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뎁스 카테고리까지 선택하는 것이 복잡해보이는데 1뎁스만 제공하면 안되나요?’
고객에게 업종 정보를 받는 이슈를 진행하던 신입 디자이너분의 질문이었다. 우리 서비스는 소상공인을 주고객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의 업종을 주요 데이터로 수집하고 있다. 기존에는 회원가입과 별개로 페이지 탐색 중 우하단에 업종 선택 팝업을 띄우거나 고객이 직접 개인정보 화면으로 들어가야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었다. 특히 우하단에 뜨는 팝업은 광고처럼 보이기도 해서 전환율이 높지 않았다. 더 통일성 있는 UI로 변경하고 회원가입시 적절한 플로우를 고려하여 자연스럽게 업종 정보를 입력받게 하는 것이 이번 이슈의 목표였다.
그러다가 위와 같은 질문이 나온 것이다. 업종이 많기도 하고 1뎁스로 충분한 것 같은데 굳이 2뎁스까지 선택하게 만들어야 하냐는 질문이었다. 플로우가 길어지기도 하고 2뎁스 카테고리가 크게 의미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서비스에서 업종은 위와 같이 1뎁스를 선택하면 2뎁스로 더 상세한 업종을 선택할 수 있다. 질문은 팀장님에게 했지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이슈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DB를 건들인다면 기존에 나뉘어 있던 데이터를 어떻게 합칠 것인지, 또 합치는 것이 과연 나누는 것보다 좋은지, 타 팀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고민할 것들이 많을 것 같았다.
프로덕트 디자인팀은 디자이너들끼리 수요일마다 이슈 리뷰 회의와 스터디를 진행한다. 월요일에 팀장님과 진행하는 회의와 별개로 진행된다. 일주일간 진행한 이슈를 설명하고 피드백을 요청하기 때문에 위 질문에 대하여 카테고리를 제거하는 것이 쉽게 선택할 것은 아님을 알려주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다.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다소 막연했기 때문에 스스로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리더로서 납득할 수 있는 피드백은 줘야할 것 같아서.
비즈니스와 UX에 대한 고민
서비스를 운영하면 오로지 고객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경우는 사업적 측면이 강하다. 고객 정보를 분석하여 마케팅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서비스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정말 고객 입장만 생각했으면 업종 카테고리를 1뎁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업종 입력을 받지 않는 것이 맞다. 고객 입장에서는 1뎁스를 선택하든 2뎁스를 선택하든 똑같이 의미 없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비즈니스를 고려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업종 카테고리 1이 ‘음식업’, 업종 카테고리 2가 ‘일식’이라고 했을 때 현재 상태에서는 일식 업종인 고객들을 추려서 일식에 관한 콘텐츠만 발송할 수 있다. 그러나 카테고리 2를 없애버리고 1로 통합을 해버리면 그 이후부터 일식을 운영하는 고객들을 추출하지도 못할 뿐더러 이 고객들은 한식, 양식, 분식 등 모든 음식업에 관련된 콘텐츠를 봐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원하지 않는 정보가 계속 푸쉬된다면 고객들은 수신거부를 할 것이고 콘텐츠 마케팅 활용도는 더욱 떨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슈는 단순히 ‘고객이 선택하는 것이 불편하니까 카테고리를 축소하자’는 논리로 결정하는 것이 맞지 않다. 카테고리 DB를 수정하고 싶다면 비즈니스 차원에서 생각을 해야한다. 현재 고객 정보가 마케팅 용도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을 하고 카테고리를 개선하면 얼마나 활용도가 좋아질지 체크를 한 후에 관련 부서에 제안을 해야하는 것이다.
맞춤형 콘텐츠_#1 서핏
나는 서핏이라는 플랫폼에서 UXUI에 관한 콘텐츠를 자주 본다. 다양한 직군을 위한 콘텐츠가 제공되기 때문에 원하는 것만 보기 위해서는 관심사를 선택해야 한다. 아래는 관심사를 선택하는 모달 팝업이다.
1뎁스 카테고리가 5개가 있고 그 하위의 2뎁스 카테고리가 여러 개가 있다. 하지만 이 관심사를 선택하는 UXUI에 대해서 불편하고 싫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만 골라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꺼이 각 항목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원하는 카테고리는 선택했다.
맞춤형 콘텐츠_# MBTI
MBTI는 요새 핫한 성향 테스트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서 서로 MBTI를 묻기도 하며 심지어 기업에서도 특정 MBTI를 선호하거나 거부한다고 적어놓기도 한다. 자신의 MBTI를 알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질문에 답을 내려야한다. (무려 12분이나 걸린다고 한다.) 플로우 길이로 따지자면 진입장벽이 꽤 높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기꺼이 그 수많은 질문을 하나하나 심사숙고하여 선택한다. 여기에는 나의 성향을 알고 싶다는 기대감이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일반화하는 것이 우려되지만 나 역시도 고객1로서 생각해보자면, 어떤 정보를 구체적으로 선택했을 때 나에게 딱 맞는 무언가를 추천해준다면 기꺼이 자세하게 선택을 할 것 같다. 내가 관심 있는 것들만 받아볼 수 있으니까.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해야할 것
카테고리 축소가 비즈니스적으로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관련 부서와 협의하여 변경하는 것은 물론 좋다. 추가로 고민한 것은 데이터베이스를 변경하면 이전 데이터가 날라가기 때문에 쉽게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구조를 변경하는 것은 오늘은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쉽게 선택할 문제가 아니니까.
만약 위와 같은 결정에 확신을 할 수 없다면 카테고리가 복잡하게 느껴지 것이 꼭 DB를 수정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사기업이라면 비즈니스를 위하여 고객 경험을 해치는 경우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만약 이게 싫다면 오로지 고객만 생각하는 공기업이나 자선단체에서 일을 하면 된다.) 따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인 것 같다. 복잡하고 불쾌한 것을 간단하고 긍정적일 수 있게 만드는 것.
프로덕트 디자인의 주요 요건
1. 유용성
2. 사용성
3. 감성
4. 기술
5. 비즈니스
좋은 UXUI, 프로덕트는 이 5가지 요소를 충족해야한다.
레퍼런스
어떤 고객이 들어오자마자 해당 고객의 특성을 파악해서 자동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면 굉장히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고객 데이터를 마음대로 수집할 방법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이트에서 쿠키 동의에 관한 팝업을 띄우기도 한다. 쿠키에 동의하는 방식도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캡쳐)
또한 많은 서비스에서 무작정 데이터 입력을 요구하지 않고 고객의 혜택을 인지시켜 자발적으로 정보를 입력하도록 만든다.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내 시간과 노력을 쏟는 일이기 때문에 나에게 이득이 없으면 보통 무시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서비스는 설득한다.
1) 서핏
- ‘보고 싶은 콘텐츠를 선택해보세요’
- 내가 선택한 것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퍼블리
- ‘000 님꼐 꼭 필요한 맞춤 콘텐츠를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 나에게 적합한 콘텐츠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 또한 프로필 완성까지 1분이 소요된다고 표시하여 그렇게 복잡한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사전에 알리고 있다.
- 굳이 선택하고 싶지 않을 경우 ‘나중에 하기’라는 대안을 제공하여 해당 UI를 보이지 않도록 처리하고 있다.
3) 원티드
- 직군을 선택하면 상세한 직무를 선택할 수 있다.
- 디자이너의 종류도 많다. 만약 카테고리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직무를 없애버렸다면 UX 디자인만 보고 싶어소 어쩔 수 없이 산업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가구 디자인 등 관심 없는 디자인을 봐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4) 듀오링고 / 케이크
- 무료로 이용하는 어플의 경우 다짜고짜 광고가 뜨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서비스 이용을 방해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불쾌한 경험이 지속되면 더이상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
- 만약 고객 입장만 생각하면 광고를 절대 붙이면 안된다. 하지만 회사도 돈을 벌어야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를 넣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듀오링고와 케이크의 경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는 안내를 한다. 다짜고짜 광고가 뜰 때에는 부정적이었던 인식이 이 안내 문구 하나로 줄어들었다. 내가 광고를 봄으로써 이 서비스들이 무료로 운영을 할 수 있다는 혜택을 인지했기 때문에.
(캡쳐)
같은 것도 다르게 느껴지게 하는 UX writing의 역할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비즈니스와 고객의 경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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