을 높이기 위하여 재료를 아끼고 최대한 빠른 순환이 돌도록 가게를 운영할 것이다. 후자의 요리사는 자신의 음식을 개발하기 위하여 더더욱 정진하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가게를 운영할 것이다. 요리사가 되는 것과 맛있는 음식을 사람들에게 대접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의 차이는. 수단이냐 목적이냐의 차이. 의미가 있냐 없냐의 차이. 

 

MX. My experience도 같은 속성을 적용시킨다면? 

 

나는 왜 의미에 집착하는가? 의미가 없으면 왜 살아야하지. 의미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 의미가 없는 것도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카뮈가 말하길 "진정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다. 바로 자살이다." 살고 싶어서 의미에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자살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정말 살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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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 집착, 파고드는 것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의미’인 것 같다. 의미로 인하여 지금 회사 생활이 너무 마음이 들지 않고 심란하기만 하다.

최근에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좋은 UXUI의 주요 속성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좋은 UXUI란 유용성, 사용성, 감성, 기술, 비즈니스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나만의 기준을 세웠다. 유용하다는 것은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것이며 사용성은 그 해결 과정이 매우 간편한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긍정적인 느낌이 드는 감성을 만족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 세가지는 기획에서 중요하다면 실제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해야한다. 그리고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비즈니스적으로 도움이 되어야한다.

이 다섯가지 속성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유용성은 높지만 사용성이 떨어진다면 고객은 결국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다. 유용하지만 유용하지 않은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사용성은 뛰어나지만 유용하지 않다면 필요로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좋은 서비스가 아니다.

이전까지는 UXUI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문제해결력이라고 생각했다. 문제가 있고 얼마나 잘 해결하여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지. 여기에는 논리와 창의성이 중요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왜’에 대한 더 본질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 정말 논리적으로 잘 해결했다고 생각한 프로젝트가 사실은 고객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 나는 왜 일을 하고 살고 있는지 삶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이 커졌다.
  • WHY, HOW, WHAT 골든 서클같이 왜를 중시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 ...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떤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는지. 뭐 이것저것 쌓이다보니 결국 의미충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고. 여하튼 나는 이제 어떻게가 아니라 왜가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5가지 UXUI 속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용성’이다. 고객의 불편을 해결하고 그들의 니즈를 해결하는 것. 다른 것들은 이 유용성이 고객에게 제대로, 잘 전달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고민인 부분은 ‘비즈니스’다. 일을 하다보면 비즈니스적인 이슈로 의도적으로 고객에게 불편을 제공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상품이 있는데 배송이 느린 상품은 의도적으로 배송일을 숨겨버리는 것이다. 빠른 배송일은 바로 보여주고 느린 배송일은 2뎁스 넣어서 고객이 클릭을 하면 보여주자고 팀장님이 주장했다.

유용성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많이 혼란스러웠다.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하여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라고? 너무 무책임해보였꼬 이런 환경에서 내가 진정한 디자인을 배울 수 있을지 심란하기만 했다. 그래서 생각해보기는 했다. 윤리적인 회사로 이직을 할까,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조금 불편함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그리고 전자는 월급을 주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결국 후자였지만 마음 한 켠이 계속 불편했다. 결국 현실과 타협하고 윤리보다는 돈을 좇는 내 모습에. 나는 성인군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그랬다.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치고 돈도 받지 않고 윤리만 제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윤리적인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다크 UX를 하는 것이 정말 너무너무 싫었다. 나는 고용된 사람으로서 시키는 일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정말 이렇게 살아도 돼? 너가 좋은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어? 좋은 디자이너란 무엇인데?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는 매출을 올려주는 디자이너가 좋은 디자이너겠지만 나는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 괴리감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나 싶다.

윤리적인 디자이너까지는 아니어도 진정으로 고객 경험을 증진시키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너무 디자이너 디자이너 했지만 나에게 디자인이란 예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설계다. 삶을 디자인 하는 것도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목표를 MX로 잡았다. UX가 고객 경험이라면 MX는 내 삶의 경험이다. My experience. 내 경험을 디자인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비즈니스에 타협하지 않고. 누군가 말했다. 좋은 것을 만들다보면 사람들을 알아서 따라올 것이라고. 그들을 속여가며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좋은 것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비즈니스까지 취할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다.

그냥 하는 질문. 팀장님으로서 비즈니스를 신경써야 하는 것은 이해를 한다. 그것을 제외하고 지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 사람을 도구로 생각하는 느낌. 자신의 성과를 올리기 위한 도구
  • 성장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키우는 느낌이 든다.
  • 왜 이렇게 했냐고 물어보지 않고 자기 의견만 이야기하는 것.
  • 다짜고짜 바꾸라는 듯이 의도하는 것.

상사가 나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은 잘 지내지만 나는 왜 잘 지내기 못하냐고 계속 생각해보았지만, 내가 의미에 너무 민감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잘못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왜이렇게 극성이냐고. 다른 사람들이 그냥 다니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냥 하라는 대로 해주면 안되겠느냐고. 그러나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그냥 해주는 것이 어려운 사람인가보다.


개인적으로는 삶에 대한 의미에 집착을 하는 것 같다.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음에도 종종 불안감과 무기력함이 찾아온다. 이렇게 기계같이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나는 왜 태어나고 살고 있는 것인지, 이런 삶을 계속 반복하고 100세까지 살아야한다는 것이 너무 답답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지만 아직까지 찾지는 못했다. 최근에야 삶에 의미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의미를 부여하자는 다짐을 해서 이전보다 편해지기는 했다. 그래도 불쑥불쑥 하는 것에 의미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의 고민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회사에서도 아직 충분히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종종 그 다짐이 무색해지게 또 고민에 휩싸인다. 그렇다고 해도 퇴사를 하면 나는 의미있는 삶을 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회피하기 위해서 갖다 붙이는 것 같아서 결정을 못하긴 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삶에 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참 멋있는 것 같다. ‘나는 이것을 할 때 행복해’ 최근에는 스우파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춤을 추는 것이 즐겁다는 것. 즐겁고 잘하고 싶으니까 열심히 하게 되었다는 것. 나에게 그런 것이 생기기는 할까? 물론 내가 만들어야할 것이다. 하.. 또 걱정이 되지만 걱정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이제 거부할 여지가 없다.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의미를 바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것에 지금 의의를 두자. 앞으로는 이런 나를 더 만족스럽게 살게 하기 위해서 해야하는 것들을 찾아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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