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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

나는 누구인가?

by 점점이녕 2022. 3. 28.

https://brunch.co.kr/@somgs34/4

브런치 추가) 자기발견 0일차 보충


디자이너가 되다

나는 현재 5년차 프로덕트 디자이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매뉴얼에 따라 주어진 것들을 잘 처리하면 되는 회계 업무를 했었다. 그저 정해진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누구나 교육을 받고 반복 업무를 통해서 익숙해지기만 하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회의감이 들어서 '창의성'이 중요한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렇게 디자이너로 입사한 IT 회사에서는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 나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고 회사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야근 수당을 주지 않아도 야근을 했으며 주말에도 자발적으로 집에서도 일을 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싶었고 디자이너로서 인정을 받고 싶었다.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 많았지만 이 과정이 곧 나의 성장을 위한 길이라고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보냈던 것 같다. 그 결과 회사에서 인정과 좋은 처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 계속해서 회의감과 무기력한 감정이 찾아왔다.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다

완벽주의 성향과 인정 욕구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도 실수를 하면 크게 낙담을 했고 남들의 평가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 내가 잘 했다고 생각을 해도 피드백이 좋지 않으면 실망을 했고,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잘했다고 하면 좋았던 것 같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는 항상 부족하고 더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이런 노력으로 인정과 좋은 처우를 받았고 잠깐은 열심히 산 보상을 받은 것 같아서 좋았지만 그 기분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더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강박을 한 스푼 더 얹어주었다. 

 

그러다가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삶은 이렇게 피곤한 것일까, 남들의 평가에 신경쓰고 항상 잘 해내기 위하여 나를 채찍질하며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 내 삶에 나는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 속에 있었다.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나였다. 

 

내 인생을 살고 싶었다.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은 내가 나로 사는 것이 아니며 좋은 삶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했다.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음에도 이런 생각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저 일하고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반증했다. 하지만 주체적으로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아도 도무지 답은 나오지 않았고 막막하기만 했다. '이렇게 살면 안될 것 같은데...'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 사는 삶이 반복되었다. 종종 동기 부여 영상을 보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위안도 받았지만 그것도 한 순간이었다. 또 다시 정신적인 방황은 계속됐다.

 

 

 

홀로서기를 꿈꾸다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찾아온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도 어차피 회사 밖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것이라는 것, 월급쟁이로는 내 집 한 채 가지기 어렵다는 것, 나의 회사가 아니므로 종종 위에서 내려오는 의미 없는 일을 하긴 해야한다는 것, 회사를 오래 다니는 분들 중에 롤모델이 없었다는 것. 이것은 회사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는 충분히 능력 있는 분들이 많았지만 새벽에도 주말에도 회사를 위해 일을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물론 그 분들은 스스로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모습이 과연 '내' 인생일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아마 정년 퇴직 후 현실에 대한 영상을봐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일 수도 있다. 회사는 개인을 책임져주지 않는구나.

 

그리고 생각해보니 나의 롤모델은 회사가 아니라 본인의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자기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분들처럼 회사 명함이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 인정받으며 살아가고 싶었다. 일하는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하는 내'가 중요한 사람들. 왠지 이런 사람들은 활달하며 도전정신이 강한 것 같아서 과연 내향적인 내가 할 수 있을까 자기 의심도 들기도 했다. 언젠가 이진선님의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를 읽고 내향적인 사람도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나도 한번 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홀로서기를 목표로 세우는 것에 영향을 준 것들이 참 많다. 책으로는 <부의 추월차선>과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였던 것 같다. 이 책들을 보고 지금 껏 세상이 규정한 모범시민처럼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여 정년까지 일을 하는 삶.(그렇다고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학교과 좋은 직장을 다는 것은 아니다.) 노년을 위하여 최대한 아끼고 저축하는 삶. 이전에는 평범하게만 보였던 삶이 갑갑하게만 느껴졌다. 이렇게 살면 행복할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의 세계를 만들지 않으면 평생 남이 만든 세계 속에서 살아 가야한다.'

 

이 문장은 경각심을 주었다. 평생 만들어진 시스템 속의 노동자로 살지 않기 위해서 생산자가 되고 싶었다. 또한 CEO가 아닌 이상 누구나 언젠가는 홀로서기를 해야한다는 것은 자명했다. 나이가 들어서 준비되지 않은 채 쫓겨나 방황하는 것보다는 도전 기회가 많은 젊은 나이일 때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아직까지는 회사에서 경험하고 배울 것들이 있고 생활비도 벌어야하기 때문에 바로 퇴사를 하지는 않았다. 회사에서 배울 것들이 사라지고 내 삶의 설계가 구체화된다면 그 때가 적절한 퇴사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기발견의 시작

그러다가 한달 어스의 자기 발견 글쓰기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나는 누구일까",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 일을 게속해야 할까?". 현재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을 위하여 자기를 알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가이드를 해주는 글쓰기 프로그램이었다. 딱 나를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이 철학적인 질문들에 진지하게 답을 내려본다면 어느정도 삶의 방향성을 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글쓰기 프로그램은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의 저자 이진선님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진선님의 브런치 글은 사수가 없어서 방황하는 나에게 스스로 자기 인생의 멘토가 되어야한다는 내용으로 울림을 주었다. 단순히 어떻게 살아야한다고 주장만 한 것이 아니라 작가님이 삶과 일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글 속에서 느껴졌으며, 그 고민의 과정을 타인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싶다는 것도 충분히 와닿았기 때문에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사실 예전에도 자기발견 글쓰기 프로그램을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작하지 못했다. 잠깐 훑어본 질문들이 너무 어렵게 다가왔다. '당신의 삶에 변화를 일으킨 세 가지 전환점은 무엇인가요?', '현재 당신의 전문성은 어느 단계에 위치하고 있나요?' 어쩌면 그 때의 나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하는 삶에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었으며 홀로서기에 큰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다.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지만 지금이라고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 다양한 습관 만들기를 경험한 것도 새로운 도전에 도움이 되었다. 걱정과 우울에만 빠져있을 시간에 글이라도 하루에 한 편 써보자고 다짐했다. 거창할 필요는 없고 그저 뭐라도 해보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 돌아보면 쓰는 것에만 급급해 좋은 글을 쓰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100일 넘게 지속하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칭찬을 해주고 싶다. 100일 정도 1일 1포스팅을 진행하면서 글을 '막' 쓰는 것은 조금 친숙해져서 앞으로는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자기발견 질문에 답변을 할 준비가 이제는 된 것 같았다. 2022년,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를 알고 좋은 북극성을 발견하고 싶었다.

 

 

 

북극성 발견하기

고민과 스트레스를 받았던 상황을 일기로 적어보면 문제가 종종 해결되었던 적이 있다. 나름 객관적으로 사건이 발생한 상황과 그 속에서 느낀 감정을 적어보니 지금의 감정은 비합리적인 것이고 더 나은 환경을 위해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 낫겠구나-하는 길이 생겼다. 때때로 느끼는 버거운 감정들은 사실은 스스로도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다. 잘 살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지금의 상황도 현재 나의 상태와 원하는 미래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자기발견 글쓰기가 나라는 존재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구체적으로 길을 만들 수 있는 그런 과정이 되었으면 한다. 

 

사실 글을 30일 동안 쓰는 것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수량 채우기용 글은 지양하고 싶다. 쓰기 위한 글쓰기는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목적과 다르니까. 짧더라도 꾸밈없이 나를 알아가는 그런 진지한 글쓰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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