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멤버들은 솔직한 생각을 잘 공유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진우는 부모님 같았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좋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멤버들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전파하기 싫어서. 왠지 그 마음이 잘 이해가 갔다. 나도 종종 좋지 않은 일이 닥쳤을 경우를 상상하면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형식적인 위로만 돌아올 것 같아서.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 스스로도 다른 사람의 부고를 전해 들었을 때 형식적인 위로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니까.
좋지 않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맞다. 나 혼자만 참으면 끝나는 문제를 괜히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서 눈치 보이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반대로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내가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다. ‘힘내’, ‘괜찮아?’ 이런 말로 과연 내가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냥 형식적인 얘기라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내가 다른 사람들과 진지한 감정 교류를 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껏 고민이 있어도 부모님이든 친구들 말하지 않았다.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이유라고 한다면 말을 해봣자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힘들어서 우울하고 방에 틀어박혀 운 적도 있었지만 방을 나서면 크게 티를 내지 않았다. 괜히 개인적인 부정적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영향 주기 싫어서. 왠지 고민을 털어놓으면 상대방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까 안타까운 것은 내가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고민을 이야기해올 때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종 ‘이걸 왜 나한테 이야기하지?’와 같은 생각도 든다. 얘기를 들어보면 뭔가 해결책을 묻는 것이 아닐 때가 많다. 힘든 것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것을 해결해줄 능력도 없어서 왜 이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생각을 그대로 얘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거야, 꾸준히 하면 나아질거야-와 같은 형식적인 위로를 하곤 했다. 아직도 모르겠다. 해결해줄 능력이 없지만 상대방의 고통과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나는 왜 이렇게 사람이 어렵게 된 것일까? 이것도 성향 때문일까? 어렸을 때부터 그랬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이나 가족이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성격이 아니라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자라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음... 진지한 관계를 한 번 경험해보고 싶기는 하다. 어려울 것 같지만. 그렇다고 낙담하지는 말자. 이런 삶이 있으면 저런 삶도 있는 법이다. 모든 사람이 솔직하지도 않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꽁꽁 싸매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잘 되지 않는다면 그냥 이게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자. 물론 나를 너무 규정해서 노력조차 포기하지는 말고.
https://www.youtube.com/watch?v=kRsc6f1WX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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