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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성장하기

퇴사를 다짐하게 된 이런저런 생각들

by 점점이녕 2021. 9. 9.

한달 전쯤에 퇴사 면담을 했다. 사실 예전부터 퇴사는 내 마음 한 구석에 계속 자리잡고 있었지만 정식으로 면담을 한 적은 없었다. 그냥 투정이었던 것 같다. 어차피 돈은 벌어야했기 때문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1년만 채우고 그만둔다, 1년이 지나고 나서는 2년만 채우고 그만둔다, 2년이 지나고 나서는 경력을 인정받으려면 3년은 다녀야지-생각을 하면서 계속 회사 생활을 했다. 지금은 현재 회사에서 4년 6개월 정도 되었다. 그리고 항상 마음 속에만 있던 퇴사를 이번에는 정말 입밖으로 꺼냈다.

 

왜 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또 이전과는 다르게 어떻게 확신이 들어서 입밖으로 꺼냈는지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사실 한 가지 이유는 아니다. 지금 딱 떠오르는 이유가 없고 머릿 속이 뒤죽박죽인 것은 그만큼 다양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홀로서기를 해야한다.
- 회사 내에서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없다.
- 기계처럼 살고 싶지 않다.
- 내 시간을 돈을 받고 파는 것 같았다.
- 지금 살고 있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정년퇴직을 하고(또는 이전에 쫓겨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함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 회사가 아닌 내 이름으로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이렇게 무의미하게 살아도 되는건가 싶은 고민이 반복되었다.
-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멋있다.
- 등등등...

 

사실 더 많은데 일단 이정도만 생각이 난다. 자세한 것은 매일 글쓰기 챌린지를 하면서 생각이 날 때마다 글을 쓰기로 하고 오늘은 대표적인 이유를 몇가지 적어보자.

 

 

# 어차피 나는 기계요, 노동자다.

(처음부터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하지는 않았다...!)

일단 회사를 다니면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 나는 나의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기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회사나 리더의 방향성에 맞춰서 일을 해야한다. 그래도 운이 좋은 것은 현재 회사에서는 굉장히 자율이 많이 주어지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이슈 같은 경우에는 어찌되었든 리더의 의견이 중요했다. 

 

나는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알아서 잘 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만큼 내가 하기 싫은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의견과 주관이 있었다. 한 번은 위에서 말하는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냈다. 점점 대화는 산으로 갔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은 하지만 답은 정해져있었던 것 같았다. 감정이 조금 격해진 것 같았다. 그냥 하라는 대로 했으면 빨리 끝나고 감정소모도 없었을텐데, 내 의견을 주장하면서 시간낭비와 감정도 소모했다. 그때 생각했던 것 같다. '아 어차피 내 회사 아니지.' 시키는 대로 하면 쉬웠는데, 내 생각대로 더 잘해보겠다고 의견을 냈더니 더 안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일의 의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퇴근을 이후에도, 주말에도 계속 할 수 있다. 실제로도 많이 그렇게 해왔고. 야근 수당이나 추가 근무 수당은 없지만 나는 그 일을 하면서 내가 성장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일은 정말 너무너무 하기 싫었다. 누가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냐 싶겠냐만, 나는 몸과 정신에 바로 영향이 줄 정도로 싫었다. 속이 쓰리고 무언가 계속 울컥 올라왔다. 심하면 심장도 급격하게 뛰었다. 그렇게 우울이 찾아왔다. 계속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냐는 질문이 나를 따라다녔다. 

 

 

# 회사에 롤모델이 없다...

어디선가 회사에서 10년 뒤를 생각했을 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묻는 글을 봤다. 회사 사람들을 하나둘 머리에 그려보았다. 답은 '없었다'. 이 말은 회사에 부족한 사람만 있다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는 정말 뛰어난 사람이 많았다. 다방면으로 아는 지식이 많아서 여러 팀을 오가며 컨트롤을 하는 사람, 성장에 욕심을 가지고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많은 일을 하는 사람, 팀원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팀장님, 개발이 재미있어서 밤을 새워서도 한다는 개발자, 회사가 글로벌화가 될 것을 준비하여 일본어를 배우는 디자이너 등등. 

 

인간적으로는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것들을 회사에서 이루고 싶지는 않았다. 

 

유투브에서 정년퇴직 이후의 삶이라는 컨텐츠를 본 적이 있다. 일반 기업은 물론 내노라하는 대기업 임원들의 회사 이후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애초에 영상의 목적을 '노년 방황'에 맞춰서일 수도 있지만 이런 영상이 한 둘이 아니고 댓글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보니 분명 소수의 삶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한 평생을 회사에 바쳐서 일을 하고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퇴직을 한 후에 자신의 삶을 위한 일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인정받은 능력은 회사를 떠나니 내 능력이 아니게 되었다고 했다. 내가 회사에 내 삶을 바친다면 이들의 모습이 내 미래가 될 것 같았다.

 

 

# 언젠가 홀로서기를 해야한다.

정년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면 부자가 될 수 있고, 이런 삶이 이상적라고 여겼다. 하지만 CEO가 아니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야한다. (심지어 CEO도 떠날 수도 있고) 그리고 회사를 벗어나는 순간 나는 무능력한 개인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도전할 기회도 많지 않을 때 막막함을 겪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 홀로서기를 해야한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홀로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나이가 어리면 실패를 하더라도 더 다양하게 도전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퇴사를 하고 개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프리랜서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걱정과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퇴사 다짐을 하고 유투브나 브런치에서 퇴사에 관련된 컨텐츠를 많이 찾아보았다. 다수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사를 하지 말라고. 퇴사는 너무 무모한 결정이라고. 자신들도 퇴사를 하고 싶지만 걱정과 두려움에 못하고 있다고. 참 많은 생각들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걱정과 두려움이 많아서 퇴사를 하기로 했다. 20-30년 뒤의 삶이 벌써부터 걱정이 되어 프리랜서가 되어 나의 역량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많이 걱정된다. 주기적으로 월급을 받는 삶에 익숙해져있어서 내가 과연 오로지 나만의 능력으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계속 머릿속에 떠돈다. 일단 나는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두려움과 걱정은 살면서 분명 특정 시기에 강하게 겪어야한다. 나는 그 시기를 내 의지로 앞당기자고 다짐한 것이고. 

 

 

# 나를 위해서 일하는 삶

계속 적었던 것 같지만 내 삶에서는 '일'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 자아실현의 수단이다. 일을 하고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나는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출근과 퇴근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퇴근을 했지만 작업물이 만족하지 않아서 집에서도 새벽까지 일을 한 적이 많으니까.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간을 나를 위해서 투자했으면 내가 적어도 내 이름 석자로 조금은 세상에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회사를 위해서 일을 했기 때문에 서비스가 리뉴얼되거나 개발이 되지 않아서 나의 기획과 산출물이 거의 증발된 것이 많다. 시간은 썼지만 남아있는 것이 없다.

 

과거의 나에게는 회사가 곧 나였다. 회사의 성장이 내 성장이요, 내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난 정말 좋은 근로자였던 것 같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 이런 마인드때문에 회사에서의 기분이 나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쳤다. 일이 잘못되면 며칠 내내 우울했고 울기도하고, 일이 조금 잘 되면 또 기뻤다. 그냥 '내'가 없었다고 봐도 되겠다.

 

서메리님의 '회사 체질이 아니어서요'라는 책에 회사와 개인의 삶의 스위치가 잘 작동하지 않는 사람은 회사 체질이 아니라고 했다. 책의 제목만 보면 과연 누가 회사 체질이어서 회사를 다니고있냐?라는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는 말씀도 해주셨던 것 같다. 작가님은 회사에서의 경험이 퇴근을 하고서도 개인의 감정에 너무 큰 영향을 미쳐서 주변 동료에서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동료는 퇴근을 하면 회사 생각은 1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 작가님은 '아, 저게 회사 체질이구나' 라고 느끼셨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매우 큰 공감을 했다. 아.. 나도 회사 체질이 아니구나.

 

마인드가 달라진 지금은 앞으로 나를 위해 일하기로 했다. 회사에서 기획을 하고 일정을 짜고 산출물을 만드는 것처럼 나를 하나의 기업이라 생각하고 일을 하려한다. 목표는 당연히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며 하루하루 나아지는 것!

 

일 = 더 나은 내가 되는 방법

 


또 다른 고민은 또 다른 포스팅으로...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퇴사 결정을 했지만 막상 글로 풀어내려고 하니까 그 고민들이 다 담기지 않았다. 생각 정리를 하면서 운 적도 많았는데 말이다. 😥 일단 1일 1포스팅을 위해서 빠르게 써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위에서 적었듯이 언젠가 겪어야할 것은 빠르게 겪는 것이 낫다. 퇴사에 관한 생각정리도 분명 언젠가는 했어야할 것이다. 아직도 정리가 덜되었지만 나중에 정리할 때는 초안으로 정리한 지금의 포스팅이 있으니까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오늘 조금이라도 적지 않았다면 미래에도 오늘과 똑같이 정리가 덜 된 포스팅이 나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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